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종환 시인
"아름답게 만날 수도 있었을 텐데 / 당신과 마주선 곳은 서글픈 아시아의 전쟁터 / 우리는 가해자로 당신은 피해자로....../ 미안해요 베트남 / 미안해요 베트남 / 어둠속에서 당신이 흘린 눈물 자욱마다 / 어둠속에서 우리가 남긴 부끄런 흔적마다 / 탄텃친로이 베트남 / 탄텃친로이 베트남"

이 노래는 박치음이 노랫말을 쓰고 곡을 붙인 「미안해요 베트남」의 한 구절이다.

베트남전 10년 동안 35만 명의 군인이 파병되어 전쟁을 치렀고 이 와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으며, 기업과 노동자들이 전쟁터에서 외화를 벌어들여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 기간 동안 약 70만 명의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을 드나들었고 라이따이한이라 불리는 한인2세들이 태어났다. 그러나 종전이 되면서 그들을 남겨두고 귀국을 하였으며, 그들을 위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세월이 흘렀고, 한인 2세들은 아버지 없이 자라 30대가 되었다.

그러다가 1992년 국교가 재개되고 다시 베트남 여성들이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여 한국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고 있다. 그 숫자도 2001년에는 134명, 2002년에는 676명이던 것이 2003년에는 1,403명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충청북도에도 2006년 4월 현재 256명의 베트남 여성이 결혼하여 살고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 중 70%를 차지하는 중국 여성은 대부분 조선족이어서 이민족 국가로서는 사실상 베트남이 1위인 것이다.

하 밍 타잉의 「1992년 이후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국제결혼에 대한 연구」라는 서울대석사학위 논문에 의하면 베트남 부인 중에 한국에 대해 잘 알고 결혼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14%밖에 되지 않았다. 66%의 여성이 중매결혼을 하였는데 그중 50%가 한국 문화와 사회에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대답했다. 한국 남성과의 결혼 동기에 대해서는 80%가 코리안 드림, 61%가 한류열풍이 선택의 동기가 되었다고 응답을 하였다. 사랑이 결혼 동기가 되었다고 대답한 사람은 13%에 불과했다. 그들 각각의 부부 관계 만족도를 살펴보면, 그 결과는 반대였다. 코리안 드림으로 결혼한 경우에는 53%가 부부 관계가 나쁘다고 하였으며, 좋다는 경우는 불과 14%에 불과했다. 영화나 TV드라마가 보여주는 문화적 환상만을 보고 현실은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결혼하면서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양육과 교육의 문제는 한국 사회가 새롭게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로서 성장기에 겪어야 하는 정신적인 어려움, 혼혈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인한 상처, 배타적인 또래 아이들과의 교우관계 문제, 적응하기 힘든 학교생활, 학습부진, 졸업 후의 취직문제와 사회적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는 일 등 많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학교에 취학하기 시작하는 이 아이들은 베트남의 사생아가 아니라 우리의 자식들이다. 농촌 학교의 교실이 이 아이들로 채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소외를 없애는 교육, 다문화를 수용하는 교육, 배타적인 민족의식을 벗어나게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교육당국에 의해 만들어져서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베트남 여성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언어교육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 한국 문화, 한국 풍습, 한국의 역사, 음식과 요리, 자녀교육, 및 어린이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일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이들을 돕는 한국 친구와 상담소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남편들에게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에 대해 알도록 해야 한다.

충북민예총은 3년 전부터 베트남 후엔성과 문화교류를 시작했다. 지난 14일부터 후엔성 샤오빈예술단을 초청하여 열흘간 도내 여러 지역을 돌며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오늘 저녁에는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베트남 민속공연을 한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아리랑을 부르고 있고 우리는 후엔성에 호아빈학교라는 초등학교를 지을 건립기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미안해요 베트남」. 이런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될 때까지 우리가 베트남 사람들을 위해 할 일이 많다.<중부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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