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위 윤리강령, 향우회 임원금지·이해관계자 금전대여도 불허
최근 서울과 청주에서 벌어진 두가지 사건은 공직자 윤리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대검찰청은 서울지역 법원 경매광고와 관련, 법원직원의 리베이트 수수관행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지만 법원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소환에 불응해 법원과 검찰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특히 공직풍토 개선에 앞장서야할 법원공무원직장협의회가 집단소송 운운하며 검찰수사에 제동을 거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한 충북도청 고위공무원(서기관)의 알선수재 혐의 구속사건으로 공직자 윤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초 충북도는 자체조사를 벌여 공무원 신분을 이용, 민간인의 자본을 유입시켜 영리사업을 펼친 행위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 농산물공판장 사업추진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전격 구속된 것. 현직 서기관이 금품수수와 관련 구속된 것은 전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공직자는 말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공직(公職)을 대행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공직자 윤리는 우리 사회질서의 근간을 지키는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공직이 윤리를 잃어버렸을 때 발생되는 사회적 부작용은 우리의 지난 현대사에서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DJ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대통령 직속의 '부패방지위원회'까지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에게 체감으로 다가오지 못하고 있다.
반부패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지수가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93년 설립된 TI는 매년 '국가별 부패지수(CPI)'를 발표하고 격년제로 '뇌물공여지수(BPI)'도 공개하고 있다. 한국은 두가지 지수 모두 후진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도 발표된 CPI지수에서는 조사대상 91개국 중 42위, BPI지수는 19개국중 18위로 나타났다. 한국의 BPI지수는 3.4로 가장 청렴한 국가로 나타난 스웨덴(8.3) 호주(8.1) 캐나다(8.1) 등은 물론 같은 아시아권인 싱가폴(5.7) 일본(5.1) 보다도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는 일선 공무원이 업자나 민원인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자진신고할 경우 인사고과에 인센티브를 주는 '클린신고제'를 도입하고 있다. 서울, 부산등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진신고제를 실시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 60건, 2001년 95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뇌물을 거절하고 제공자를 고발하는 공항세관 직원들에게 100만원 범위내에서 뇌물 제시액의 2배를 포상키로 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까지 내놓고 있다. 치안본부에서는 2000년 한햇동안 전국 경찰관서에서 827건에 1억2421만원을 자진신고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충북에서는 경찰의 '포돌이 양심방'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충북도, 청주시등 지자체에서는 자진신고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행자부 지침에 따라 자진신고제를 도입했으나 접수된 사례는 없었다. 금품제공 사례가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테고…, 아무래도 조직내에서 '너만 깨끗하냐'는 식의 주변인식에 부담을 느껴 신고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무실 회식비 명목의 금품은 실과 책임자들이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예민한 문제이다보니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상 기자


부패방지위원회 윤리규정 , 경조사 통지서 직장·직급 기재 불허, 재정보증 제한 엄격
지난해 1월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는 최근 내부윤리규정을 확정했다. 향후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될 '공무원 행동강령’ ‘기관별 행동강령’이 제정될 때 부패방지위의 윤리규정이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리규정의 주요내용을 보면 우선 지연, 학연을 근거로 한 향우회, 동창회 활동의 제약부분이 눈길을 끈다. 통상적인 친목활동은 할 수 있으나 모임의 향우회, 동창회의 임원직은 맡지 못하도록 했다. 충주 이원성의원(민주당)의 경우 대검차장 재직시 충주고총동문회장을 맡아 구설에 올랐는데, 새로운 윤리규정하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재정보증도 직계 존비속과 형제자매로 제한해 다른 사람의 재정보증을 설 경우 징계사유가 된다. 촌지, 향응에 대해서는 그 가족들까지 규율대상으로 삼아 한결 엄격해졌다. 직무수행상 부득이 식사를 대접받을 경우 1인당 3만원짜리 이상은 먹지 못하도록 했다. 특히 공직자와 가족들은 이해관계자와의 금전대여도 불허해 공직비리 사건 연루자들이 애용하는 ‘돈을 받은 게 아니라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이라는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된다.
경조사의 통지범위도 친족과 지인으로 제한하고 통지서(청첩, 부음)에도 직장이나 직급명을 기재할 수 없도록 했다.
부조금 액수도 실국장급 5만원, 과장급 이하 3만원으로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따라서 공공기관에서 업무관련 기업, 단체등에 관행적으로 통보해온 부서직원의 부음, 청첩도 제약을 받게 됐다.


충북경찰청 ‘포돌이양심방’ 성과커
외부 홍보효과로 '주는 손' 점차 사라져

충북지방경찰청은 지난 2000년 4월부터 일선 경찰서에 '포돌이양심방' 제도를 운영, 경찰관이 본의아니게 받은 금품을 자진신고 받고 있다. 실시 첫해인 2000년에는 34건(343만원)이 접수됐고 2001년에는 31건(529만원)이 신고됐다. 이같은 자진신고제가 일반에 홍보되면서 금품제공자가 크게 줄어 올해는 3월말까지 3건(70만원)이 접수되는데 그쳤다. 경찰의 이같은 노력으로 교통법규 위반등 단속현장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금품수수 행위가 상당부분 근절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사례를 보면 지난 1월 청주동부서 수사과 조사계에서는 대전에 거주하는 고소인이 진술조서를 작성한 경찰관의 친절한 태도에 감사의 뜻과 함께 금품제공 의사를 밝혔다. 담당직원이 수차례 거절하자 책상위에 현금 20만원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뛰쳐나가 결국 돌려주지 못하고 포돌이양심방에 신고했다. 지난 3월에는 영동경찰서 유치장에 긴급체포 수감중이던 유치인이 이틀뒤 석방되자 담당 경찰관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유치장 직원들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 30만원이 든 돈봉투를 놓고 가버렸다. 이를 접수한 포돌이양심방은 금품제공자의 주소를 확인, 등기우편으로 되돌려줬다. 또한 자진신고 직원에 대해서는 청장·서장의 표창을 수여해 인사고과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대민업무가 대부분인 경찰의 경우 금품수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포돌이양심방을 통해 조직내부의 직업윤리 의식을 높이는 한편 민원인들이 이러한 제도를 미리 알고 금품제공 시도를 포기하는 효과가 크다고 본다. 주는 손이 없어지면 받는 손은 저절로 없어지는 것 아니겠는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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