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나면 산삼, 나무형태로 자라면 오가피.' '장기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늘어나며 늙지 않는다(久服卽 輕身耐老 延年不老: 동의보감)' '한 마차의 금은보화보다 한 줌의 오가피가 낫다(寧得一把五加 不用金玉滿車:본초강목)'
제2의 산삼 또는 외국에서 '시베리아 인삼'으로 알려진 오가피가 귀중한 생물종 자원이자 대안의학의 새로운 총아로 떠오르며 주목을 끌고 있다. 요즘 신문 잡지 TV 홈쇼핑마다 오가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 제조한 생약제품의 광고물이 홍수를 이루는 것도 세간의 이런 관심을 방증하는 증거다.

옛 소련에서 본격 연구

그러나 우리나라와 중국의 고대 의서에 일찍이 수록될 정도로 뛰어난 약리적 효과를 갖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오가피는 최근까지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가피가 극히 일부에서만 민간요법으로 활용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우선 희귀 산림자원으로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최근 오가피의 효능에 대한 임상결과가 속속 밝혀지고 실제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들이 크게 느는 한편 대량재배가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오가피가 새로운 건강 물질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일찍 오가피에 대한 관심이 촉발, 지난 97년 자연식품 가운데 매출 순위 2위에까지 올랐고 식품이나 화장품 등 오가피 관련 상품이 출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고려인삼'만을 중시하는 단선적 정책에 소외돼 제 빛을 보지 못해왔다.

우주인 선수 등에게 장기복용

오가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러시아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60년대 옛 소련 과학아카데미 소속 브레흐만 교수팀은 오가피 종류 중에서 가시오가피와 인삼의 성분비교를 통해 '가시오가피가 인삼보다 효능은 더 뛰어나고 부작용(독)은 없다'는 내용을 발표해 세계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또 1990년에는 러시아 쿠핀 박사가 암환자의 방사선 치료에 오가피를 복합 치료제로 사용한 결과, 방사선 내성이 두 배 이상 강화돼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을 크게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런 연구결과들을 근거로 우주인과 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등에게 장기복용시켜 큰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오가피는 강근골 효과, 즉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지구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두뇌활동을 활성화해 집중력을 키워주기 때문에 장기간 고도의 긴장감 속에서 우주에 체류해야 하는 우주인 등에게 가장 필요한 물질이었을 것이다. 특히 오가피에는 '아답토겐(Adaptogen)'이라는 적응인자가 많은데, 아답토겐은 만병의 근원인 스테레스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자를 말한다.

아답토겐 등 생약성분 한국산 탁월

러시아는 이같은 체계적인 연구 및 임상적 성과를 바탕으로 오가피를 전략상품으로 개발, 전세계 오가피 교역량의 60%를 점유할 정도로 오가피 종주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오가피는 '시베리아 진셍(인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같은 오가피라도 유효성분에 있어서 한반도에서 자라는 오가피가 러시아나 중국산보다 탁월한 것으로 나타나 오가피를 제2의 고려인삼으로 개발, 세계적 제품으로 키우는 전략을 국가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독일 뮌헨대학의 바그너박사팀이 1982년 중국산 러시아산 한국산 오가피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한국산 토종 가시오가피에서 주요 약리물질인 에로테로사이드 B와 E, 지린긴 등이 다른 지역 것보다 4-6배 높게 나타났다.

전략적 산림자원화 절실

전 중앙대 교수(현 명예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 한림원회원인 한덕용약박사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일찍부터 오가피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를 했더라면 고려인삼처럼 세계시장을 석권했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토종 오가피중 가시오가피의 경우 약효가 뛰어나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오가피를 산림자원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박사는 "지난 70년대 당시 전매청의 연구자금으로 인삼과 오가피에 대한 효능 비교연구를 직접 한 결과 오가피가 더 뛰어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전매청에서는 고려인삼에 미칠 영향을 의식했음인지 문제의 논문을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한 박사는 "독성이 거의 없는 오갈피는 고혈압 당뇨 류머티스 관절염뿐 아니라 간기능과 면역력을 키워주며 항스트레스와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등, 다양한 생체기능성 생약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진귀한 생약자원"이라고 말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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