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바이오밸리 내실화도 없이 제2산단 조성 용역발주

제천시가 ‘제천바이오밸리’ 인근에 제2바이오밸리를 조성하기 위해 연구 기관에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기존 산업단지조차 내실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른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제천시가 지난 2004년 제천바이오밸리를 분양완료한 가운데, 같은 해 약 10억 여원의 예산을 들여 제2바이오밸리 조성 관련 용역을 발주했으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 2004년, 왕암동 일대 36만 1613평에 제천바이오밸리 부지 조성을 마무리하고 총58개 업체와 입주계약을 체결해 기업체에 대한 분양 절차를 모두 마무리지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제천바이오밸리는 음식료품, 전기·전자 반도체장비, 컴퓨터 및 주변기기, 의료·정밀·광학기기, 의약품 제제, 한방 바이오산업 등 BT·IT분야를 중점으로 하는 첨단 12개 업종을 유치하는 한편, 생산 기능 위주의 단순 공업단지에서 탈피해 생산·주거 상업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단지로 개발해 경제성과 입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산업단지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입주가 완료된 업체는 전체의 17%인 10개사에 불과해 매우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착공에 들어간 업체까지 포함해도 28개사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46%인 13개사는 본연의 BT·IT산업과는 무관한 일반 제조업체들이다. 첨단산업단지로서의 기능에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제천바이오밸리에는 플라스틱, 판넬, 자동차 베어링, 강관, 방음벽 등 일반 공업단지에 적합한 산업체들이 9개사나 가동 또는 착공 중이며, 바이오 기술이 가미되지 않은 조미식품, 핫도그, 김치, 햄버거 등 단순 식품 공장들도 4개사에 이른다. 올해 출범한 (재)전통의약산업센터를 제외하고 나면 실질적인 BT·IT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업체는 전체의 절반인 14개사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판넬 제조사를 비롯한 일부 일반 공장들은 정부의 시설 지원 자금까지 제공받고 공장을 건립한 것으로 나타나 전통 한방 산업과 바이오 산업을 진흥하겠다는 제천바이오밸리 본연의 조성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제천바이오밸리가 민선3기의 도정 목표였던 ‘바이오토피아 충북’에 부응해 충북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한방 및 바이오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기 위한 호기를 맞았지만, 단기적인 분양실적에 연연한 제천시의 조급한 행정 때문에 당초의 기대와 달리 일반 산업단지와 차별화를 꾀하지 못하게 됐다”며 “IMF사태 직후 분양 실적에만 집착해 IT중심 산업단지로서의 정체성을 훼손당했던 오창산업단지의 전철을 밟고 있는 듯해 아쉽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 상태에서는 이미 조성된 제천바이오밸리의 실입주율을 극대화하고 BT·IT중심의 첨단산업단지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옳으며, 바이오밸리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제2바이오밸리를 성급히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제천시는 “제2바이오밸리에 대한 용역을 발주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추진 여부가 결정된 단계는 아니다”며 논란의 불똥이 제천산업단지로 옮겨붙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제천바이오밸리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제2바이오밸리 조성 타당성 용역을 발주한 것은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충북도가 민선4기를 맞아 바이오를 앞세운 미래전략 산업 중심의 경제 정책에서 궤도를 바꿔 전통산업과 향토기업, 재래시장 중심의 실용적 경제 노선으로 도정의 축을 옮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제2바이오밸리의 성공 가능성은 더욱 회의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오송바이오산업단지의 분양률 극대화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유치 등 도의 바이오산업 시책이 오송을 중심으로 한 청주·청원군 위주로 전개될 가능성이 짙어 제천의 경우 기존의 바이오밸리를 내실화하는 것도 버거울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제천시는 제2바이오밸리를 비롯한 새로운 사업들을 벌이기보다는 기존에 추진한 산업단지 조성 전략을 차분히 마무리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한편, 제천바이오밸리는 공장이 모두 입주해 가동되는 것을 전제로 할 때, 1만 2000명의 신규 고용과, 연간 4440억 원의 소득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 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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