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박연수, 이상열씨 등 유력인사 참여

정 지사 꿈은 대권, 원조 정사모는 90년대말 ‘꿈틀’

정우택 지사를 향한 애정공세가 심상치 않다. 정작 당사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 지사에게 연정을 커밍아웃하는 집단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우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은 ‘정치인 정우택’이 가진 상품성 때문이다. 재선 의원에 해양수산부장관 입각으로 승승가도를 달리다가 17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비운의 정치인으로 추락했지만 5.31 지방선거를 통해 극적으로 충북지사에 등극한 것은 각본 없는 드라마에 가까웠고, 정우택의 상품성을 극대화 시켰다.

이원종 전 지사와 벌인 고도의 심리전, 한대수 전 청주시장을 압도한 당내 예선전, 본선에서의 압승 등을 통해 단체장 정우택 보다는 정치인 정우택의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충북지사 자리가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50대 초반이라는 나이도 정 지사가 가진 경력에 비춰볼 때 젊게 느껴진다.

아직은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정 지사가 보여줄 ‘다음’이 사람들을 줄서게 만드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떡고물도 기대가 되고, 높은 자리에 올랐을 때에 대비한 보험의 성격도 있다고 보면 정확하다.

5.31 선거 당시 정우택 후원회의 구성원들이 최근 후속 모임을 결성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속칭 정사모가 태동한 것은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민련이 중부권의 맹주로 기세를 떨치던 시절에 정우택 의원은 현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와 함께 JP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고 지역구인 진천·음성을 중심으로 후원인 모임이 결성된 것이다.

5.31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지역의 모 기업인이 자발적 정사모를 결성했으나 정 지사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 지사가 이 같은 애정공세에 대해 경계하기 보다는 적어도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체장 정우택이라면 친위부대의 표면화가 짐이 되지만 정치인 정우택의 야망(?)을 위해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 정우택 지사의 당선이 확정된 뒤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번째가 선거당시 후원회장에 이어 후속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충원 전 충북대 교수다. / 사진=육성준 기자
선거는 끝나도 후원회는 계속된다
최근 정사모의 실체를 놓고 ‘있다, 없다’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선거 당시 합법적으로 존재했던 정우택 후원회의 구성원들이 최근 친목을 표방하는 모임을 결성하면서부터다.

선거 종료와 함께 임무가 마무리된 정우택 후원회는 정우택 지사의 성균관대 동문인 이충원 전 충북대 교수와 중부건설 김현배 대표가 공동 후원회장을 맡아 투톱시스템으로 운용됐는데, 5.31 지방선거에서 4억8683만원을 모금해 상대 진영인 한범덕 후보의 모금액 2억4892만원을 2배나 앞지르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선거가 끝난 뒤 후원회의 주축을 이뤘던 구성원들과 일부 특보진들이 두차례에 걸쳐 회동을 갖고 8월말 공식 모임을 결성한 것이 정사모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김현배 전 후원회장은 이에 대해 “선거 끝나고 밥 한끼 먹은 것을 가지고 언론이 ‘정사모가 있네 없네’하고 떠든 것은 열린우리당의 성명이 곧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그 의도 자체가 순수하다고 볼 수 없다”며 “내가 먼저 밥을 사니까 공동대표를 맡았던 이충원 교수가 ‘나도 한 번 사겠다’고 해서 모임이 이뤄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회장은 또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생산적 모임이 아니라 단순한 친목 모임”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열린우리당은 지역언론에 정사모와 관련한 내용이 보도되자 성명을 내고 “정치권에서 특정인 지지를 위한 여러 모임이 일반화돼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위해 같은 류의 사조직이 운영되는 것은 극히 드문 사건”이라며 “정 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인사들 그래도 순수성 의심
모임 참여 인사들에 따르면 ‘정사모’라는 오해를 불러온 후원회원들의 후속 모임은 모임의 이름을 정하거나 정관 등을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모임 명칭에 정우택 지사의 이름이 직·간접적으로 들어가거나 정관 등이 작성될 경우 불필요한 오해에 휩싸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참여인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연장자인 이충원 전 후원회장이 대표를 맡았고, 당내 경선 이전부터 정 지사를 보필했던 한충 홍곡과학문화재단 이사가 총무를 맡고 있다.

또 정계 인사로는 윤경식 전 국회의원, 김진호 전 충북도의회 의장, 이원호 전 한나라당 사무처장, 홍익표 특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경제계 인사로는 김현배 전 후원회장을 비롯해 박연수 충북도 건설협회장, 이상열 충북도 전문건설협회장 등이 있다. 이밖에도 전직 경찰관 출신의 김 모씨 등 20여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 모임을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모임의 한 참여인사는 “우리는 연령대로 보나 사회적 지위로 보나 정사모라는 이름 아래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면서 “정 지사에게 어떤 부담도 주지않을 아주 순수한 모임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참여 인사들의 성향이나 현직 등을 살펴볼 때 이 모임의 위상과 역할을 단순한 친목모임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업인 A씨 자발적 정사모 만들기도
별다른 명칭이 없는 후원회 후속모임과 달리 자칭 ‘정사모’ 혹은 ‘정우회’ 등의 이름으로 활동했던 조직도 있다. 자칭 정사모는 5.31 지방선거에 즈음해 기업인 A씨 등 지역의 중소 경제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모임이다.

그러나 이 모임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 당시 정사모를 결성해 정우택 지사와 만났으나 정 지사가 각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참여 인사들도 하나 둘 빠져나가 사실상 모임이 와해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정 지사의 한 측근은 “정치인이 자기를 돕겠다는 사람들을 일부러 서운하게 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별 다른 의사표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정 지사 스스로도 정사모에 대해 부담스러워했고 이 모임의 실효성에 대해서 주변에서 부정적인 견해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사모를 주동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정사모든 정우회든 일체 모임을 만든 적이 없다”며 정사모의 존재 자체를 부인했다.

이에 반해 A씨의 주변 인물인 B씨는 “모임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참여인사들의 면모로 볼 때 그 위상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정 지사의 경우 재선 의원 경력에 장관까지 지냈지만 청주지역의 인맥은 전무한 상태였다”며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접근하려는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A씨는 노화욱 정무부지사가 하이닉스에 재직 당시 사업상 돈독한 관계를 맺어 지금도 ‘노화욱 사람’으로 분류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 지사, 중부권 대권주자가 종착역
최근 들어 정사모의 존재 여부가 불거졌지만 원조 정사모가 태동한 것은 사실상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전도가 양양한 공무원에서 1996년 40대 중반에 여의도로 입성한 정 지사가 2000년 재선에 성공하고 2001년 해양수산부장관에 발탁되는 등 승승가도를 달리면서 중부권 대망론을 펼치기 시작했고 그에 부응해 진천·음성지역을 중심으로 후원 모임이 결성된 것이다.

과거 자민련 관계자였던 Q씨는 “당시 정우택 의원은 측근들에게 17대 총선까지 3선에 성공하면 대권도전 의사를 공표하겠다고 시사했지만 탄핵 후폭풍에 휩쓸려 좌절을 겪게 됐다”면서 “어찌 됐든 정 지사의 경우 진천이 고향인 선친 정운갑씨가 5선 의원에 농림부장관까지 지낸 후광에 힘입어 진천을 중심으로 정우택을 후원하는 모임이 실존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정우택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진천에서 정 지사에게 거는 기대는 지대하다. 실제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천지역의 금융인 송 모씨와 기업인 김 모씨가 각각 500만원을 후원금으로 냈으며, 이 모씨 일가 4명은 각각 500만원씩 모두 2000만원을 후원해 눈길을 끌었다.
/ 이재표 기자

이원종 전 지사는 어땠나?
선거운동 관계자 모임 지속되자 ‘노발대발’
“사무실 패쇄 않으면 정식 고발” 호통 치기도

정치인 정우택 지사 주변에 ‘정사모 스타일’의 조직들이 생겨나고 있다면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던 이원종 전 지사의 주변은 어떠했을까? 요약해서 말하자면 ‘긴밀한 관계를 주고받는 개개인은 있었지만 그들의 집합은 허용하지 않았다’가 정답이다.
이 전 지사가 민선 2기 선거에서 자민련 당적으로 당선된 뒤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사무실까지 마련했다는 보고를 받고 “당장 사무실을 패쇄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고발하겠다”며 노발대발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전 지사는 또 사적인 모임도 거의 노출시키지 않았다.
행정공무원 D씨는 “이 전 지사의 경우 각종 위원회 등 공적인 모임을 최대한 활용했고 주말 등을 이용한 사적인 만남에는 운전기사 조차 대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민련 전 당직자 Q씨도 이 전 지사에 대해 “이 전 지사는 정치적인 조직 보다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선거에 임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Q씨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각종 정사모 논란과 관련해 “선거가 끝나면 왠지 헤어지기 서운한 마음에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끼리 나이가 든 사람은 나이 든 사람끼리 뭉치지만 얼마 안돼 흩어지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왔다”며 “목적이야 어찌 됐든 오해를 사기가 십상이기 때문에 당선자의 눈치를 봐서라도 자진해산하는 것이 수순”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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