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오송단지에 결정타… 위기감 최고조 달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큰 그림의 계획인가, 아니면 수도권의 경제기반만 살찌우는 편협한 정책인가.’
정부가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공배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것과 관련해 정책피해가 예상되는 충북도를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공배법 시행령 개정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는 대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내 공장설립을 완화함으로써 한국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나아가 외자유치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개정관철 의지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 일제히 반발

하지만 충북도를 비롯한 충청 및 호남·영남 지자체들은 “지난 5월 정부가 수도권의 공장입지 면적을 제한해 온 공장총량제를 완화한 데 이어 공배법마저 제한요건을 풀어버리면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이에따라 지방경제는 죽게된다”며 잇따라 반대성명을 내는 등 필사적 저항에 나서고 있어 사태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제의 공배법 시행령 개정안은 오는 24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계획으로, 의결되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돼 있어 충북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으로선 ‘시간싸움’까지 벌어야 하는 버거운 상황이다.
공배법=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은 1990년 권역별 업종의 입지를 제한하려는 취지에서 입법돼 지난 11년간 시행돼 왔다. 하지만 산업자원부는 최근 공배법 시행령의 내용을 비수도권에 불리한 방향으로 손질한 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일반의 관심영역에 까지 부각하고 있는 것.

지방논리 철저히 외면

이 개정안은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의 첨단업종 공장증축 허용면적을 현행 3000㎡이내에서 2배 가량 늘리고 ▲외국인 투자기업 요건비율도 51% 이상에서 30%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며 ▲성장관리지역내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업종을 현행 24개에서 28개(바이오 반도체 의료용품 액정표시장치 등 4개 새로 포함)로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충북의 입장=지난 12일 충북도를 비롯해 학계 경실련 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지역개발회 충북개발원 등 11개 경제관련 기관 단체는 청주 로얄관광호텔에서 공배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한 워크숍을 갖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다졌다. 특히 앞서 적시한 주요 개정내용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충북도는 “외국인 투자기업 비율이 51%이상에서 30%이상으로 확대되면 일부 자본만 댄 외국자본 참여기업까지 제한대상에서 풀리게 된다”며 “이 범위에 포함되는 외국자본 참여 기업은 1만여개 외국 투자기업중 2000여개에 달하는데 이들의 비수도권 이탈현상 심화는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창 ·오송에 결정적 타격

더구나 바이오 반도체 의료용품 업종 등이 수도권내 성장관리지역의 공장 신증설 허용대상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포함될 경우 오창과학산업단지와 앞으로 조성될 오송바이오단지의 활성화에 결정적 타격이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위기의식이 최고조로 높아가고 있다. 아울러 수도권 과밀억제지역의 첨단업종 공장증축허용면적을 확대한 것도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보다 상위 목적에 따라 도입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취지를 정면에서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개발원 고영구박사는 “공배법 시행령 개정안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정면배치되는 것으로 수도권 과밀화를 막겠다는 정책 일관성을 깨고 있을 뿐 아니라 지방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를 많이 담고있다”며 “정부가 지방의 현실을 너무 모르거나 아니면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진출 기업 U턴 우려

충북도 이범석 정책개발담당은 “전국적으로 비수도권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조성했거나 조성중인 각 산업단지의 미분양용지가 2266만평을 넘고 충북의 경우 오창과학산업단지를 비롯해 200만평에 달하는 등 각 시도가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장총량제의 사실상 폐지에 이어 수도권규제완화 법률이 확정될 경우 오창과학산업단지 및 오송바이오단지는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배법 개정안이 통과, 시행되면 기존에 충북에 진출한 기업들이 수도권지역으로 되돌아가는 ‘U 턴’ 현상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업증가 원인분석조차 안해와
충북도는 각 시도와 연계해 개정반대 의견을 산자부장관에게 일제히 전달하고 도의회에서도 각지역 의회와 공동건의문을 채택하는 등 여론압박전을 전개한다는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결과 당장 공배법 개정안의 국무회의 상정을 유보시킬 수 있다면 최대의 성과로 보고 있다. 그런 다음 지방의 생존논리를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장기적 과제도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 및 민간단체와도 협조체제를 유지, 총력을 기울여 입법을 저지 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중앙정부와의 한판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82년에 800개에 불과하던 도내 기업체 수(근로자 3인 이상)는 올해 4000여개 업체로 무려 3200여 업체가 증가했는데 이중 70% 정도가 수도권에 근거를 두고 있거나 수도권으로부터 이전한 업체일 정도로 수도권 집중억제 정책의 효과를 크게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작 충북도는 과거에 기업이 어떻게 증가해 왔는지 그 원인분석조차 제대로 해 놓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역내 순수 창업은 얼마나 되고 수도권 지역에서 이전한 기업은 얼마나 되는지 간단한 사항에 대한 파악마저 제대로 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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