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상징인 민주당 김민석의원이 집권여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주문했다. “그래 학생 때의 열정으로 좀 바꿔 봐라.” 실제로 김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결정은 대단한 긴장감과 호기심으로 다가 왔다. 기대감의 표출인 것이다.
지난달 29일 음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 제 1선거구의 한나라당 도의원 경선에서 일반인의 예상을 깨고 이기동씨(44)가 선출된 것이다. 이씨는 83년 충북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소위 핵심 운동권 출신이다. 과거처럼 위로부터의 낙점이 아니라 당원 및 대의원들에 의한 경선이었기 때문에 그 상징성이 더 컸다. 그는 “정치에 입문하면서 깨끗하고 성실한 자세로 유권자들한테 접근한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런 파격(?)을 예고하는 인물들이 또 있다. 이광희(38), 유행렬씨(38)다.

충북을 대표한 운동권, 출사표

이광희는 87년 충북대 총학생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충청대협의장 권한대행까지 지냈다. 당시 학생운동의 모체인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1기에 해당된다. 유행렬은 2년 뒤인 89년 역시 충북대의 총학생회장을 지내며 충북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충북대협) 의장을 맡았다. 전대협 3기다. 유행렬은 특히 89년 전국 최초로 전대협을 탈퇴해 대학가에 파문을 던진 소위 ‘쌍철용 사건’으로 이 대학의 전임 총학생회가 탄핵되자 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됨으로써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골수 분자(!)’인 이들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한다. 각각 청주시 기초의원(이. 산미분장동)과 도의원(유. 청주 제 4)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KYC(한국청년연합)를 이끄는 이광희가 오래전부터 준비했다면 유행렬은 주변의 강력한 권유로 최근 출마의지를 굳혔다.

기본, 원칙에 충실한 의정활동 희망

이들의 출마변은 이렇다.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면서 지방자치의 변화를 추구했지만 한계를 실감했다. 때문에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방의회는 자신을 뽑아준 시민들 속에서 운신하고 역할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나오겠는가. 특권 의식을 철저하게 배제시킬 필요가 있고, 그 역할을 하고 싶다. 그동안 의정감시 활동을 펴면서 느낀 많은 것들이 제도권 진입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됐다.”(이) “어느 특정인 한사람이 지방의회에 진출한다고 해서 갑자기 의회가 바뀌고 행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기 위한 단초, 기폭제가 되고 싶다. 처음부터 뜻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주변분들, 특히 지방의회를 경험한 윗분들이 적극적으로 제의해 와 결심하게 됐다. 아직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장 순수하고 가장 원칙적인 의정활동에 모범을 보이겠다는 신념이다.” (유) 공교롭게도 이들과 서울시장 후보 김민석의원은 아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동시대에 학생운동을 한 관계로 유행렬과 김민석은 두 번씩이나 청주교도소 동기로 지냈다. 86, 87년 쯤이다. 유행렬은 “이젠 오래되어 가물가물하지만 당시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가 위안으로 삼았다”고 기억했다. 이광희와 김민석도 자별하다. 두 사람 역시 학생운동을 같이 한것이 인연이지만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이광희의 부친은 김민석을 아들로 삼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다. 영등포는 김민석의 지역구다.
이들 외에 청주대에서 역시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졸업 후 청주 민주청년연합(민청련) 의장을 지낸 연철흠씨(민주당 청주 흥덕지구당 사무국장)도 청주시 기초의원(운천 신봉동)에 도전장을 내 관심을 끈다. 지난 98년에 이어 두번째인데 현재 지지폭을 넓혀가는데 탄력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운동권 출신들에 대해선 극히 일부이지만 부정적 인식, 예를 들어 과격하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이들이야말로 부정과 모순에 대해 자기 주장을 펴고 또 이를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나라 유권자의 중심 축을 이루는 3, 40대들은 과거 학생운동을 직접 체험하거나 목격한 세대이면서 항상 변화 지향적이다. 때문에 운동권 출신들의 제도권 진출을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 지금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결국 이런데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소위 색깔론이 통하지 않은 이유 역시 그럴 것이다”고 밝혔다.
/ 한덕현 기자

핵심운동권 출신들은 사업에서도 성공

6월 지방선거에 도전하는 핵심 운동권 출신들은 사업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음성에서 도의원에 출마하는 이기동씨는 지역에서 모 화재보험 대리점을 운영하는데 뛰어난 실적으로 업계에선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아예 대리점의 상호도 자신의 이름을 땄다. 지난해엔 36억원의 매출을 올려 경쟁 업소를 경악시켰다. 그는 사업 이전에 한국자산관리공사(구 성업공사)의 노조위원장을 지내면서도 남다른 조직관리능력을 발휘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우선 소득원만큼은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옆눈질을 안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역시 청주에서 도의원에 출마하는 유행렬씨는 현재 청주시 용암동의 농협 하나로마트에 사업장을 갖고 있다. 순수 ‘우리밀 빵’을 전문으로 하는 ‘들꽃세상’을 운영한다. 학생운동을 이끌던 수완을 발휘, 사업에서도 성공해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그는 “뭐든지 열심히 한다”고 말한다. 괴산군수 보궐선거 때는 현 김환묵군수를 도와 당선시킨 전력도 있다.
/ 한덕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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