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 소이탄으로 굴속 피난민 400여명 질식사당해
99년 노근리사건 계기 알려져, 주민대책위 위령사업 시작

천주교청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효신 간사

영동군 노근리사건에 이어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폭격으로 희생된 원혼들을 위한 위령제가 사건 발발 52년 만에 처음으로 1월 14일 단양군 영춘면에서 열렸다. 피해규모와 참상이 노근리사건보다 더욱 처참했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채 잊혀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유족들과 지역 사회단체를 주축으로 한 첫 위령제가 열림으로써 사건의 진상규명과 공론화를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맞고 있다.
곡계굴(哭溪窟, 속총 괴개굴) 사건은, 1951년 1.4후퇴 과정인 1951년 1월 20일(음력 12월 13일) 피난을 내려가던 강원도 영월 등 인근지역 피난민들과 영춘면 일대 주민 등 400명이 곡계굴에 피신해 있었다. 이때 곡계굴 입구쪽에 미군용기 4대가 나타나 소이탄을 떨어뜨리고 기총소사 함으로써 굴안에 있던 대부분의 피난민들이 연소질식사한 사건으로 요약된다.
곡계굴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미국 AP통신의 노근리사건 보도 이후 지역 언론의 취재보도 이후부터다. 당시 곡계굴 대책위원회(위원장 조태원, 단양군 영춘면)는 청와대, 외교통상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주한미군 측에 진정서한을 접수시켰으나, 돌아온 것은 ‘노근리 사건해결 이후 조치하겠다’는 국방부 답변 하나였으며, 그 후로 취해진 ‘조치’없이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져가고 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유익형교사(42·단양고)는 “유족 대부분이 고령에다 정부당국 및 각계에 제출한 진정과 청원이 성의있는 응답 없이 잊혀져 가고 있어 지역 사회단체 및 젊은 유족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책위 활동을 모색하기 위해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는 당시 9살의 나이에 곡계굴에 들어갔다 천운으로 살아나온 조병우(61)씨가 사회를 보며 그날의 처참했던 상황을 소개해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조씨의 고모 조인자(67)씨 역시 외조부와 오빠, 동생을 곡계굴에서 잃었으며, 조씨는 당시 굴속으로 밀려들어오는 불길이 오른쪽 허벅지에 옮겨 붙어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오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기총소사에 옆구리 관통상을 입고 기절했다. 다음날 깨어나 기적적으로 생존한 몇 남지 않은 생존자 가운데 한사람이 됐다. 조씨는 그후 결혼후에도 본인의 상처를 숨긴채 살아오다 상처부위가 곪아 뒤늦게 병원의 집중치료를 받아야 했다.
위령제가 끝난후 마을회관에서 조촐하게 마련된 음식을 나무며 참석자들은, 방치되고 있는 학살현장에 대한 표지판 설치 및 지역 역사교육의 생생한 현장으로 활용, 피해실태 및 명단확인 보완 등 향후 곡계굴 사건의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방향과 계획을 논의했다. 행사에 참석한 박만순씨(충북민간인학살진상규명 대책위)는 “곡계굴 사건과 같은 미군에 의한 학살사건과 국민보도연맹 관련 피학살자 등 도내에서 발생한 한국전쟁 전후기의 모든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통합특별법 제정을 위해 함께 협력하자”고 제안하고 피학살 유족 및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 채록 및 실태조사와 이를 위한 충북대책위원회와의 유기적 협력체제구축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고등학교 학생 6명이 행사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함께해, 자라나는 후세대들을 위한 역사교육이 담아야 할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하기도 했다. 충북지역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정진동 등)는 오는 23일(목) 2003년 합동신년회를 대책위와 유족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가질 예정이며, 도내 피학살 실태조사 및 학살지 역사순례, 통합특별법 제정 캠페인과 토론회, 유족증언대회 등 올 한해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다양한 신년 사업계획에 대하여 의견을 모을 계획이다.
(연락처 215-0324)

군수·교육장 아프리카행,
공무상 국외여행 맞아?

시민사회단체, ‘국외여행 적법성, 복지재단 경비지원’ 의문제기

(속보)자치단체장의 아프리카 집단외유와 관련, 충북도 실무부서에서 사전 실태파악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는 공무상 국외여행 여부에 대한 심사권한이 지난 98년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이관돼 도내에서 4명의 자치단체장 및 부단체장이 집단외유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장의 경우 일정, 기한 등을 사후에야 보고받았다는 것. 또한 아프리카 캠페인 투어에 4000만원의 경비를 지원한 (사)월드비전측은 다른 지역에 비해 충북지역 초청대상자가 지역 기관단체장에 편중된 점을 인정했다.
자치단체의 경우 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부단체장이 위원장을, 부서장이 위원을 맡고있어 사실상 제동을 걸기 힘든 구조다. 한문석부군수가 아프리카 외유를 떠난 진천군의 경우 지난해 12월 26일 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열었다는 것. 한부군수 본인이 위원장으로 사회를 보고 기획감사실장을 비롯한 과장급 6명이 위원으로 참석했다. 자체 주관한 모금행사도 아닌데 성금전달 명목의 공무 국외여행이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담당과장은 “성금전달 이외에 해외견문을 넓히고 국제행사인 태권도축제를 아프리카 국가에 홍보할 목적으로 공무 국외여행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비전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월드비전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한 국제적인 구호단체다. 과거엔 우리나라가 주 수혜국이었지만 이젠 해외지원사업을 펼치게 됐다. 홍보를 위해 언론사와 공동으로 모금활동을 펼치지만 철저한 자율모금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행 기부금품모집법상에는 경비지출을 모금액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인건비와 홍보비를 감안하더라도 무리한 기준이다. 캠페인 홍보작업의 일환으로 전국 13개 지부별로 해외투어를 하고 있다. 지역마다 공동모금 파트너쉽에 따라 목회자, 복지종사자들이 참여하는데 충북은 기관단체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에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고위공직자들의 연초 아프리카 외유에 대해 공무상 국외여행 적법성 여부와 복지재단 캠페인 투어행사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연대 송재봉사무국장은 “기관단체장이 공무상 목적도 없이 신년초부터 12일간의 장기외유에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같은 투어에 비리혐의로 재판 진행중인 언론사 사주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복지재단의 경비지원까지 받은 것은 도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관계 기관단체장들이 귀국하는데로 아프리카 외유의 적법성, 적정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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