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식 인사’의 중요한 보완제로 떠오른 ‘다면평가’

2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현재 일부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면평가제도’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임채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3일 오전 다면평가제를 적용한 70명의 인수위 실무자 인선 결과를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인사에 대한 이런 철학과 기조는 정부의 인사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차 인선위원회를 통과한 대상자 99명 중 29명에 대해 다면평가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최종 결정을 미루고 2차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재평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도 다면평가제 적용이 확실시되며, 정부 각 부처에 맞게 문제점을 보완해 점차 정부부처나 산하기관으로 확대되는 등 공직사회에 ‘다면평가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다면평가제를 어느 범위로, 어디까지 적용한다는 구체적인 결정은 아직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도이고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다면평가제도는 한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상급자·동료·하급자 등 다각도에서 평가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제도는 이미 많은 기업체에서 실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부·산자부·노동부·농림부 등 일부 부처에서 승진심사 등에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 선대위는 지난해 12월 26일 연수회에서 약 500여명의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기여도·능력·태도 등 총 6개 항목에서 팀장에 의한 팀원 평가, 팀원에 의한 팀장 평가, 동료간 상호 평가 등 다면평가제를 정당사상 처음으로 실시했다.
다면평가제도의 확대 실시는 노무현 당선자의 확고한 뜻이 담겨 있다. 노 당선자는 그동안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이라는 말에서 상징하듯 인사에 있어서 적재적소·투명성·제도화·정실인사나 낙하산 배제 의지를 강하게 표해왔다.

“인사청탁하면 패가망신”

공직사회의 다면평가제도 도입은 지난 98년 원혜영 시장의 부천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 시장은 노 당선자와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기도 하다. 노 당선자는 2년 후인 지난 2000년 8월부터 2001년 3월까지 8개월간 해양수산부 장관에 재직하면서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2002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민주당에도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된다. ‘노무현식 인사 = 다면평가’라고 해서 과언이 아닌 셈이다.
3일 발표한 인수위 실무자 인선은 앞으로 새정부의 인사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이번 인사는 인수위 전체 실무자 중에서 일부(민주당 분)로서 다면평가 자료가 없어서 유보한 29명과 정부 파견 공무원 60여명은 다음주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수위는 세 가지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다섯가지 기준을 통해 실무자를 뽑았다고 밝혔다.
세가지 기초자료는 (1) 지난해 12월 26일 선대위 연수에서 실시한 다면평가 자료 (2) 선대위 총무본부의 인사자료 (3) 선대위 각 본부장 및 관련자들의 추천자료다.
다섯가지 기준은 (1) 당 개혁 및 2004년 총선을 대비해 핵심 역량들은 당 활동에 주력하도록 당에 남긴다 (2) 분야별 정책 전문가 우선 (3) 여성할당 고려 (4) 국회 정책보좌관 등 정책에 밝은 사람 우선 (5) 인수위원 및 자문단 추천 등이다.
발령이 난 명단 면면을 살펴보면 크게 전문성을 중심으로 놓고 다면평가 결과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수, 연구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물론 이들은 다면평가를 실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면평가 자료가 없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우선 부서별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을 추리고 다면평가 결과를 적용해 최종적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인사는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복수의 대상자를 모으고 다면평가 자료는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추리는 데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위원장, 당선자 비서실장, 기조분과 간사, 정무분과 간사, 행정실장 등으로 구성된 2차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다면평가 자료가 없어서 유보된 민주당 분 실무자 29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위도 다면평가 실시…
지속적으로 자료 축적 계획

정부파견 공무원 60여명은 관련부처로부터 3배수 추천을 요청해 관련 부처의 공무원 관련자료와 인수위에서 마련한 내부자료를 검토해 인선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정부 각 부처로부터 3배수 명단이 오면 거기서 선정할 분들을 뽑고, 모자라면 또 요청을 해서 뽑을 것”이라며 “내주 초까지는 실무자 인선을 최종 마무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수위는 다음달 말 활동이 끝나는 대로 인수위에서 활동했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선대위 당직자들에 대해 다면평가를 한 것처럼 인수위도 하게 될 것”이라며 “선대위 다면평가 자료가 인수위 인선에 중요 자료로 활용됐듯이 인수위 다면평가 자료는 청와대 비서진 인선에 중요 자료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계속해서 자료가 축적돼야 한다”며 “다면평가제는 인사의 절대적인 기준이라기 보다는 중요한 보완제로 기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의 뜻이 담긴 ‘다면평가 전면 확대’가 공직사회에 아무런 부작용 없이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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