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수를 말할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극장가이다. 연휴기간내내 설날특집이라는 특별한 꼬리표가 붙은 영화들이 매일밤 안방 극장을 찾아오고, 비디오·dvd도 인기를 누린다.
이제 달콤한 휴식과 새로운 세계를 만나려는 발걸음은 연휴기간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이 돼버렸다. 지금 극장가에는 따끈따끈한 신작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간첩
‘훌륭한 재료로 만든 맛없는 음식’

이중간첩의 텍스트는 나무랄데가 없다. 한석규의 3년만의 스크린부활과 톱 탈렌트 고소영이 등장, 남과 북이 갖는 특수한 체제 속에서 둘다 버림받은 연인의 이야기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다.
1980년 동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이었던 림병호(한석규 분)는 검문소 앞을 질주한다. 총알이 다리를 관통하지만 림병호는 가까스로 서베를린 진영에 도착, 귀순에 성공한다. 남쪽의 정보기관은 그의 귀순을 의심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기부에서 일하도록 한다. 이러한 도입부는 제목에서처럼 림병호가 위장 귀순이라는 단서를 주어 그의 귀순에 따른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문제는 위장 귀순한 그가 남한의 고정간첩과 접선하여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가하는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만난 고정간첩 방송국 DJ 윤수미(고소영 분)와 접선하여 윤수미를 통해 지령을 전달받으며 어떻게 사랑을 쌓아가고, 결국에 남과 북 모두에게 버림받게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적인 구조는 남한과 북한이라는 이중적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북의 고정간첩 송경만과 안기부 간부 백승철을 림병호-윤수미 축 주변부로 등장시켜 드라마의 갈등구조에 힘을 실어준다.
갈등은 송경만의 체포로 극대화 되고 급기야 두 주인공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그들에겐 더이상 남과 북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 다만 제3국 행만이 그들의 최종선택이다.
평론가들은 ‘이중간첩’에 대해 절묘한 소재를 가지고 감독이 적절히 요리하지 못했다는 평을 내렸다. 특히 핵심주제가 분단이라는 장애에 부딪힌 연인의 멜로드라마인지, 80년대 냉전체체를 고발하는 정치드라마인지, 이데올로기에 희생되는 개인의 비극을 다룬 것인지를 정확히 매듭짓기 못했다는 것이다.
감독 김현정 출연 한석규, 고소영, 송재호, 천호진, 류승수 상영시간 123분

영웅
‘장이모 감독과 색의 부활’

전국칠웅이 할거하던 기원전 3세기의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의 막바지로 진나라 왕 영정이 대륙을 통일하기 직전이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의 왕 영정을 무명(이연걸 분)이라는 장수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에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황제가 된 영정은, 수많은 자객들로부터 암살의 위협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백보 안으로 가까이 갈 수 없다.
하지만 무명은 영정을 암살하려고 했던 최고의 고수 장천, 파검(양조위 분), 비설(장만옥 분)을 차례로 제거했다면서 그들이 목숨처럼 아끼던 무기를 각각 꺼내어 보인다. 이제 그는 황제의 십보 안까지 접근하다. 그러나 영정은, 무명이 그들 자객을 물리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의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중국 5세대 감독의 선두 주자인 장이모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무협활극. 중국권으로 세계적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연걸, 장쯔이를 비롯해 장만옥, 양조위, 견자단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특히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 약 3,500만 달러가 투입되었고, 중국 개봉 당시에도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영웅’은 개인과 집단의 문제라는 어렵고 까다로운 주제를 캐릭터를 대표하는 현란한 색으로 주제를 둔갑시켜 우리 앞에 제시한다. 논리보다 더 웅변적으로 감성을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색이다. 서술자의 관점에 따라 색깔을 달리한다. 영정이 재구성한 사건은 푸른색, 파검과 비설의 회상은 녹색, 실제이야기는 흰색으로 서술된다.
원색을 사용한 장이모 감독 특유의 색채 미학, 와이어 액션과 CG의 적절한 조합으로 탄생한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 등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볼거리이다.
그러나 평론가들은 장이모 감독이 ‘와호장룡’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과거와 현재의 교차편집, 사랑과 배신,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선택함으로써 대중적구조에서 벗어난 비상업적 노선을 걷는다고 평했다.
감독 장이모 출연 이연걸,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 상영시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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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리뷰 - 캐치 미 이프 유 캔
스필버그, 꿈에서 깨다?
씨네오딧세이 김선화 대표 rhana@hanmail.net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라는 스필버그의 신작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17살의 고교생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아버지 및 프랑스 출신의 어머니와 함께 단란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국세청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오고, 프랭크는 어머니가 아버지의 옛 동료와 집안에서 관계를 가지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던 중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을 접하고는 단숨에 집을 뛰쳐나간 그는 팬암항공사의 조종사로 위장하는가 하면 위조수표를 만들어 거액의 돈을 모으게 된다. 급기야 프랭크가 만든 다량의 위조수표를 입수한 FBI의 칼 핸래티(톰 행크스)가 추적에 나서고, 여기서부터 그 둘간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펼쳐진다. 그러나 프랭크는 번번이 칼을 따돌리고 의사, 변호사 등을 사칭하며 계속해서 사기행각을 벌인다.
쫓기고 쫓는 것이 스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첩보영화가 아닌 가족영화다. 그래서 인지 프랭크의 사기행각이나 칼 형사가 프랭크를 찾아내는 과정은 그다지 긴장감을 얻지 못한다. 그 보다는 프랭크와 가족, 프랭크와 칼과의 관계와 정서의 변화에 더 공을 들인 흔적이 종종 눈에 띤다.
프랭크의 아버지를 쏙 빼닮은 데다가 청출어람격인 프랭크는 놀라운 재능으로 사람들을 감쪽같이 속여간다, 그러던중 프랭크를 쫓던 FBI 칼이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부각되기 시작한다. 직업의식이 투철하고, 윤리도덕적으로 성숙하고, 이혼을 했음에도 결혼반지를 빼지 않을 만큼 가족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이 강한, 질풍노도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만 같은 듬직한 아버지....(미국사회가 요구하는 가장상이 아닐까? 영화속에서 칼은 프랑스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프랭크에게 안전한 미국으로 데려가겠다는 말도 한다.)
스필버그는 “넌 멈출수 없어.”(넌 사기치는 걸 멈출 수 없어) 라고 말하는, 능력도 없고, 아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지도 않는 친아버지 보다, 칼과의 결합을 부추켜 댄다. 영화의 초반에 칼이 프랑스의 감옥에 처참한 몰골로 수감되어 있는 프랭크를 보면서 다소 오버하는 장면이나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프랭크를 감옥에서 나오게 하는 것이나, “넌 미성년자야”를 강조하면서 점차 보호자의 위치를 갖는 것 등이 그렇다.
이제까지 스필버그가 가족을 무한한 사랑과 조건없는 용서와 화해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묘사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감을 상실한 가족을 아예 폐기시키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가족적 유대관계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스필버그의 달라진 가족관을 보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역설적으로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을 더욱 힘차게 주장하고 있는 것인지는 좀더 고민해 봐야할 문제이긴 하지만 스필버그를 예전의 유치한 몽상가로 치부해 버릴수 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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