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 철 수 사회부 기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성인게임장 ‘바다 이야기’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도내에서도 얼마 전까지 바다 이야기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등록된 성인게임장 41개소 중 바다이야기는 무려 50여% 이르는 18개소에 달했다. 이를 보더라도 바다이야기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정부는 성인게임기에 대한 퇴출의사를 밝혔다. 영등위를 통과한 게임기에 대한 합법성 여부가 오락가락 하면서 막대한 돈을 투자해 게임장을 차렸던 일부 생계형 업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어느 행인은 골목을 거닐며 성인게임장 수를 세다 미처 다 세지 못하고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주택가 골목에서 농촌에 이르기까지 성인 게임물의 범람과 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성인게임장이 사법당국의 집중단속에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물론 일부에선 아직도 음성적으로 사행심을 부추기는 도박장이 독버섯처럼 존재하고 있다.

도박 중독자를 양산하고 가정파탄에 이르게 하는 이런 사행성 성인 게임장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도내 성인게임장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무심코 던진 업주의 뼈 있는 말이 아직도 귓전을 맴돌고 있다. 그는 여론이 희생양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게임장 문제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대통령의 조카가 연루돼 있다’’현 정권의 정책적 실패를 꼬집는 호기를 놓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야당과 바람몰이를 하는 여론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폭력배가 개입되고, 검은돈이 오고가는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성인게임장이 몇이나 되겠는가? 라고 질문했다. 물론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부 게임기 제작업체나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게임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 생계형 게임장 업주들과 그들에게 딸려 있는 식구들은 하루아침에 알거지가 됐다. 또 정상적인 상품권 업자들까지 쇄도하는 문의전화에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달여 만에 2억여원의 융자를 받아 청주에 한 성인게임장을 차렸다는 Q씨.

그의 말을 빌리자면 전국 1만5000여개의 성인게임장에 고용된 종업원이 각각 4명이라고 볼 때에 하루아침에 6만의 실업자가 생겨나는 꼴이다. 이는 청주에서 세 번째로 동세를 자랑하는 용암동의 인구수와도 맞먹는 수치다. 물론 하루아침에 생계를 잃고 빚더미에 앉은 관련 업주의 말이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누군가 책임질 사람을 찾기 전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음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했는가라는 반성정도는 해볼수 있다 생각한다.

사실 ‘도박 빚’에 내몰려 가산을 탕진하고 죽음에 이르는 폐해는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국민의 정부가 ‘허용’하고 참여정부가 ‘양산’하는 꼴이 됐지만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에 휩쓸려 희생됐을 생계형 업주들이 더 이상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사정당국도 각종 의혹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의 의혹도 없이 밝혀 주길 바라지만 신중한 사법처리도 당부하고 싶다. 이는 적어도 정치인들의 ‘후리기식’ 싸움에 휘둘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어리석음은 낳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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