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권 5년, “정치적으로 아무 것도 얻은 것 없다”
“그만한 자체 역량 부족” 자성

민주당은 DJ에 이어 정권 재창출을 이룩했다. 여기 저기서 정권 창출의 과실을 맛보고 있다. 그런데 정권 창출과 재집권에 결정적 역할을 한 충북에서의 민주당은 여전히 ‘야당’같은 찬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DJ 정권 5년 동안 정치적으로 아무 것도 얻은 것이 없다는 허탈감이 충북의 민주당에 팽배해있다. 왜 이런 그늘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그리고 노무현정권에서의 충북 민주당의 위치는 어떨 것인지를 조망해 본다.

1997년 12월12일 늦은 밤 민주당 충북도지부 당직자를 비롯한 민주당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펄쩍 펄쩍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제 15대 대선 결과가 민주당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결정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지부동 그렇게 변할 것 같지 않던 여야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들 충북지역 민주당원들에게는 한 풀이와도 같은 격정이 몰아쳤다. 전통적으로 강한 여당세, 특히 같은 야당이라고 해도 김대중을 지지한다는 것만으로도 ‘골수 야당’의 마이너리티로써 설움을 받아온 충북 민주당원들에게 김대중 당선은 힘있는 여당을 해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충청권의 맹주인 JP와의 후보단일화로 JP의 덕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동서로 분명하게 지지도가 갈라졌던 구도에서 국토 한가운데 충북에서의 승리가 대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나 충북 민주당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이나 특히 호남에 가서 충북에서 왔다고 하면 마치 ‘민주인사’쯤으로 비쳐지고 대접받았던 사례는 김대중 정권 탄생에 충북의 역할이 어떤 의미를 갖는 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충북은 그만한 대접을 받았으며, 충북 민주당은 그런 역할을 충분히 했는가라는 점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대단히 회의적이란 사실이다. 한마디로 충북에서의 민주당은 여전히 야당이었으며, 그 공과를 충북에 제대로 전이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충북에서의 민주당의 이런 위상은 여당 없는 충북을 만들어 지역발전과 인재의 발굴 및 양성을 놓쳐버린 결과를 가져왔다.
지역 민주당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청남대에 왔어도 지역인사 한번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로 충북에 대한 DJ 정권 5년 동안의 대접을 평가했다. 이전 대통령들은 청남대에 들러 묵게 되면 지역 인사들을 초청하여 지역 현안을 들어주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인물 교체가 정권 교체의 요체
정권 교체는 곧 인물의 교체임을 의미한다. 어떤 인재들이 얼마나 쓰였는가가 그 정권의 특성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북에서 민주당이 과연 집권당이었는가는 충북인재가 얼마나 쓰였는가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정부에서 발탁한 지역 민주당 인사는 없다는 것이 민주당 인사들의 설명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청주상당에서 홍재형의원, 충주에서 이원성의원을 당선시켰다. 이들이 유일한 지역의 민주당 간판들인 셈이다.
차라리 김대중 정부에서 혜택을 입은 지역 인사로는 자민련 출신들이 더 많다. 공동정부의 나눠먹기에 의해 자민련 몫으로 나온 자리 중 구천서씨가 산업인력관리공단이사장, 김진선, 정우택 의원이 해양수산부장관, 김동관씨가 증권예탁원장, 김진선씨가 국가비상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이용희최고위원, 조흥연조직특위부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지역과의 연결고리에 있었고, 장한량전도지부장, 임헌택씨 등이 지역의 민주당 전위대였다.
그런데 실제 수년간을 민주당과 고락을 함께 해온 지역 당직자들에게는 어떠한 자리도 주어지지 못했다. 다만 민주화 운동을 하던 인사 몇몇이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김영근, 유수남씨 등이 제2건국위에 가는 정도였는데 민주당 몫으로 보기 어렵다.
이를 두고 지역 민주당 한 인사는 “이용희 최고위원을 비롯, 역할을 할 만한 사람들이 중앙당이나 정권과 연계하여 지역적 몫을 챙기기 위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자기들만 호가호위한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당이나 권력에만 얼굴을 내밀고 지역에 와서는 힘 자랑만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충북에서의 민주당 인재 부족을 든다. 야당의 척박한 풍토 탓에 인재가 꼬이지 않았고 인재 육성 및 발굴의 적극적인 모색도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도지부 한 당직자는 “한마디로 인재가 없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지 못한 것도 그 원인이다. 변방에서 갑론을박해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권력의 지근거리에 접근해야 하는데 그것은 일단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닌가. 홀대받지 않으려면 준비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런 중앙 정치와의 연계 또는 성장은 차치하더라도 지역에서의 위상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당원들이 많다. “지역의 자리라는 자리는 여전히 구 여권 성향의 인사들이 모두 차지하고 있다. DJ 정권 5년이 지났는데도 별반 달라진게 없다. 이는 정권을 창출하는데는 50%이상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북에서는 민주당이 변방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K씨는 인재 편중에 의한 정치적 왜곡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같은 집권당인 민주당의 충북지역 인사 홀대, 또는 집권당내에 지역인재 부재는 고스란히 충북 발전의 정체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일개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인사 K씨는 “김대중 정권 5년 동안 지역에서의 민주당 인재 풀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하에서도 충북인재의 무대는 확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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