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예총 한-중, 충북민예총 한-베 교류 대표적
일회성 페스티벌 참가 아닌 정기행사 이끌어내야
형식화된 행사 지양 하고참신한 기획 과 전략 짤 때

언젠가부터 지역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손님’이 있다. 바로 해외에서 온 공연예술단들이다.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은 많게는 10년 이상, 적게는 1~2년 동안 다양한 국제교류행사들을 벌였다. 이질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매체들이 늘었다고 하지만, 낯선 문화들을 현장에서 만나면 역시나 생경해진다. 또한 최근 공연, 전시파트에서 이뤄지던 국제문화예술교류사업이 베트남 오지에 학교 건립 등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까지 발전하고 있다. 충청리뷰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벌이고 있는 국제교류사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 편집자

베트남 예술가들, 아리랑을 부르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요~.” 지난 16일 무심천 롤러스케이트장 야외무대에서는 어깨에 장구를 메고, 꽹과리를 들고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는 베트남 예술단들의 모습이 보였다. 지난해 4월 충북민예총 공연팀들이 베트남 현지를 방문해 장구, 꽹과리 등 악기 세트와 악보를 전해줬는데, 일년만에 만난 베트남 예술가들이 아리랑 한곡을 15일 동안 연습하고 들려준 것이다.

충북예총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한ㆍ중 예술문화 교류

2000~2006
내몽고, 충북

충북예총

충청북도

2000만원

 

청주예총

행 사 명

교류연도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한ㆍ중문화예술교류 사업

2002~2006
진황도, 하얼빈, 연길, 북경, 청도, 청주일원

청주예총

청주시

2000만원

한ㆍ중학생 예술콩쿨

2006~2005

연길

청주예총

청주시

1000만원

충북민예총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충북-푸엔성 문화예술교류

2006/2005/2004
충북지역/푸엔성/청주

국제교류위원회

충청북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00만원. 1000만원/ 2000만원. 500만원

동아시아 국제예술 레지던스 창작네트워크

2006년 7월 ~ 11월

청주시복합문화체험장

청주시복합문화체험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4920만원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한일 미술교류전

2006/ 2005/ 2004

청주 / 교토 / 청주

충북민미협

도문예진흥기금

200만원 / 430만원 / 자부담(문진금)


청주민예총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한-베트남문화예술교류

2006/2005/2004
베트남푸엔성/ 베트남 푸엔성 /청주

국제교류위원회

청주시

500만원 / 500만원 / 200만원

독일국제카니발 참가

2000~2006
독일 비스바덴, 마인츠, 프랑크푸르트, 오펜바흐

풍물연희당 울림

청주시

1500만원 / 1000만원 / 800만원/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북아프리카 튀니지국제페스티벌 참가 및 NGO와 함께하는 문화예술치유캠프

2006/ 2005

튀니지 아리아나, 튀니스, 가베스, 수스

풍물연희단 울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진금: 1000만원 / 자부담

프랑스 소르본느대학 초청공연

2006/ 2005

소르본느대학

전통음악위원회

청주시

자부담/ 자부담

행 사 명

교류연도

장    소

주    관

후    원

보 조 금

독일 민족문화학교운영

2006/ 2005/ 2004 / 2003/ 2002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인츠, 뒤셀도르프, 비스바덴, 슈트우트가르트 등

풍물연희단 울림

지역한인회 / 한독회관

자부담


충북민예총 이철수 지회장은 “청주 공연에서 앞서 제천에서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이민자 가족들이 왔는데, 공연 후에는 모두 ‘눈물바다’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한-베 공연예술 국제 페스티벌로 풍물연희단 울림, 민들레의 노래, 국악 실내악단 신모듬, 명창 조동언, 송문선 등 충북의 젊은 명인들이 1부 무대를 장식했고, 뒤이어 푸옌성 사오빈 예술단이 ‘염전마을’외 다양한 군무와 2500년 된 국보급 돌악기 ‘갠다’와 대나무 악기를 연주해 무대를 달궜다.

이지회장은 “푸옌은 베트남 전쟁시 한국군 주둔지로 전쟁의 상흔을 간직한 곳이다. 예술로 빚을 갚기 위해 푸옌을 택했는데 오히려 더 많이 준비를 해 와서 부끄럽다. 이번 교류의 주제는 ‘과거의 청산과 아시아의 연대’이고, 예술가들은 ‘삶의 예술’을 느끼며 진한 교감을 나눴다. 국제교류행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충북민예총은 지난 2004년 베트남 푸옌성 예술단 대표를 청주로 초청하여 국제교류조인식을 가진 후 2005년 2월 베트남 방문과 그해 4월 베트남 해방 30주년을 기념해 양국 문화예술교류를 펼쳤다. 지난해 40여명의 예술인이 베트남으로 떠났다.

충북민예총은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 교류사업을 진행했고, 또 베트남 오지에 평화학교 건립을 추진했다. 올 12월 완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도종환 시인이 최근에 낸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를 전부 기금마련에 보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미 두차례 충북의 예술가들은 기금마련을 위한 전시 공연행사를 벌였고, 이렇게 모인 2500만원은 지난 22일 베트남 예술단에게 전달됐다.

김기현 충북민예총 국제교류 위원장은 “문명사적으로나 문화사적으로 베트남과 한국은 동질성이 크다. 순수민간차원에서 이뤄지는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충북민예총의 국제화를 실현하고, 다양한 문화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한국에 도착한 사오빈 예술단은 24일까지 11일동안의 빡빡한 일정을 보냈다. 푸옌성 사오빈 예술단은 베트남 내 각종대회에서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우리의 도립예술단 성격을 띠고 있다. 올해는 푸옌성 문화통신청 부장이자 작곡가인 응엔 응곡 꾸왕을 비롯한 예술단원 22명이 방문했다.

바쁜 일정에도 17일 단재 신채호 사당과 영동 노근리 양민학살이 일어난 쌍굴다리 등을 기행했고, 18일에는 ‘평화, 꿈, 상생’을 주제로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전시교류 행사와 공연발표무대가 마련됐다. 또한 20일에는 공연예술교류 워크숍과 충북베트남 예술인 대회, 22일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를 위하여’를 주제로 명암타워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의 주축인 소설가 김남일씨와 방현석씨가 참석해 발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민간교류 차원에서 충북민예총 소속 풍물연희단 울림이 7년째 독일 프랑크푸르트 축제에 참여하고, 독일 현지에서 풍물지도를 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프리카 튀니지로도 풍물강습을 떠났다. 또한 국악인 조동언씨는 25현 가야금 ‘가야미’로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과 국제교류행사를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가야미’가 문턱높은 소르본느에 입성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이로인해 양국간 문화교류로 확대됐다. 올해는 소르본느 대학의 관계자들이 충북을 방문해 심포지엄 및 공연교류를 계획 중이다.

이밖에 문화산업진흥재단 내 복합문화체험장에서는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동아시아 작가 5~6명이 체류하며 창작활동을 벌이고 있고, 이미 미술분야에서는 충북민미협이 3년째 한일 반전 전시를 양국을 오가며 개최해왔다.

   
▲ 베트남 사오빈 예술단이 14일부터 24일까지 충북일원에서 다양한 교류행사를 펼쳤다. 사진은 한-베 예술가들이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모습
해동연서회 94년 청도와 교류 물꼬
국제교류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단체는 해동연서회다. 94년 중국 문호가 개방된 그해 첫 교류사업을 펼쳤다. 80년대 초 해동연서회 김동연 회장이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중국작가 작품에 반해 초청행사를 열고 싶다는 장문의 편지를 보낸 것이 시발점이었다.

편지를 보낸 것도 잊혀질 만큼 오랜 세월이 지나 94년 중국 청도 대외협력실에서 해동연서회로 뜻밖의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바로 그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가 드디어 연락한다는 드라마틱한 사연. 해동연서회 관계자는 “이듬해 해동연서회가 청도를 방문 했을 때 청도시가 50년 만에 첫 국제교류 행사라며 극빈대접을 했고, 4개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라고 회고했다. 94년 한중교류전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긴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청도뿐만아니라 장춘, 집안, 연길 등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김회장의 넓은 인적 네트워크로 2002년에는 청주예총 한·중 문화예술교류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청주예총은 2002년 청도, 2003년 청도, 2004년 하얼빈, 2005년 북경과 청도, 그리고 연길에서 교류행사를 펼쳤다. 올 4월에는 진황도시와 교류협약을 맺었고, 이미 연극협회와 음악협회가 현지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또 지난해에서는 제1회 한중학생예술콩쿨 행사를 연길에서 개최했고, 격년제로 대회를 이어갈 전망이다.
청주예총 관계자는 “처음에는 전시분과 위주로 시작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예총 산하 음악, 연극, 사진, 미술 등의 10개 협회가 자생적으로 교류행사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협회와 하얼빈의 교류가 대표적. 그러나 자생적인 민간교류이다보니 예산문제로 중도하차 하는 경우도 많다.

예총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을 상대로 교류 행사를 벌이면서 깨달은 것은 ‘친구’가 되지 않으면 그 다음 교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예술단체가 공무원 조직의 일원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어 행정적인 처리가 수월한 장점이 있다. 또 중국은 지금 전세계가 주목하는 미술 시장으로 청주예총의 미술분과가 7개인데 반해 중국은 15개나 된다.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특색을 갖고 있는 것도 교류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다”고 부연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교류를 통해 지난 2004년 청도의 대형 건물 엘리베이터 설치권을 LG산전이 따낼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고, 청도 아가씨와 청주 총각이 결혼했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한편 충북예총은 2000년부터 내몽고와 교류행사를 벌이고 있다. 2000년 당시 문화관광국장이었던 현 연영석 부시장과 임해순 예총회장이 내몽고 자치구를 방문해 교류 협정 조인식을 맺고 격년제로 심포지엄과 교류 행사를 펼쳤다. 내몽고 예술제에 충북팀이 초청 받았고, 충북예술제에는 어김없이 내몽고 예술단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2004년 사스열풍으로 중국 방문이 취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정기적인 행사가 이뤄졌다. 충북예총 관계자는 “문화예술교류를 통해 유형의 가치를 따지려는 자세가 아니라 무형의 가치를 가꾸면 더 큰 유형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국제교류를 추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해외 자매결연 행사에 문화예술인도 동행하라?
“지자체 나서 문화예술교류의 다리 놓아야”여론
민간교류 대부분 지자체 예산 의존…자부담 비율도 높아


사실상 이러한 민간교류 행사가 정기적인 교류행사로 이어지려면 행사내용보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공산권 국가의 경우 문화예술단체들이 국가 조직안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편리한 점도 있지만 뜻하지 못한 상황도 펼쳐진다. 얼마전 해외공연을 다녀온 Q씨는 “공연 사전검열을 받았고, 막상 현지에 도착해 보니 무대가 변경돼 있었다”는 황당한 경험담도 들려줬다. 또한 민간대응으로 하다보면 국제교류 협정 절차들이 생략되기 일쑤다.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교류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예산 문제가 큰 걸림돌이다.

대부분 지자체 예산에 의존해서 국제교류행사를 치르고 있기 때문. 충북도는 충북예총 내몽고 교류(2000만원), 충북민예총 베트남 교류(2000만원)을, 시는 청주예총 한중예술교류(2000만원), 한중학생예술콩쿨(1000만원)등을 지원하고 있다. (표 참조) 또한 충북도는 문예진흥기금에서 ‘국제교류행사’ 항목으로 400~500만원의 지원금을 간헐적으로 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교류 행사의 경우 기본적인 항공비와 악기나 의상 운반비 만으로 천 단위 금액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다보니 예술가들이 주머니를 털어 이른바 ‘여행비’를 내는 것이 관례. 도내 국제교류행사가 아시아권에 머무르게 되는 것도 막대한 경비가 한 이유다.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은 “도에서 해외 도시들과 자매결연 행사를 할 때,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을 배제하지 말라”라고 주문한다. 충북예총 관계자는 “경제교류에 앞서 문화교류를 통해 자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이미지를 형성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또한 국제교류의 경우 민간단위에서 움직이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문화예술교류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몇해 전 국제교류 심사를 맡았다는 Y씨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문화행사가 관 홍보를 위한 들러리가 될 위험성도 있다. 사실 서류심사를 해보면 양국간의 초청계약서조차 미미한 경우가 많다. 또 교류행사가 아닌 단순 페스티벌 참가로 끝난다면 ‘참갗외에는 다른 의의가 없다. 특히 예산을 받는 것이 확정되면 급조해서 공연팀이 꾸려지기도 한다”며 비판했다. 그는 “기본적인 계약서만이라도 정교하게 작성돼야 하며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정확한 기획력과 내용이 검증돼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립무용단, 잇따른 해외공연 ‘눈에 띄네’
한국국제교류재단 공모에 선정돼 돈 받고 아시아 3개국 순회공연

올해 시립무용단은 3번의 굵직한 해외 공연교류에 초정받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하는 2006년 한국예술단으로 선정돼 아시아 3개국 순회공연(5월), 일본 돗토리시 ‘샨샨축제’초청공연(8월), 충청북도와 흑룡강 우정의 밤 행사(9월)에 참가한 것.

   
▲ 브루나이 공연이후 찍은 단체사진.
최태영 기획홍보는 “국제교류행사는 실력만 있다면 발품을 파는 만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심사를 통해 청주시립무용단이 선정돼 3억원을 지원받고 아시아 3개국 순회공연을 다녀온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이러한 ‘초청’행사일 경우 현지 체류비와 무대 대관비가 절감돼 항공비와 화물비만을 마련하면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교류 행사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합동공연, 초청공연등이 시발점이라고 본다. 하반기에도 주한 대사관 쪽의 교류사업등을 꼼꼼이 체크할 계획이고, 점차 성과들이 축적되면 교류행사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통무용이 갖는 비언어적 강점 때문일까. 4개 예술단 중 올해 무용단의 해외활동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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