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직지의 세계화·청주의 세계화’에 대해 말이 많다. 아니, 말이 많은 정도가 아니고 이 프로젝트의 용역비로 1억3천만원씩이나 쓰면서 겨우 이것을 만들었느냐는 질책이 따를 것이라고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가뜩이나 돈이 없는 청주시에서 1억여원을 들여서 외부용역까지 주었다는 것은 그 만큼 기대심리가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몇 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내놓은 계획은 이벤트성 행사를 나열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다른 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는 행사를 짜깁기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직지캠프, 직지스칼라쉽, 직지도서관, 책을 사랑하는 청주 운동, 사색의 공원, 직지문화의 거리 조성, 유네스코 직지 기록유산 진흥상 제정 등 말로만 화려한 계획을 백화점식으로 열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공동연구진에 포함돼 있는 지역인사들은 말로만 연구진이지 자문위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연구진중 한사람인 모교수는 직지를 적극적으로 연구하라는 것인지, 두고보다 훈수만 두라는 것인지 알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지가 우리 지역을 대표할 만한 상품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가 문제일 뿐이다. 여기에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문제 이전에 청주시부터 ‘직지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하기 힘든 한계를 안고 있다. 직지를 관계하는 곳은 고인쇄박물관, 문화관광과, 지역정보과 등으로 나뉘어 있고 청주시는 지난해 12월 ‘직지계’를 신설했다. 하지만 직지는 ‘계’에서 추진할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현재 직원이라고는 3명에 불과한데 여기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내놓는 그 많은 사업을 어떻게 처리한다는 말인가.
직지는 사실 청주를 대표하는 문화유적이 아니고 한국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조차 직지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이미 청주시가 직지를 선점했다고 느껴서인지 충북도는 직지 관련 사업 한 개를 벌이지 않고 청주시에 예산 지원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종 지사의 직지관(觀)도 별로 드러난게 없다. 뜻있는 지역인사들이 지적하는 것도 직지를 청주시 혼자서 포장하려고 하지 말고 충북도와 중앙정부를 움직여 재정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 프로젝트도 이벤트성으로 끝나 수많은 자치단체에서 벌이는 무수한 행사중의 하나로 넘어가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나기정 전임 시장이 시작했던 사업이라서 한 대수 시장은 이 사업에 별 매력을 못느낀다는 말도 들린다. 아무리 잘 해 보았자 ‘설거지’ 하는 정도라서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는 것인데 직지는 그렇게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2003년 예산이 대폭 깎여 직지 관련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것도 한시장의 직지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는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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