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흥덕구 사직동의 한 빌딩에서는 사회복지법인 한건복지재단의 현판식이 각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거행됐습니다. 중견건설업체인 한국종합건설의 김경배 사장이 거금 50억 원을 출연해 설립된 한건복지재단은 앞으로 불우한 노인과 장애인, 불우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펼치리라고 합니다. 새해 들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낭보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이날의 복지재단 출범은 지난 연말 김 사장이 평소의 뜻을 구체화하여 몇몇 인사들에게 발족과 운영을 일임함으로서 실현을 보게된 것입니다. 김 사장은 재단 설립취지문에서 “그 동안 근검한 생활로 저축하여 얻어진 재산을 사회의 불우한 계층에 지원함으로써 어두운 뒷길을 불 밝히고싶다”면서 “조상 전래의 봉사 이념을 후예로서 실천하고자하는 의지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김경배 사장은 주지하다시피 청석학원 설립자 형제 중 한 분인 석정 김영근선생의 손자입니다. 김 사장은 본인의 말대로 성실과 신용으로 창업 20년만에 기업을 토대 위에 올려놓아 사회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평소 나서기를 좋아 하지 않고 명예조차 멀리하며 낯내기를 꺼려해 그의 얼굴을 아는 이 조차 많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몸가짐으로 일관해 오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복지재단 발족에도 일체의 권한을 이사회에 일임하고 자신은 이사로도 참여하지 않는 ‘결벽증’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훗날 사업에서 물러나는 노년에나 이사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있습니다.
김 사장의 이번 복지재단 설립은 청암, 석정 두 어른이 대성학원(현 청석학원)을 설립해 교육입국에 공헌한 큰 뜻을 잇는 쾌거라 하겠습니다. 오늘 우암산에 우뚝 선 청주대학을 위시한 청석학원이 지역, 나아가 국가사회에 이바지 한 바 크다면 이번 한건복지재단의 설립은 그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인색한 사회입니까. 해방이후 그 많은 재력가들이 그 때마다 지역에 등장했지만 그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사심 없이 재산을 환원한 일은 없었습니다.
물론 김유례할머니를 비롯해 신언임할머니, 최공섭 전정숙할머니부부, 임순득할머니처럼 배움도 없고 명예도 없었으나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대학에 쾌척한 훌륭한 분들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내 노라 하는 그 많은 기업인들, 명망가들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 본적은 없습니다. 김경배 사장의 복지재단 설립이 남 달리 돋보이는 것도 사실은 그 때문입니다.
경제가 발전해 국민소득이 1만 불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불우한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지할 곳 없는 연로한 노인들도 많고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들, 호구지책이 어려운 장애인들, 부모 없이 어린 몸으로 살아가는 소년 소녀가장도 많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요 한 것은 바로 가진 이 들의 도움입니다.
우리가 서구 선진사회에서 배워야 할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지도층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일입니다. 우리사회 지도층, 가진 이들의 아쉬운 점이라면 바로 그러한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한건복지재단의 출범이 계기가 되어 제2, 제3의 복지재단이 생겨나 어려운 이들을 돕는 미풍이 온 지역사회에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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