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산업, 재정확충에 도움”…“시민 ‘개평’뜯어 배 불리기”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지난 3일 발표한 ‘2002년 사행산업 현황’에 따르면, “경마, 경륜, 경정 등 사행산업(복권 제외)의 시장규모가 무려 11조3178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경마·경륜·경정(모터 보트 경기)장 등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지자체들은 “안정적인 세수원 확보와 고용확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효자’ 노릇을 한다는 현실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세수입만 생각한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로 사행심리 억제에 나서야 할 자치단체가 도박을 권하고 있다”는 시민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자체들은 주5일근무제 등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경마·경륜 등 ‘레저’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사회단체들은 사행산업의 무분별한 확대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하는 ‘도박’이라고 맞서고 있다.

경륜·경마장, 가장 확실한
‘돈 벌이’…’대박’을 꿈꾼다

경기도는 과천경마장에서 2001년 무려 4415억원의 레저세(이전 경주마권세)를 징수해 타 지자체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레저세는 전체 지방세 3조4486억원의 12.8%에 이르며 과천시도 경마장 세수입으로 재정자립도 97.1%를 기록, 전국 1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는 ‘레저’의 땅이다. 성남시 분당과 수원시 등지에 실내 경마장 9곳, 분당과 고양시 일산 등지에 실내 경륜장 5곳, 과천시 서울경마장, 하남시 미사리 경정장 등 16곳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하남시와 광명시는 경정장과 경륜장을 추진 중이며 광명시의 경우 2005년 실외 경륜장을 추진, 2조1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창원시에 경륜장을 개설한 경남도 역시 2001년 306억원(매출액 4186억원)에 달하는 레저세 수입을 올렸고 2002년 7969억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90%나 급성장했다. 경남도는 2005년 김해 경마장을 개장할 경우 연간 1천억원의 세수입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유치에 나섰다.
대전시의 경우 이미 2곳에 장외경마장과 경륜장을 개장해 영업을 하고 있으나 1200억을 들여 또 다시 경륜장 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대전시는 2006년 이후 연간 585억∼940억의 지방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는 장외경마장 3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승마장을 경마장으로, 금정 사이클 경기장을 경륜장으로, 영도구 동삼동매립지에 경정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광주시 계림동에 개장한 실내 경마장의 경우 연평균 100억원 이상의 세수입을 걷어들이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사행성 산업시설 유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세수 확보가 손쉽다는 데에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고 산업기반이 열악한 지방단체일수록 구미가 당기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광주·전남도 유치 경쟁 나서며
‘갈등’…담양 등 경마장 유치 추진

전남도와 광주시 역시 시도간 난타전을 벌이며 지난해 12월 문화관광부에 경륜장 유치신청과 건의서를 제출하는 등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남도는 지난해 10월 행자부 재정투융자심사를 완료하고 11월 27일 경륜장 설치 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도는 1300억원을 들여 나주시 송월동에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륜장을 2005년 건립, 개장원년에 최소 78억원∼최대 699억원의 세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김용주 전남도 체육청소년과장은 “나주 사이클경기장에서 전국대회를 치르고 있다”며 “나주에 자전거 도로와 공원을 조성해 친환경적인 자전거메카로 육성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과장은 “주5일근무제 실시 등으로 레저문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경륜장은 지자체 재정확충을 위해서 필요하다”면서 “전혀 사행성이 없지는 않지만 이를 억제하기 위해 경륜은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지자체만 시행할 수 있는 공영경기다”라고 주장했다. 도는 올 7월에 사업 추진을 위해 공단 설립을 할 계획이다.
광주시도 경륜장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월드컵경기장활용방안 용역보고회’를 가진 다음날인 19일 문광부에 경륜시행허가 신청을 냈다. 광주시는 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종합레저타운을 조성하고 인근에 1천억원을 들여 경륜장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이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타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지방재정자립도를 제고하기 위해 고부가가치사업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광주시 장상근 체육청소년과장은 “경륜장뿐 아니라 레저타운을 운영해 월드컵경기장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며 “사행성 논란은 저변확대 과정에서 오는 시행착오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와 전남도는 경륜장 유치를 두고 “광주시가 전남의 발목을 잡는다”, “공정한 경쟁”이라며 갈등을 빚고 있다. 문광부가 나주와 광주라는 경계를 두고 인접해 있는 2곳 모두 경륜장 설립 허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와 달리 담양군도 종합레저타운 조성계획에 경마장 유치를 고려하고 있으며 화순군은 두견장이나 경마장을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경륜·경마장이 들어설 경우 △지방재정 확충 △고용창출 △관광사업과 연계해 지방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논리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은 ‘낮은’ 재정자립도에 있다.

낮은 재정자립도, “면죄부 될 수 없다”…시민 ‘개평’ 뜯어 배불리는 꼴

지방세 비율을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배분이 80:20으로 나뉜다. 국세 위주의 중앙집중적 조세제도에서 오는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실제 행자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98년 63.4%, 99년 59.6%, 2000년 59.4%, 2002년 54.6%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남도의 재정자립도는 13.7%로 전국 광역단체 중 최하위 수준이다. 광주시도 54%로 광역시 중 가장 낮은 형편이다.
광주·전남의 경우 산업기반 시설이 열악할 뿐 아니라 4112억원을 들인 전남대불공단은 2001년 분양률이 36.4%에 그치는 등 경제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유로 사행성 산업유치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공익성이냐 수익성이냐를 놓고 손쉽게 수익성을 선택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문제다”며 “엄청난 부작용도 외면하고 시민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하려는 자체가 엄청난 ‘도박’을 하는 것이다”고 힐난했다.
이어 “생산성 저하와 범죄 등 사회적 손실이 연간 1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사행산업 총매출액 보다 높은 것이다”며 “재정확충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먼저 지방분권을 통한 세수확대를 모색하면서 도박산업이 아닌 건전한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확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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