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

한대수 청주시장이 취임한지 반년이 지났다. 그런데 한대수시장이 한 일이 도대체 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이 많다. 시정에 대한 한대수 칼라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변화와 개혁의 시대에 리더로서의 비전과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물론 전임 나기정 시장이 벌여놓은 일을 마무리하고 추단하느라 새로운 자신의사업을 펼치지 못한 것이 ‘우유부단한 시정’으로 비쳐지게 했을 뿐이라는 시각도 일리가 있다. 한 대수시장 스스로도 올해부터는 뭔가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주변에 피력해 오고 있다.
한대수 시장이 취임 6개월여 만에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앞으로 한 대수시장이 보여줄 행정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너무 긴 업무 파악 기간

“하는 일도 없고 잘못 되는 일도 없다. 도대체 일을 해야지 잘 하는지, 잘못하는지 알 것 아닌가. 액티브한 면이 하나도 없다. 무엇인가를 하려하지 않는다. 2003년부터는 뭔가 보여주겠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한 대수시장의 시정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청주시 의회 한 중견의원이 즉석에서 내놓은 대답이다.
이 의원은 “의회도 할 일이 없다”고 했다. 집행부에서 하는 일이 있어야 감시도 하고 의견도 낼 터인데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시장이 직원 생일에 꽃다발 갖다주고 박수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며 새해벽두에 시청에서 내놓은 시책이라는 것이 직원 사기진작책이냐고 꼬집었다.
한 대수시장에 대한 이런 평가는 비단 의회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청주시청 한 출입기자는 “상부 기관이 시키는 행정 처리나 하던 전형적인 관선시대의 행정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딱히 잘못하는 것도 없다. 일을 크게 벌여 오히려 비판을 받았던 전임 나기정 시장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안전 운항이 지나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부에서는 한시장이 전임 나기정 시장이 벌여 놓은 일을 마무리하는 일에 치중하다보니 ‘자기 일’을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유인기 청주시 기획행정국장은 “한시장은 지금까지 (전임시장이)벌여놨던 사업을 정리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자기 사업을 하지 않았다. 자기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려해도 예산 수반문제 등으로 하지못했을 것이다. 한시장 스스로 내 사업을 2003년부터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일을 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주 잘된 판단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한 일은 어떤 것인가. 유인기 국장은 조직정비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이전 정책개발과 같은 경우 문화사업단 업무를 비롯하여 직지세계화사업, 제3전시관 등 업무를 다 추단하지도 못하면서 끌어안고 있었는데 이를 주관 부서별로 맡겨 체제를 정비했다는 것이다.
또한 단양군보다 넓은 경지 면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농정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어 정부의 농정관련 시책이나 보조 사업을 추진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 산업진흥과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할 체제 정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들렸다.

한시장의 근본적 행정
철학이 ‘생활행정’

그러나 이제까지 한시장의 행정 수행이 전임 시장이 벌여놓은 사업에 대한 마무리에 초점이 맞추어졌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시장은 일을 벌여 앞장서 끌고 가는 것이 체질적으로 안맞는 스타일이라는 평도 나온다.
한시장이 가지고 있는 행정철학은 주민생활에 피부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정, ‘생활행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다시 유인기국장의 말을 빌려보자. “대단위 사업보다는 주민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거나 불편을 주고 있는 도시계획사업, 즉 소방시설이나 도로시설, 편의시설 등 주민 피부에 와 닿는 사업을 하자는 것이 시장의 생각이다”는 것이다. 시민을 챙겨주는 이런 행정이 기초자치단체가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연차사업을 소홀히 하는것도 아니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청주 가로수길 확포장 공사비 100억 중 50억원을 확보하여 곧 착수하게 됐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한 대수시장은 선거운동기간서부터 줄곧 전시행정을 비판해 왔다. 전임 나시장이 벌인 대형 사업들을 전시행정으로 규정했고 취임 이후 항공엑스포와 인쇄출판박람회의 행사 폐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제 많은 시민들은 한시장이 전시성 행사를 하지 않는 다는 명목으로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과 비전을 제시하고 추진하여야 할 몫까지 방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정으로 한 대수시장의 시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 민경명기자

선거법위반 기소가 한 시장 위축 시키나?

선출직 단체장에게 선거법은 무서운 존재다. 자신 또는 선거사무장, 직계 가족이 선거법위반으로 1백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그 직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선거 종료 후 공소시효 만료 때까지 선거법에 저촉된 각 단체장들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 한 대수시장도 당선되어 취임을 했어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였기 때문에 행동 반경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한 시장이 선거법 기소 시효 만료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지난해 11월21일 청주지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이런 선거법 위반 기소가 한시장을 위축시키는 것은 아닌가?
한 시장의 기소 내용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월12일 민주당 당원이라고 밝힌 170명이 민주당을 집단 탈당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해 당시 한 대수 후보를 지지한 것과 관련, ‘이들은 민주당원이 아닌 한 대수 후보측의 조작극’이라는 것.
일반인을 민주당원이라고 위장한 부분이 드러나 선거 운동 관계자 2명과 함께 기소되었는데 한시장은 당시 상황을 알지 못했고 선거운동원이 한 일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달쯤으로 예정되어 있는 공판에서 한시장이 그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개입 여부가 드러나면 선거법의 촘촘한 그물 망을 벗어나지 못할 우려도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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