빈곤을 심화시키는 한미FTA

                                        김 지 현(행동하는복지연합)

  노무현 대통령은 올해 초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양극화 해소와 한미FTA 체결로 두면서 양극화해소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제시하였다. 그리하여 한미FTA 체결을 통해서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갖고 있거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서비스 부분의 발전을 촉진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 불평등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한다. 즉, 고용과 소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미FTA를 통해서 잡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미FTA이후 그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분야에는 10년에 걸쳐 2조원 정도의 범정부적 지원을 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과연 정부의 바램대로 한국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노무현 정부의 너무나 순진한 낙관에 대해서 이미 많은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그 비판적 견지를 뚜렷이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토끼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사실은 한국사회를 집어삼킬 용 못된 이무기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한 한미FTA를 통해서 경제적인 성장을 이룬다고 하더라도, 그간 우리가 누누이 보아왔던 것처럼 경제성장이 전체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하여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에 의한 희생양이 되었고 이로 인해 야기된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심화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한 삶을 벗어날 수 없다는 뼈저린 경험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한미FTA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미국과의 FTA를 실시했던 멕시코나 캐나다의 사례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협상 체결 이후 빈곤 인구의 급격한 증대와 사회불평등 심화를 경험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사실 FTA를 체결 이후 단 2년만에 전체 중소기업의 60%가 문을 닫게 되었고,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실업률과 고용불안정이 민중의 삶을 빈곤으로 내 몬 것이었다. 현재 멕시코는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빈곤인구가 전체 1억4백만의 인구 중 5천 4백만명이나 될 정도로 빈곤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과의 FTA로 인해 사회공공성이 약화되어 결과적으로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경험을 보여주었다. 공적의료시스템이 붕괴되었고 국민의 교육비 지출이 2배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6세 이하 무상교육이었던 것이 이제는 일정부분만 국가에서 지원하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협상 조항 안에는 사회보장과 관련한 직접적인 요구사항은 없다. 아직은 사회보장이 미국의 주요한 관심사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올해의 요구조건일 뿐이다. FTA체결 이후 협상의 세부안은 언제든지 추가되거나 바뀔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사회보장 영역이 영원히 미국의 관심사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특히 캐나다의 사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안정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이 급격히 붕괴되었고 그 결과, 대다수 국민의 삶의 질은 하락하게 되었던 선례를 남겨주었다. 전체국민을 위한 사회보장이라고 하더라도, 개별국가가 그것을 유지하고 싶더라도, 그것이 미국기업의 이윤을 방해한다면 언제든지 미국은 상대국에 사회보장의 해체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FTA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공세로 인해 충분히 타격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어 사실 한미FTA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미 아이러니하게도 초국적 자본의 수장인 IMF조차도 심각한 비정규직 확대 양상에 대해서 수정을 권고할 정도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많은 수는 이미 사회보장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FTA로 인해 사회보장의 개악이 이루어질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할 수밖에 없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안정노동의 확대로 인해 수많은 민중들이 사회보장에서 아예 배제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처럼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미국의 사회불평등도는 OECD국가 내 2위이며, 공적의료보험 체계가 없어 돈이 없으면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나라이다. 자본의 이윤추구는 무제한 보장하지만 국민의 삶의 질은, 그것이 자본의 이윤추구를 방해한다면 충분히 무시할 수 있는 나라이다. 이미 한국의 사회불평등도는 미국의 다음순위인 3위라고 한다. 이미 충분히 분배없는 성장만 지속해온 상태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 땅에서 미국자본이 미국과 같은 수준의 자유를 누리게 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더 이상 앉아서 속을수만은 없다. 단지 노무현 정부의 집권기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사회 전체를 좌지우지할 한미FTA는 반드시 국민의 힘으로 막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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