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주말부터 며칠간 신종 웜 바이러스로 인해 국가 인터넷 통신망이 순식간에 마비되는 ‘인터넷 대란’이 벌어졌다. 사건이 터지자 누가 책임질 것인지,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안체계가 원래 약했다느니 하면서 문제가 발생되면 나오는 단골 이야기들이 앞다퉈 등장하였다.
이번 인터넷 대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상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일반인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것이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국가통신망이 이렇듯 허술할 때 빚어지는 폐해는 끔찍하다는 점과 여전히 안전불감증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갑자기 생각나는 외국 영화가 있다. 어떤 악당이 개인신상이 담겨있는 정부컴퓨터에 침입하여 개인신상을 바꿔버린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자신 행세를 합법적으로 하는 무서운 내용의 영화였다. 컴퓨터로 연결된 사회에서 사소해보이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그리고 있는 영화이다.
최근 인터넷 사용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국가와 지방자치, 특히 충청북도도 ‘인터넷 가장 잘 쓰는 도’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충청북도의 시스템은 안전한가? 이번 인터넷 대란과 관련하여 제2의 인터넷 대란에 충청북도는 안전한지 꼼꼼히 대비할 일이다.
OECD국가중 우리나라는 인터넷의 보급률이 높은 나라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쓰다가 외국에 가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인터넷 세계최강이니 그럴만하다고 이해한다. 인터넷에서는 언제나 빠른 것이 최선이고 새로운 것이 최고이다. 그러다보니 컴퓨터 앞에서는 조금만 늦어도 참고 기다리는 여유가 사라진다.
사람이 만든 문명과 물질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가정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컴퓨터를 구입해야 하고, 인터넷 설치 또한 필수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으며 아예 컴퓨터 게임 중독증을 앓기도 한다. 대안학교인 독일의 발도로프학교는 학교에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창의력과 학습능력을 저해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컴퓨터 쓰임의 본질과 현실을 다시 생각하고 무조건 인터넷 회선을 늘리고 사용인구를 확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확실히 깨닫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무조건 ‘빨리, 빨리, 내가 먼저’의 사고가 주는 해악을 우리는 알고 있다. 빠른 경제성장이 가져온 세대의 차이와 물질만능주의, 각종 비리와 부정, 특히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세계적인 망신살을 이미 겪어왔다. 그런데 우리는 또 정보화라는 보물을 가지고 여전히 그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제발 천천히 좀 가자! 한 발, 한 걸음씩 하나라도 인터넷 대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를 하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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