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검증 어렵고 패거리 나눠먹기 병폐 요인 ‘교황식’ 탈피
충북도의회 변경 추진, 시·군 잇따를 듯

입후보자가 나서지 않는 가운데 비밀 투표로 치러지는 ‘교황 선출 방식’의 자치단체 의장단 선출 방식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의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한 연찬회에서 교황 선출 방식의 의회 의장단 선거가 음성적인 선거 운동을 조장하고 후보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할 수 없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뼈저린 체험 결과
충북도의회가 이같이 의장단 선출 방식을 변경하기로 한 것은 뼈저린 체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후보가 보이지 않는 선거로 통하는 교황선출 방식으로 충북도 의회 의장단을 선출한 결과 지지 후보를 둘러싸고 매번 심각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여 의회 위상에 심각한 위해 요소로 작용했음은 물론 그 후유증으로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도의회는 제 7대 의장단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 잠재되어 있어 효율적인 의정 수행과 내부 화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전체 의석 27석 중 22석을 차지하는 다수당이지만 의장 선출과정에서 지지 후보를 놓고 양분되면서 갈등과 반목으로 전체 의회의 분위기를 가라 앉혔다. 상임위원장 선출과정에서 의원의 의장실 검거 농성이 벌어지는 사태에 이른 것도 의장 선출이 교황 선출방식으로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패거리 나눠먹기로 진행된데 따른 것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0년 의장 선출과정에서는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나 도의원 3명이 구속되는 파란을 겪기도 했다. 98년에도 금품수수설이 끊이지 않아 논란을 빚은바 있다. 자치단체 의회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갖가지 잡음과 갈등이 표출 됐던 것은 비단 충북도의회 만이 아니다. 청주시 의회는 지난 2000년 한 의장 후보자가 1천만원을 의원들에게 돌렸다는 내용이 의회에서 제기되어 경찰의 수사를 받아야 했고 상임위원장 선거에서는 실제 행운의 황금 열쇠가 의원들에게 뿌려진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충북도 의회 모 의원은 “교황 선출 방식은 후보자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음성적으로 선거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패거리를 지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거래를 하는 현실이다”며 교황 선출 방식에 의한 의장단 선거 방식 변경을 찬성했다.
자질 검증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도 교황선출 방식의 큰 단점. 7대 의장단 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됐다.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의장단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할 만한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는 점이 부각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청주시 의회는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초선의원들이 비공식적으로 후보 예상자를 초청하여 간담회를 갖는 편법을 동원한 사례가 있다.
초선인 청주시 의회 황재봉의원은 “당시 재선 이상 선배 의원들이 의장단 선출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누가 누구인지 인물을 검증할 방법이 없어 선배의원 초청 간담회를 갖는다는 명분으로 후보의 식견이나 의회 운영에 대한 견해들을 검증할 수 있었다”며 후보자 인물 검증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충북도의회의 의장단 선출 방식 변경 추진은 청주시 의회를 비롯 도내 전체 시·군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의회가 조례 및 운영규칙 개정을 빨리 마치면 제 7대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부터 변경된 선출 방식에 따라 의장단을 뽑게 될 전망이다.
특히 강원도 의회를 비롯한 6개 의회에서 이미 교황선출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밝혀져 충북도의회의 의장단 선출 방식 변경은 큰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나
입후보 및 정견 발표 수준 될 듯
의회 운영규칙 및 조례개정으로 개편

충북도의회 의장단 선출은 충북도 조례 및 도의회 운영규칙에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조례 및 운영규칙을 개정하면 의장단 선출 방식을 개편할 수 있다.
어떤 방향으로 개편할 것인지 여부는 도의회 운영위원회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되겠지만 교황선출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면 맞아떨어질 것 같다. 첫째, 후보자 검증 기회가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보이지 않는 선거로 인한 패거리 병폐 등을 단점으로 들 수 있다. 따라서 검증기회를 갖기 위해 정견 발표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보이지 않는 선거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후보 등록 방안을 상정해 볼 수 있다.
의장단 선출 방식의 변경안을 처음 제기한 충북도의회 운영위원회 정상혁의원(보은 2, 한나라당)은 “의장단 입후보자의 정견 및 소견 발표를 듣는 기회를 가져야 후보자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후보 등록 절차를 넣을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연구해봐야 하겠지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장단 선출 당일 입후보를 밝히고 그 자리에서 소견 발표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또한 상임위원장 선출은 전체의원의 선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해당 상임위의 의견과는 다른 의원이 상임위원장이 되는 경우가 있어 이의 개선이 논의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전체 의원들의 의견에서는 과반수이상의 득표로 상임위원장에 선출됐더라도 실제 해당 상임위에서는 불신임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실제 그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임위원장 선출은 해당 상임위원들이 결정하는 방안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입후보하여 의장단을 선출하는 방식이 과열 선거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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