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시나’에서 쌀밥대신 ‘돌쇠주’ 한잔 걸치고, 여자 친구를 만나 오락실 ‘투명인간을 사랑한 아기공주’에서 커플 게임 한판! 자, 스트레스를 풀었으니 ‘꼬랑내’에서 신발 구경도 하고, 출출한데 ‘누들파티’에서 김밥에 라면 한 그릇 먹어볼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걸려 있는 톡톡 튀고 웃음을 짓게 하는 이색적인 상호들이다.
어지럽게 내걸린 간판들 사이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톡톡 튀는’ 재미있는 이름을 본다면 나중에라도 머리 속에 남아 어디로 갈까 고민하게 될 때, ‘아! 여기야’라고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점이나 주점, 오락실, 옷가게, 미용실 등 소점포 창업을 하고자 하는 예비창업자들은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조금이라도 튀고, 이색적인 이름짓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름이 뭐 이래?”

서울에서 주점들이 늘어선 있는 유명한 곳으로 종로의 피막골을 꼽을 수 있다. 피막골을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술 한잔 마시기 위해 골목을 들어서자면 골목마다 무수히 많은 간판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어지러운 간판 외에도 아주머니들의 호객행위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자주 찾는 단골집을 두지 않고 피막골로 발길을 옮긴 사람이라면 많은 가게 중에 어디로 가야할지를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의 혼란 없이도 사람들의 발목을 꽉 붙잡는 곳이 있으니, 바로 ‘톡톡 튀는 이름’의 가게들이다.
갑작스레 ‘인터넷 마비사태’가 발생한 25일 오후 잠시 일손을 놓고 피막골을 찾았을 때에도 첫눈에 들어오는 주점이 바로 ‘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시나’였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 학생은 “가게 이름이 손님들에게 섹스어필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또 들어오는 사람마다 “마님이 왜 그럴까?”라고 말하며 슬며시 웃는다고 한다. 이름 값을 하는지 이곳의 매출도 높다고 아르바이트 학생은 살짝 귀뜸해줬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간판 이름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마님은 왜 돌쇠에게만 쌀밥을 주시나’라는 이름은 가게 사장의 처형이 만들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지었을 것 같냐’는 물음에 이곳을 찾은 한 손님은 “잘은 모르겠는데 마당을 잘 쓰나보죠”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이번에는 발길을 돌려 찾은 곳이 신촌 H 백화점 뒤편에 위치한 오락실. 유난히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 오락실의 이름은 다름 아닌 ‘투명인간을 사랑한 아기공주’. 마치 순정만화의 제목 같다.
이곳 사장은 “펌프 기계 잘 아시죠? 그 기계 발명한 사람이 오락실 이름을 지어줬어요”라면서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락실 이름이 뭐 이래?’라며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연인들이 같이 와서 커플 게임을 많이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간판 이름이 한몫 한다”는 설명. 다른 곳에서는 커플 게임기들이 인기가 없지만 이곳만큼은 커플 게임기가 대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 같다는 사장의 말이다.
신림동에 가면 ‘꼬랑내’라는 간판을 내건 신발가게가 있다. ‘꼬랑내’라는 이름에선 왠지 이상한 냄새가 날 것만 같은데…. ‘꼬랑내’라는 간판을 내건 이곳은 이름답지 않게 수백 켤레의 신발들이 잘 정리 정돈되어 있다.

“‘꼬랑내’라뇨… 무슨 말씀!”

또한 신림동에는 어린시절의 향수를 술 한잔에 추억할 수 있는 호프집 ‘마징가 Z’ 도 볼 수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도 빠질 수 없다. 길모퉁이에 자리한 ‘누들파티’는 마치 양영순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누들 누드>를 생각나게 하는데, 이 ‘누들 파티’라는 곳은 분식점이다. 영어로 누들(noodle)은 국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라면을 전문으로 하는 분식점인 것이다. 특히 대학로에는 한석규가 출연했던 드라마로 유명한 ‘서울의 달’ 이란 호프집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효석의 단편소설에서 이름을 딴 ‘메밀꽃 필 무렵’이란 주막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에서 독특한 상호로 ‘+α’의 효과를 보고 있는 곳을 소개하자면 분식집 ‘만두벌판’(여의도 위치) ‘대장균’(청운동), 중국음식점 ‘진짜루’(가락동), 포장마차 ‘떡도날드’(동국대 앞), 미용실 ‘버르장머리’(신월동), 고기집 ‘장모님과 전서방이 일냈네’(마포), 라면집 ‘나 면이야’(고려대 앞), 양곱창구이집 ‘의기양양’(논현동) 등이 있다. 치킨전문점 ‘로이스닭Com’ ‘코스닭’ ‘닭큐멘터리’ 등은 전국적으로 널리 간판에 애용(?)되는 상호들이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빽빽이 걸려있는 상가의 간판을 살펴본다면 이처럼 톡톡 튀는 상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엽기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도무지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없는 이름의 상호가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재미있고 일단 튀면 사람들은 호감을 갖게 되고 기억 속에 새겨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가게는 상호가 자주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만약 독특한 아이템과 실내 인테리어가 뒷받침이 되는데도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곳이 있다면 이색적이고 톡톡 튀는 이름을 한 번 생각해 보라. 그러면 돈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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