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불완전은 시인...하지만 불법은 없었다” 주장, 본사 대덕으로 이전 뒤 청원 척북에는 시험용 시설만
또 하나의 전형적인 벤처 게이트인가. 아니면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 대한 주변의 터무니없는 흔들기와 중상모략인가.
잇딴 벤처비리로 게이트 추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웃 대전의 대덕밸리에서 발생한 '다림비전' 사건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다림비전의 소액주주들이 이 회사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 수사가 검찰에 의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대전지역 벤처기업들은 수사결과는 물론 그 이후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 것인지 예의 주시하며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지방의 벤처비리에 대해서도 검찰이 대대적인 내사에 들어갔다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림비전 사태는 수사결과에 따라 청주권 벤처기업들에게도 단순히 강건너 불구경 차원의 일로 그치지 않고 많은 함의(含意)와 충격파를 지닌 '태풍'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엉성한 경영시스템 도마 올라

나아가 검찰의 수사가 어떤 식으로 결말지어지든 이번 사건은 뛰어난 기술력에 어울리지 않는 내부 경영 시스템상의 결함과 이로 인한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 벤처기업들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만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관심의 표적 한가운데에 놓인 다림비전은 지난 91년 현 민주당 국회의원인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에 의해 청원군 남이면 척북리 첨단협동화단지에 설립된 기업으로 지난 94년 김 전 장관이 친동생인 김영대 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회사라는 점에서 세속적 관심까지 모으고 있다.


사건발단
지난해 8월 다림비전의 소액주주(투자자) 26명은 대전지검에 김영대 대표를 회계분식 및 배임, 외화도피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소액주주들은 김 대표가 지난 99년과 2000년 자신의 개인소유였던 미국현지법인(Darim Vision Corp)을 통해 위장 매출로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계장부를 허위로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회사자금으로 개인소유의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자신이 보유한 현지법인 주식을 30배수(액면가 5000원짜리의 경우 15만원 가격으로)에 매입토록 한 다음 거액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무혐의 처리 뒤 재수사 '곡절'

또 고소인들은 “2000년 5월 다림비전의 자본금을 증자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유상증자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채 주주들의 도장을 임의로 제작, 증자 포기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발생한 실권주를 김 대표 본인과 친인척 및 직원들에게 배정한 사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대전지검)은 이들의 고소를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해 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고소인들이 주주들에 대한 공정한 조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자료를 보충, 지난해 12월 대전고등검찰청에 항고하면서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다시 불거졌다. 대전고검은 고소인들의 항고가 이유있다며 이 사건을 대전지검으로 되돌려 버렸고 지검에서는 이에 따라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림비전측 주장
“고소내용 터무니 없어”

김영대 대표는 고소사건이 검찰의 '항고 수용-재수사 착수'라는 상황으로 급반전하자 지난 1월21일 대덕연구단지 출입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요청, 고소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행정적 절차를 몰라 회계상 문제가 발생한 것 일뿐 회계를 분식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모든 매출 역시 실제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미국 현지법인과 관련된 혐의 등에 대해서도 “현지법인에 필요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증자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라며 “기관투자자들과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소액주주들의 도장을 임의로 판 것은 기업들의 오래된 관행”이라면서 “고소인들이 주식을 배정받을 때 경영권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집과 관계회사 등에 대한 가압류 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회사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고소인들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고소내용을 강력히 반박하고 있다.


사건 왜 불거졌나
기대만큼 이익없자 문제제기?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의 속성, 즉 위험이 높은 동시에 고수익을 추구하는 특성에서 배태된 것으로 보인다. 자본투자를 한 입장에서 기업이 기대만큼 이익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회사측은 이에대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소위 엔젤투자라고 한다)는 고수익을 노리는 만큼 높은 위험 역시 투자자가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는 것인데 일부 투자자들이 여러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진 고유한 경영행위에 대해 문제삼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의 수사초점은 다림비전의 경영진이 법 테두리안에서 고유의 경영행위를 하다가 결과적으로 선의의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범의(犯意)를 갖고 있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맞춰 질 수 밖에 없다. 또 일부 언론과 세간에서 제기하는 의혹처럼 다림비전 배후에 김영환 전 장관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인지 여부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마땅히 단죄해야겠지만, 단순히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이라면 신원(伸寃)차원에서 오명을 벗겨줘야 할 당위도 있기 때문이다.

“죄있다면 단죄 마땅
하지만 기술은 살려야”

하지만 회사 스스로 인정했듯이 엉터리 회계처리 문제는 기업에 대한 사회의 투명한 감시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숨어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행위로, 이번 사건을 통해 벤처기업들이 도덕성을 추스리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지역의 벤처기업들은 다림비전이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갖고 있는 기업인 만큼 회사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 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벤처기업인들은 “김사장 개인의 잘못은 검찰에서 밝혀질 부분이지만 이 과정에서 10년 업력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한 벤처기업이 쓰러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김 사장이 장관 출신 정치인의 동생이라는 기업 외적인 문제로 이 사건이 또 다른 게이트처럼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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