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2시 청주시 오근장동 공군비행장 정문앞에서 1000여명의 인근 주민들이 모였다. 오근장동, 내수읍, 북이면, 오창면, 강서2동 등 공군전투비행장 소음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노무현당선자는 전투비행장 이전공약을 즉각 이행하라’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겨울철 농한기라고는 하지만 1000여명의 농민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공군부대는 진압경찰도 못미더웠던지, 부대안에 군병력을 대기시킨채 사태추이를 지켜봤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청주전투비행장 이전촉구 청주·청원 주민대책위원회’ 채기춘위원장, 서현석부위원장, 김홍식시의원 등 3명이 비행단장을 면담했다.
“뭐, 부대사람들 얘기는 뻔하다. 소음피해는 인정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어디로 가란 말이냐. 군비행장 들어사는 것을 반대하지 않을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사정조로 설득하는 게 전부다. 2005년까지만 기다리면 국방부의 피해보상 계획에 따라 보상해 준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보상받고 앞으로 계속 참고 살란 말인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5년간 참고 견딘 세월이 부족하단 말인가?”

25년 참고살아 더는 안돼
청주환경운동연합 실무자들의 도움을 받아 주민집회를 기획추진한 서현석 부위원장(56)은 오래전부터 비행장이전에 발벗고 나선 선봉장이다. 외하동에 사는 서부위원장은 지난 94년 오근장·외하동 일대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만들 때부터 참여했다. “여름방학 때 청주대 학생들이 인터넷 교육봉사 한다구 우리 동네에 며칠 다녀갔는데, 비행기 소음을 듣더니 ‘어떻게 이런 데서 살아왔느냐’며 신기한 일처럼 물어봤다. 물론 우리 어른들은 어느 정도 이골이 나서 견디지만, 문제는 아이들이다. 이런 소음속에 애들을 키우고 싶겠는가. 북이초등학교가 옛날에 비행장 들어설 무렵에는 25학급 규모였다. 지금은 전체 6학급으로 줄어들었다. 공군부대 군인 자식들도 여기 학교로 안보내고 통학버스 태워서 청주로 나가니 학생이 더 늘어날 여지가 없다”
비행단장과 면담자리에서 영내군인의 취학아동을 북이초교에 보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사라진 동네는 생기가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다. 우선 사람이 살기에 불편한 지역이다보니 땅값이 오를 리 만무다. “이쪽으로 그린벨트 풀렸다고 하지만 아직도 평당 4∼5만원짜리 논이 있다. 인구가 자꾸 줄다보니 작년도 지방선거 때는 오근장동 선거구가 5000명 하한선에 턱걸이해 자칫하면 시의원 한명도 내지 못할 뻔 했다. 일단 전투비행장만 이전하면 민항기는 소음피해가 그리 심하지 않기 때문에, 거주여건이 개선될 것이고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 아닌가?”
이전촉구대책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노무현 당선자가 충북공약으로 제시한 대로 전투비행장 이전을 이행해 달라는 요청이다. 또한 전두환 전 대통령 재임당시 청주전투비행장 이전의 당위성을 인정해 김인기 공군참모총장에게 이전지시를 내린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때 충주에 19전투비행단이 생기면서 오근장에 소규모 비행부대만 남았었는데, 남북관계가 긴장되면서 이전계획이 중단돼 청주, 충주 2곳에 전투비행장이 생기는 결과가 되버렸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98년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투기 소음으로 피해를 보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인구수가 1만103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도 군비행장은 이전시켜야 한다. 반쪽짜리 공항이다보니 국제선 취항도 어렵고 화물기지 역할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순수하게 민간공항이 된다면 주민들도 고용창출 등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서부위원장은 공군부대의 대민지원 활동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농번기나 태풍피해 때 가장 큰 일손이 공군부대 장병이었다. 성심껏 대민지원 봉사를 하는 모습이 너무도 고마웠다. 최근에는 부단장이 직접 마을경노당을 찾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예전보다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밀레니엄 골프장오염 반대
최근 오근장동 주민들이 충북도의 공청회를 막았던 밀레니엄타운조성사업도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다. 주민들은 이미 지난해 밀레니엄타운 저지 대책위를 구성한 상태다. 반대이유는 무엇일까. “시민공원으로 조성한다며 찬성이지만, 주민예산을 들여서 골프장하구 호텔짓는다면 절대 반대다. 500억원의 예산들여 일부 특수층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만든다면 우리 주민들은 뒷치다꺼리 밖에 할 게 없다. 골프장에 농약쓰기 시작하면 동네 농토만 망치게 된다.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체육, 생태공원으로 만든다면 우리 주민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편 충북도는 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할 도내 7대 주요 건의사업에 공군전투비행단 이전도 포함시켰다. 소음피해보상특별법 제정도 건의할 방침이다. “댐주변 주민들은 지원특별법이 만들어져서 피해지역별로 보상차원의 개발예산이 배정되고 있다. 하지만 군공항 피해지역에는 어떠한 배려도 없었다. 서부위원장은 오는 설날 이전에 또한번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충청권 신행정수도 이전공약과 오근장 전투비행단 이전공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꿈, 그 꿈은 서부위원장 뿐만이 아니라 140만 도민 모두의 꿈일 것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