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 6일 음성 고향마을 성묘 환대받아

“세계가 저를 평가한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지난 50년 동안 이뤄낸 놀라운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상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3명의 경쟁자가 중도 포기함으로써 차기 유엔 사무총장 당선을 확고히 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추석인 6일 고향마을을 방문해 주민들로부터 축하를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충북 괴산군 장연면의 장모 묘소를 성묘한 뒤 선친의 묘소가 있는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윗행치 마을을 방문한 반 장관은 ‘사실상 당선’을 축하해주는 하객들에게 “아직 (유엔총회의 인준 등)두어 단계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유엔의 개혁을 바라는 많은 세계의 외교관들이 ‘한국인이라면 뭐든지 해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사무총장 내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가 ‘한국의 경험’을 택한 것

반 장관은 “분단국가에서 유엔 사무총장이 배출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외라 여기는 것 같은데, 세계가 우리(대한민국)를 보는 눈이 크게 달라진 것 만은 분명하다”며 “유엔 내부의 개혁을 바라는 많은 나라들이 한국인을 선택한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년동안 사무총장 선거를 위해 일했고, 특히 최근 7개월 동안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각국의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유엔개혁의 필요성과 개인적 포부를 밝혀왔다”면서 “만약 유엔사무총장의 중책이 주어진다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과 세계의 평화, 인류의 공동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이어 “개혁중인 유엔이 최근 수년 동안 괄목할만한 인권신장과 경제.사회적 성장을 일궈낸 한국의 경험을 자산으로 삼기 위해 나를 택한 것 같다”고도 했다.

◆고향주민들 “400년來 최대 경사”

금의환향하는 반 장관을 맞이한 고향마을은 금세 축제장으로 변했다.

윗행치 마을 18가구 30여 명의 주민들은 일주일 전부터 마을 입구와 경로당을 청소하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주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반 장관을 환영해줬고, 광주반씨 종친들은 반 장관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향을 지키고 있는 반 장관의 육촌형 기종씨(67)는 “행치 마을이 조성된지 400년 동안 이런 기쁨은 없었다”며 “300여 명의 축하객이 몰려와 꽹과리와 북을 치고 박수를 보낸 사례는 근래들어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반 장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

악수와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하객들에게 둘러싸여 반 장관은 발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다.

10여 차례에 걸쳐 기념촬영을 소화하고 난 후로도 30여 명으로부터 사인공세를 받았다.

고교생 박모군(18)은 “내년에 대입수능시험을 보는데 큰 인물의 기(氣)를 받으면 좋을 것 같아 청주에서 물어물어 찾아왔다”며 “(반 장관의)친필 사인이 적힌 종이를 책상 위에 걸어놓고 공부하면 원하는 명문대에 꼭 합격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축하행사에서 우건도 음성군 부군수는 “앞으로 음성군을 홍보할 때 ‘음성은 반기문 총장을 배출해낸 고장’이란 수식어를 써야할 것 같다”고 했고, 이기동 충북도의원(한나라)은 “음성군이 배출해낸 반 장관은 대한민국의 자랑을 뛰어넘어 아시아의 자랑이 됐다”고 극찬했다.

이에 대해 반 장관은 “고향을 떠나 충주.서울 등지로 떠나 공부하고 외교관으로 세계 각국을 다니는 동안에도 고향을 잊지 않았다”며 “추석 명절인데도 축하해주기 위해 먼길을 달려와 축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고 화답했다.

선친 묘소를 성묘한 뒤 귀경길에 오른 반 장관은 빠르면 오는 9일께 안보리 공식투표에 단독으로 출마하게 되며, 유엔 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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