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관용차 복수 운행, 경차 사용 권고 무시

도내 모든 단체장 관용차량 복수 운행으로 ‘차량 주5일제’ 무색

   
▲ 정부가 에너지절약을 위해 업무용 차량 경차 전환 확대에 힘써오고 있는 가운데 음성군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의전차량 대용으로 쓰기 위해 중형급 차량을 구입했다. 사진은 음성군 간부가 차량5부제에 걸린 날 대용으로 새로 구입한 차량으로 군청을 나서는 모습
지난 6월부터 전국의 모든 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차량 5부제가 도입됐으나,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자치단체와 의회에서는 관용차를 두 대 이상 번갈아운행하는 방법으로 5부제를 교묘히 피해가고 있어 주민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제천시와 단양군에 따르면 제천시장과 단양군수는 고급 승용차를 의전용 차량으로 이용하면서, 이와는 별도로 4륜구동 차량을 단체장 전용차 명목의 관용차로 이용하는 등 각각 두 대씩의 관용차량을 운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 시군 의회의 경우에도 의장 전용차량 이외에 4륜 구동차량이 한 대씩 관용차로 배정돼 의장과 의원들의 현지 방문 등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공공기관 주차장을 출입할 때 차량 끝번호가 해당되는 요일에 운행을 제한하는 차량5부제를 피해가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차량5부제에 누구보다 솔선수범해야 할 단체장과 의원들이 오히려 관용차량을 복수로 운용해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비난을 불러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복수 관용차량 운행이 제천과 단양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충북의 모든 자치단체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12개 시군의 모든 자치단체장들은 관용차량을 두 대씩 배치해 차량5부제에 걸리지 않도록 번갈아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우택 도지사 역시 고급 체어맨 승용차 두 대를 번갈아 타고 다니며 차량 5부제의 제한을 피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도 계약 관련 부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용 관용차량은 차량 5부제 실시 이전부터 두 대씩 운행돼 왔고, 각각 의전용과 전용 차량으로 용도를 달리 하고 있는 만큼 이를 5부제를 피할 목적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며 “관용차량 복수 운행은 모든 자치단체가 일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관행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량 5부제가 유가 급등에 따른 안정적인 원유 수급 체계 유지와 에너지 절약을 위해 국가 기관과 자치단체 등 관공서들이 솔선해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자치단체장과 의회는 오히려 관용차량을 한 대로 줄이고 5부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범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검은색 중대형차 일색의 관용차 문화를 경차 위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주민 김학기 씨(45·제천시 의림동)는 “일반 주민이나 공무원들은 주5일제에 해당하는 날에는 대중교통이나 카풀, 자전거 등 대체 수단을 활용해 관공서를 출입하는데, 자치단체장이나 의회 의원들은 주5일제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차량을 이용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일반 서민들은 기름값이 겁나 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중대형 차량을 두 대씩이나 타고다니기보다는 경차나 소형차를 이용하는 멋쟁이 시장, 군수님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관용차로 중대형 승용차보다는 소형이나 경차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화하고 있으며, 특히 검은색 차량을 관용차로 이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의 관용차 문화는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이고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일주일 중 단 하루만을 위해 고가의 중대형 차량을 별도로 구입하고 신주단지처럼 관용주차장에 모셔두는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한편, 이치범 환경부 장관의 경우 자신의 관용차량이 주5일제에 해당하는 날에는 직원들의 차량에 동승해 함께 출퇴근하는 이른바 ‘카풀’을 애용하고 있다. 또, 최근 부동산값 폭등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은 관용차 휴차일에는 차를 세워두고 혼자서 전철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음성군의 경우 군수와 부군수의 위반사례가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5대 추진과제를 선정하여 업무용 차량 경차 전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원유가가 최고가를 갱신해가는 등 사상초유의 고유가시대를 맞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량 5부제를 비롯한 에너지절약 5대 추진과제를 선정,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하여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음성군청 현관 앞에는 음성군수의 관용차량인 체어맨이 서 있었다. 이날은 수요일로 차량번호 3번과 8번은 공공기관에 출입을 금하는 날이다. 이를 지켜보던 민원인과 몇몇 공무원들은 주차난으로 군청 주위를 배회하다 겨우 주차하고 왔는데 버젓이 현관 앞에 세워진 군수의 관용차량을 보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민원인에 따르면 차량5부제를 어긴 것이 이 날 한 번뿐이 아니었다고 한다. 군청에서 볼일을 보고 현관 앞에 서 있는데 다시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평소 음성군청 내 주차를 관리하는 청원경찰은 철저한 통제로 현재까지 원만하게 차량5부제가 정착하고 있는 상태다. 차량5부제에 걸리는 민원인들의 차량이 군청으로 진입하면 어디선가 나타나 바로 차량을 빼라는 엄명이 떨어진다. 하지만 군수의 차량이 군청 앞 현관에 세워져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이를 지켜보던 한 민원인은 “음성군수님의 차는 차량5부제 예외차량인 것 같다”며 “스페어 차량도 있는 것 같은데 왜 어기는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음성군은 얼마 전 새로 중형급 차량을 구입했다. 이 차량에 대해 음성군청내 공무원들 사이에 차량5부제가 실시돼 관용차량으로 군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자 대용으로 쓰기 위해 구입한 차라는 말과 기획감사실장의 업무용 차량이라는 말이 구전으로 돌고 있다. 실제 이 중형급 차량의 운행 일지를 확인한 결과 군수와 부군수가 5부제에 걸리는 날만 운행되었고, 그 외에는 차량운행이 거의 없음이 확인됐다.

차량5부제는 에너지절약을 위한 범국민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의전차량 대용으로 중형급 차량을 구입하여 5부제에 걸리는 날에 대용으로 타고 다닌다면 에너지 절약에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그 전에 있었던 중형급 차량이 오래돼, 이번에 새로 구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선정한 5대 추진 과제 가운데 업무용 차량의 경차 전환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음성군은 이를 무시한 채 중형급 차를 구입해 주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군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차량5부제를 실시하면서 공무원들의 동참을 위해 행정과 서무계에서 군청 내 주차장이나 청사 근처 이면 도로에 주차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중한 잣대를 들이 대면서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될 군수와 부군수가 이를 외면하고 있어 주차난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 윤상훈·남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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