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에어컨 설치 견해차가 전보조치 발단

지난달 28일 제천지역 노동계의 발표로 공개된 제천 J초교 이 모교사 전보조치와 관련해 전교조충북지부 제천지회를 비롯, 민주노총 산하단체, 민예총·환경연합 제천지회 등 20여개 단체가 전교조제천지회장 직권내신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 5일부터 이 교사의 전보발령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 교사의 인사발령 철회와 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또한 J초교와 일부 학부모는 이번 일로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며 3차 진정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교사의 직권내신과 관련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 지난달 28일 제천 교육청 현관에서 직권내신 대책위가 이 교사의 직권내신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이 교사 “보복성 인사다”
전교조 제천지회장이기도 한 이 교사는 현재 3개월간 병가를 내고 자택에서 칩거하고 있는 상태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교사는 “내게 잘못이 있다면 열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친 것밖에 없다. 이번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우울증과 강박증으로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교사는 자신이 부재중인 사이 부당한 직권내신을 통해 인사 조치됐다고 주장하며 그 경위에 대해 교육청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 교사는 “교육청의 해명이 부당하다고 판단되면 법원과 행정기관을 통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사의 주장에 의하면 이번 직권내신은 보복성 인사라는 것이다. J초교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제출한 2차 진정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교사가 각종 노동집회 참가로 무단결근이 잦았고, 이로 인해 수업에 차질이 생긴 것은 물론 판단력이 없는 어린이들에게 이 교사의 교육방식은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내용과, 담임반 학생들의 애국조회를 참여시키지 않았고 학습을 제대로 시키지 않아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이 교사를 타시·군으로 직권내신 해줄 것을 교육청에 요구했고, 이 교사가 고구려유적지답사로 부재중인 상황에서 9월1일자로 충주 대미초교 전보 인사발령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교사는 진정 내용은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방법일 뿐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진정서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이 교사의 주장이다.

이 교사는 이번 직권내신 사태의 발단이 지난 7월 J초교 교실 에어컨 설치 건에서 불거진 갈등 때문이며, 당시 이 교사가 청와대에 에어컨 설치와 관련한 진정을 낸 것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것이다.

‘냉·난방기 설치 논란이 발단’
이 교사에 따르면 사건에 발단은 이렇다. 7월 20일 J초교는 학교 선진화 사업의 일환으로 각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하게 됐다. 이 에어컨은 냉·난방 기능을 갖춰 기존에 설치한 난방기(라디에이터)가 기능을 할 수 없게 됐고 학교 측은 관리인력 손실의 이유로 난방기를 철거할 방침이었다.

이에 이 교사는 막대한 전기요금으로 에어컨은 자주 사용하지도 못하고,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아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날 직원회의에서 에어컨을 잘못 관리하면 실내공기가 오염되는 등 크게 득 될 것이 없으며 차라리 그 돈으로 교실 내 급수 싱크대를 설치하고 소형 냉장고를 사는 것이 낫다고 몇몇 교사들이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집행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교사는 이와 같은 의견을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하게 됐고, 교육청 직원이 학교를 방문해 ‘J초교에서 반대하면 다른 학교에 설치도 가능하다’며 직원회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결국 논의 끝에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 15명의 서명이 담긴 1차 진정서가 교육청에 제출됐다. 1차 진정서에는 이 교사가 에어컨 설치 건으로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유감의 뜻과 함께 이 교사가 공사에 따른 청소의 어려움 때문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담겨 있었다. 이에 이 교사는 급수대 설치의 필요성과 진정서 항목마다에 대한 답변을 학부모 대표에게 이메일로 남기고 8월 12일 5박6일 일정의 고구려유적답사를 떠났다. 그리고 답사를 다녀온 다음 날 충주 대미초교 발령을 통보받았다. 답사를 떠난 사이 320여명의 학부모 서명이 담긴 2차 진정서가 교육청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이 교사 몰아내는 서명인 줄 몰랐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지회장 직권내신 대책위는 “현재 J초교 아이들은 끊이지 않은 수돗물을 먹고 있다. 또한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1층과 3층을 오르내리며 양치질을 하고 있다. J초교는 멀쩡한 난방기를 뜯어내는 것보다 세면대 및 급수시설이 더 시급해 이 교사는 시정을 요구한 것 뿐이다. 하지만 교사에게 돌아온 것은 일방적인 직권내신이다.

학교장은 직권내신에 대해 학부모들의 진정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확인 결과 서명에도 문제가 있었다. 또한 직권내신의 이유로 복무에 관한 사항을 말하고 있지만, 복무에 문제가 있다면 징계 등의 합법적 절차를 먼저 거쳐야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J초교 학부모 김 모씨는 전화통화에서 “선생님이 떠난 마당에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인터뷰하는 것이 걱정된다”며, “이 교사는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지도하는 분이다. 자비로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떠나고 교사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학부모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아이들도 선생님을 너무 좋아했고 진정서의 내용처럼 학업성적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진정서를 낸 사람들은 아무래도 이 교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고 일부 학부모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모 학부모에게 전화가 걸려와 에어컨 설치와 관련한 찬반여부를 묻는 설문에 응했을 뿐인데 그것이 이 교사를 쫓아내는 데 쓰일지는 자신도 몰랐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직권내신은 행정적 절차와 내용상의 문제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직권내신 철회와 J초교 원상복귀를 요구했다. 또한 전교조 지회장과 민주노총 지역협의회 부의장으로서 활동을 문제삼아 학교장과 제천교육장, 충북도 교육감이 권한을 남용하고 지휘감독의 의무를 게을리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사 또한 “전교조 제천지회장인 나를 충주로 전보 조치한 것은 명백한 전교조 탄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인사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교장에게 이 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지역교육청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도교육청은 지역교육청으로부터 진정서와 320여명의 학부모 서명을 인계받아 사실 확인 후 적당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 교사의 경우 제천 내에서는 학부모들의 반발로 교사로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제천과 가장 근접해 있는 학교를 찾다보니 충주 대미초등학교로 발령을 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J초교와 진정서 제출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학부모 대표들은 학교위상 회복을 위해 3차 진정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J초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직권내신 사태에 대해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자신의 주장을 올리며 공방을 벌이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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