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이전'에 가리고 인수위에선 거론조차 안돼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표는 최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관해 재미있는 일화를 털어놓았다. “노무현 당선자가 후보 시절,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두 가지를 들어달라고 내가 얘기했다. 그중 한 가지가 청남대를 아주 극히 일부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다 시민들을 위해 개방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랬더니 노 당선자가 그것이면 되느냐고 묻더라. 그게 내가 노후보를 도왔던 ‘옵션’이었다. 노 당선자는 청남대 개방을 약속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남대는 일부만 보호시설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소년소녀 가장이라든가 장애인이라든가 사회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와서 놀다 갈수도 있고 대통령이 초대해 가든파티도 열어줄 수도 있는 곳으로 개방했으면 한다. 청와대는 너무 번거로우니까 청남대 같은 곳을 그렇게 쓰면 좋지 않겠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청남대를 폐지하고 관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한다는 내용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정작 지역에서는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빅뉴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청남대에 관한 내용이 흘러나오는 것도 없고, 충북도 차원의 계획이 수립된 것도 없다. 충북도민들에게는 이것이 다른 공약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임에도 거론조차 안돼 이러다 흐지부지 되는게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다.

“곧 인수위에 정책대안 제시할 것”
특히 충북도 차원의 마스터플랜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여간 실망하는게 아니다. 도내 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청주시 기획감사과에서는 청주지역 공약을 챙기며 사회단체와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나 도에서는 그런 분위기가 없다. 무대책을 넘어 무관심 수준이다”고 분개했다. 이찬희 문의주민대책위원장은 “청남대가 개방되면 국민들이 와보고 유람선을 띄워 청소년들이 수상활동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문의주민들이 인수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형편이다. 지금 나서면 시기상조 일 것 같고…”라고 말했지만 대통령 공약사항이 유야무야 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 정도다. 박창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대선정책팀장은 “곧 민주당 충북도지부 홍재형 의원을 만나 충북지역 공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11개 분야 정책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 정책의 큰 틀은 환경파괴적 개발중단과 지역균형발전, 교육문화 발전을 통한 삶의 질 개선, 지방분권과 자치 등인데 청남대 문제도 여기 포함돼 있다. 이중 인수위원회에서 공약으로 채택된 것은 이행을 촉구하고, 안된 것은 수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물좋고 경치좋은 대청댐 부근에 건립된 청남대는 현재까지 10여년 동안 굳게 잠긴 채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때문에 내부를 이태리산 최고급 대리석으로 깔았다, 골프장이 있다는 등의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도민들은 노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선택된 만큼 이번에는 청남대 철폐 공약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지금은 이 계획이 흐지부지 돼서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였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감시하고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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