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7개월간 전임자 사업 ‘감사행정’에 바빠
실무급 북돋아 자발적 ‘엔진’으로 가동시켜야

한대수 선장의 민선 ‘청주호(號)’가 출항한 지 7개월을 맞았다. 이제 좌표와 방향에 대한 탐색을 끝내고 새로운 항로를 정해야할 시점이다. 지난 2000년 충북도 부지사직을 던지고 국회의원 총선을 통해 정치입문한 한대수 시장. 행정고시 출신으로 30여년의 공직경험을 가진 한시장의 당선으로 청주시정에 새 바람이 예고됐다. 하지만 지난 7개월간의 청주시정을 ‘감사행정’으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전임 시장 때 벌인 각종 사업에 현미경을 대고 메스를 가한 것을 빗댄 말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한시장과 이종배 부시장은 행정관료로는 드물게 감사원 재직경력을 갖고 있다.
‘감사행정’의 결과는 ‘빼거나 줄이거나 보류하는’ 세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우선 나기정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국제공예비엔날레, 항공엑스포, 인쇄출판박람회에 대한 손질에 착수했다. 공예·항공행사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인쇄출판박람회는 단발성으로 마감시키는 것이 전임 나시장의 구상이었다. 반면 한시장의 선거정책 캠프에서는 청주 직지의 상징성을 살려 인쇄출판행사를 살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따라서 한시장의 당선과 함께 어느 행사가 계속사업으로 선택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종적으로 인쇄·항공행사가 제외되고 공예비엔날레 개최를 결정했다. 청주시의 재정출연기관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맡기로 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이하 문화재단)은 국제적인 문화행사 추진과 공예관·유물관 위탁운영, 청주문화산업지원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문화시장’이라 불린 전임 나시장의 의지에 따라 설립된 문화재단은 항공·인쇄출판 행사가 빠져나가면서 조직구성과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시장은 취임과 함께 문화재단에 대한 조직진단을 실시했고 전임 시장의 임명장을 받은 직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조직진단은 유야무야로 끝나 결과조차 발표되지 않았고 오히려 한시장의 선거캠프 브레인들을 추가로 재단 직원으로 임용하게 됐다. 이에대해 청주시 공무원 Q씨는 “재단이 방대하니 조직부터 재조정하자는 취지로 조직진단을 했을텐데, 오히려 자기 사람까지 들여보내는 결과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은 더 이상 개혁대상이 될 수 없는 것 아닌가?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도 시의 지원사업으로 유지되는 재단에 기금출연을 할 수 없다며 집행부가 편성한 5억원 기금예산을 전액삭감했다. 결국 재단의 현안문제들 가운에 무엇하나 해결점을 찾은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재단의 조직진단 결과, 향후 4년간 해마다 20억원씩 기금출연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집행부는 올해 5억원을 편성했고 그나마 전액삭감된 것.
민선단체장이 대외관계로 인해 조직장악에 어려움이 있다면 부단체장이 선봉장을 맡는 것이 순리다. 이종배 부시장은 취임직후 잦은 회의를 통해 조직전반을 추스리는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욕을 살리는데는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시 직원 W씨는 “정치적인 단체장보다 부단체장의 내부단속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부시장은 회의는 많지만 밑에 건의를 수용하는데 인색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행자부에 근무한 고위관료들은 ‘나를 따르라’식의 업무행태를 보이곤 한다. 몸을 낮춰 6·7급의 실무담당을 내 사람처럼 끌어들여 자발적으로 동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의지가 강했던 한시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취임 일성으로 청원군과 통합을 주창하며 통합시장 불출마를 선언해 주목받았고 최근에는 청원군 청사매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시군통합을 전제한다면 현 청원군 청사를 시가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차기 도지사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시장에 대한 항간의 소문을 일축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한시장은 우유부단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주무부서의 의견을 존중,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고 추진력있게 밀고간다는 것이다. 전임 나시장이 일일이 챙겨가며 직원을 앞에서 끌고가는 타입이라면, 한시장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뒤에서 몰고가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이에대해 시 공무원 A씨는 “한시장을 한마디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취임이후 조직안정을 위해 추스르는 작업을 해왔고 전임 시장이 벌여논 사업을 뒷갈무리하는 시기였다. 과단성있게 밀어부치는 것도 좋지만, 시민여론에 따라 아니다 싶으면 중도포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단체장 아닌가? 한시장은 충분히 상대방의 말을 듣고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밀고나가는 타입이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결정이 이뤄질 시점은 아니고, 그동안 민원에 발목잡혔던 화장장·쓰레기소각장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시장은 체제 과도기에 복지부동(?)했던 주무과장들에 대한 군기잡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충분한 권한을 줄테니 열심히 나가서 뛰어보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민선 한대수선장의 ‘청주호’는 너무 오래 부두에 ‘정박중’이다.
/ 권혁상 기자

‘한-나 공조’ 윈윈전략 가능할까?

전임 나시장,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영입설 나돌아

지난해 10월 나기정 전 시장의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취임설이 은밀하게 나돌았다. 전임 나시장이 공을 들여온 사업인데다 문화적 안목, 인맥 등을 감안해 한대수시장이 재단운영을 일임한다는 내용이었다. 문화재단 설립후 지금까지 사무총장감을 찾지못해 공석으로 비워둔 상태에서 나 전 시장을, 시장이 당연직으로 있는 이사장 아래 사무총장으로 임명할 수는 없고, 아예 이사장직을 넘겨준다는 얘기였다. 이에따라 나시장 측근에서는 ‘사실상 지역에 더 이상의 적임자는 없다’며 한시장의 결단(?)을 흔쾌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대선정국에 접어들면서 돌출변수가 발생했다. 전임 나시장이 민주당 노무현후보의 지방자치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된 것. 한나라당 소속인 한시장 입장에선 선뜻 추진할 상황이 아니라서 운만 뗀채 보류됐다는 후문이다. 또한 노후보 당선이후 일부에서는 나 전시장의 차관급 입각 가능성을 점치고 있어 재단 이사장 영입 문제는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전임 나시장의 이사장 영입은 아직까지 가능성이 열려있는 ‘한-나 공조’의 카드로 여겨지고 있다.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한시장은 전임 시장과 손잡는 모습 자체로 안정된 청주시정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재단기금 출연문제가 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벽에 부딪친 상황에서, 재단설립에 초석을 깐 전임 나시장이 들어서면 결자해지의 명분으로 매듭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론을 펴며 꼬리표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전임 나시장의 측근인물 모씨는 “재단의 가장 시급한 문제가 기금확대인데 올해 5억원 출연계획도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전임 나 시장이 대 의회관계까지 추스리기도 어렵고…, 두 분 사이에 기금, 인사 등 예민한 문제에 신뢰성이 담보돼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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