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아직 왕이 되기 전 젊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그는 사냥 길에서 범에 쫓기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대경실색하여 마을로 도망쳐 온 이성계는 갈증 끝에 헐레벌떡 한 처녀에게 물을 청했습니다. 철철 넘치는 우물에서 한 바가지 물을 뜬 처녀는 버드나무 잎을 한 움큼 띄워 건네주었습니다. 이성계는 후후 나뭇잎을 불어가면서 물을 마시고 가까스로 갈증을 풀었습니다.
숨을 돌린 이성계는 의아한 나머지 “왜 나뭇잎을 띄워주느냐”고 물었습니다. 처녀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물도 급히 마시면 체 하기 때문엡”라고 공손히 대답했습니다. 이성계는 처녀의 지혜에 내심 감탄해 마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는 훗날 태조의 두 번째 비(妃)가 되니 곧 왕자의 난 때 희생된 방번 방석의 생모입니다.
지금부터 50년 전 만해도 농촌에 가면 우물에서는 밤낮없이 물이 철철 넘쳐흘렀습니다. 그 우물은 마을사람들의 생명수인 식수는 물론 각종 생활용수의 공급원이 됐습니다. 아무리 물을 퍼 써도 바닥이 나지 않고 끊임없이 솟아났으니 그야 말로 물이 흔해 물을 물쓰듯하였던 것입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인체의 70∼80%가 물이듯 모든 동식물은 물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에는 13억6000㎦의 물이 있다고 합니다. 물은 30억 년 동안 하늘과 땅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같은 양을 유지하고있는데 그 중 97.2%는 바다에 있으며 2.15%는 양극의 빙관(氷冠)과 고산지대의 빙하에, 나머지는 지하 5㎞깊이에서 지상 11㎞높이의 공중에 퍼져있습니다. 하천에 담긴 물은 0.0001%에 지나지 않습니다.
세계인구가 25억명이었던 1950년대만 하더라도 가장 흔한 자원 가운데 하나는 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구촌은 도처에서 물 부족현상이 심화되기 시작해 바야흐로 세계는 물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있습니다.
물 기근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구증가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과 물 과소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1990년 53억 명으로 인구가 증가하자 물 소비량은 3배 이상 늘어났고 1999년 60억명을 돌파한 데이어 2025년 83억명, 2050년 100억명에 이르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물 부족국가에서 살게되리라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구의 20%는 자체 식수원을 찾지 못해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이 올 2003년을 ‘세계 물의 해’로 정하고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는 것은 이미 ‘물의 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물을 둘러싼 국가, 지역간의 갈등은 벌써부터 세계 곳곳에서 확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물 부족국가로 분류 된지 오래입니다. 연평균 강수량은 1283㎜이지만 인구 밀도가 높아 강수 총량을 1인당으로 환산하면 세계 평균의10분의1 수준에 불과합니다. 건교부에 따르면 2006년 우리나라의 물 부족량은 연간 4억t, 2011년에는 연간 20억t을 상회하리라 합니다.
물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있는 것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인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물 소비량은 일본 영국 프랑스 등 물 풍요국들의 수준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제일 물을 많이 쓰는 나라로 꼽히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지 않은 것의 세계제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 또한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물이 부족한 나라에서 물을 아껴 쓰지 않고 펑펑 쓴다면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석유를 수입해오듯 물도 수입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범 국민적인 물 절약운동을 벌여야 하겠습니다. 물이 곧 돈이라는 생각을 갖는다면 물을 함부로 쓰지는 못합니다. 돈 쓰듯 물을 아껴 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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