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소 영 문화부 기자

   
어느덧 가을이다. 가을비가 한번 내리고 나니 민소매 옷이 쑥스러워지는 날씨가 됐다. 이 가을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축제다. 9~10월은 각 시군에서 본격적으로 지역축제를 쏟아 놓는다.

충북의 지역축제는 올 한해에 총 59개가 열릴 계획이고, 대부분 이 가을에 집중돼 있다. 대개 관광특산물 축제이기에 고추, 마늘, 약초 등 농산물 출하시기와도 맞물려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외에도 축제에 붙는 수식어는 많다. 대개 빠지지 않는 항목이 ‘지역 대표’라는 것과 ‘주민화합형’ 축제라는 것이다.

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단체장들은 지역별 소재찾기에 돌진했고, 따라서 전국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축제가 경쟁적으로 늘어났다. 축제 관계자들 입장에서 축제는 지자체가 주민에게 베풀어 주는 일종의 ‘문화 서비스’이고, 또한 외부인을 끌어들여 관광효과를 증대시켜야 하는 전략까지 품고 있어 축제를 홍보하는 포장지와 수식어는 갈수록 많아진다.

얼마전 청주예술의전당 일원에서 직지축제가 열렸다. 직지의 테마와 주민화합형 테마를 구분해 ‘나눔’을 주제로 펼쳤는데 일단 두 테마로 쪼갠 ‘나눔’은 좋았다. 직지도 살고, 대중축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기획이었다.

그러나 올해 절반으로 예산이 줄어 축제구성은 허약해질 수밖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이 ‘두마리 토끼’잡기도 시원치 않았다. 사실 축제 시작부터 예상됐던 문제다. 그렇다고 시민들의 축제에 대한 기대치는 줄어들지 않는다. 직지와 관련한 대중적이면서도 또한 현존 최고 기록인쇄물이라는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 볼거리, 체험행사들을 기대한다.

직지가 인쇄기록물이라는 내용으로 광장에는 2000년 인쇄출판박람회 이후 창고에서 잠들었던 인쇄기기들이 등장했고, 인쇄는 곧 기록이라는 컨셉으로 교과서 우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또 직지가 출생했던 시대인 고려의 생활상을 보여주기 위해 ‘고려 두발 의상전‘등도 선보였다. 고려두발의상전은 고려퍼레이드를 대치한 행사로 예산절감을 위한 그 노력만으로도 가상했다.

그런데 이 메인 전시부스에 난데없이 체험행사라는 푯말을 달고 다도와 웰빙요가까지 등장했을 땐 어리둥절해졌다. 직지축제에 주민화합축제, 그리고 플러스 웰빙축제까지 붙여지는 형국이다. 전시를 보는 한 구석에서는 다도를 배우고, 또한 바로 옆에선 기이한 요가동작이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주민을 위한 행사들이겠지만, 옛말에 과하면 넘친다고 하지 않았던가. 축제의 매력은 일탈성이다. 변두리 우리 동네에도 있는 학원 수업을 직지축제에서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사실 올해 남상우 시장이 취임하면서 직지축제는 예산도 깎였지만 앞으로 개최시기 또한 확정적이지 않다. 남시장은 취임 당시 “청주시에 대형축제가 많다며 격년제로 비엔날레와 직지축제, 직지수상식을 묶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다 보니 내년도에는 유네스코 직지상 수상식과 비엔날레가 맞물려 지금 유네스코 측과 수상식을 놓고 조정중이라고 한다. 어쨌든 남상우 시장 임기에는 격년제로 행사가 열려도 좋으니 직지축제가 과거처럼 청주시민의 날 축제로 대치되거나, 또는 시상식에 밀려 체면치레로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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