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브루 출자 펀드회사 ‘홉스 코퍼레이티브 유에이’에 44.2% 넘겨
맥주사업에서 손을 뗐다는 사실만 알려진 두산그룹이 OB맥주(주)를 언제 얼마에 누구에게 매각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자료가 충청리뷰에 입수돼 관심을 끌고 있다.
본보가 최근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해 6월 5500억원에 총자본금의 44.2%를 인터브루 계열사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그 이전에 두산과 인터브루의 OB맥주 지분율은 50대 50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두산 지분이 49.1%였던 데 비해 '인터브루 아시아 홀딩 컴퍼니 PTE Limited'의 지분율은 50.9%로 나타났다. 이는 OB맥주가 진로쿠어스를 입찰을 통해 인수할 때 이미 OB맥주의 대주주는 인터브루였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당시 인터브루는 총 2690만주의 OB맥주 주식중 50.9%에 해당하는 주식을 1320만주의 보통주와 50만주의 우선주로 분리해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브루 95.1% 소유
이 자료에 따르면 두산이 OB맥주의 나머지 지분중 거의 대부분을 인터브루에 매각한 시점은 2001년 6월 29일자로 두산은 총 지분의 44.2%에 해당하는 1187만9999주를 인터브루가 출자한 네덜란드 펀드회사인 '홉스 코퍼레이티브 유에이'에 55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로써 OB맥주의 지분율은 이 날짜를 기준으로 인터브루 95.1%, 두산 4.9%(132만주)로 변화함으로써 인터브루가 절대적 대주주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달리 말하면 두산 입장에서는 사실상 맥주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다.
어쨌거나 두산으로선 납입자본금 규모가 6581억원에 달하는 OB맥주를 5500억원에 매각함으로써 인터브루에 일종의 권리금까지 얹어서 두둑히 주머니를 챙긴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 당초 50.9%의 지분을 인터브루에 넘길 때 받은 매각대금이 35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모두 9000억원에 OB맥주를 매각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긍정적 시각에서 보면 외자유치의 성공사례로 꼽을만 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진로쿠어스 입찰 의혹

그러나 '카스맥주' 브랜드를 갖고 맥주시장에서 선전하던 진로쿠어스사가 매각입찰에 부쳐졌을 때 당시 가장 유력한 낙찰회사로 부상하던 미국 쿠어스사 대신에 갑자기 OB맥주(주)가 개입, 이후 숱한 잡음과 반발, 의혹제기 속에서 끝내 인수주체로 선정된 것은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에따라 진로쿠어스 출신 직원과 지역 경제계에서는 진로쿠어스의 입찰의혹 사건을 향후 반드시 밝혀져야 할 경제 미스터리로 여전히 꼽고 있을 정도이다. 당시 시중에는 “OB맥주(사실상 두산)가 생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진로쿠어스를 낙찰받은 뒤 진로쿠어스를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정권차원에서 두산을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무성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두산이 OB맥주를 인터브루측에 사실상 완전 매각한 이후 OB맥주 청원 본사공장 주변에서는 “이처럼 결국 외국자본에 매각할 바에야 입찰당시 순리적 방법을 통해 미 쿠어스사에 매각했더라면 모양새가 좋았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가 일부 형성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OB맥주 청원본사 공장측은 “자본의 국수주의적 시각에서 OB맥주의 인터브루 매각을 바라보면 곤란하다”며 “OB맥주 매각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보도되면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는 '카스'맥주 브랜드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카스맥주 못잡아 안달이던 두산
왜 갑자기 OB맥주에서 손 뗐나?

맥주업계는 지난해 두산측이 OB맥주를 매각한 배경,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 OB맥주가 카스맥주의 진로쿠어스 인수에 안달이었던 이유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때 부동의 맥주시장 패자로 군림하던 OB맥주의 아성은 하이트맥주의 출현으로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OB맥주측으로선 자존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자력'으로 역전된 시장을 되돌릴 수 없음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부상한 방안이 맥주시장을 삼분하고 있던 진로쿠어스를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5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OB맥주는 우여곡절 끝에 진로쿠어스를 인수한 이후 'OB+Cass 맥주'의 시장점유율이 51%를 차지, 하이트에 빼앗긴 시장패권을 되찾는 듯 했다. 그러나 그후 카스맥주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나름대로 선전을 한 반면에 OB맥주는 죽을 쑤는 바람에 시장점유율에서 다시 하이트맥주에 떨어지면서 두산으로선 더 이상 맥주사업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두 손을 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OB맥주는 인터브루에 매각된 이후에도 상법상 회사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으며, 본사(상법상 용어로는 '본점'이 맞다) 역시 청원군 현도면에 그대로 두고 있다. OB맥주 청원 본사공장 측은 “설령 본사 소재지가 바뀌더라도 과거부터 내고 있는 지방세에는 아무런 영향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원 본사공장에는 일년에 한두차례 캐나다출신 40대 외국인 사장이 업무파악차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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