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당선자 공약, 단체행동권 제외한 공무원노조 인정할 듯
도내 연가투쟁 징계대상 조합원 48명, 도청 징계 강행에 맞서

2003년 새해를 맞아 공직사회의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사회적 핫이슈로 떠올랐던 공무원노조 인정여부를 둘러싸고 새 정부의 입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공약을 통해 노조 명칭사용, 단결권 보장, 상근자 인정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단체행동권을 제한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같은 수준의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민주당 이호웅의원이 발의한 입법안을 기초로 국회가 처리할 경우 빠르면 올 7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같은 대변혁을 눈앞에 둔 마당에 도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난해 11월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위한 연가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징계를 서두르고 있다. 물론 행자부의 강력한 지침에 의한 것이지만, 노당선자가 징계자 특별사면까지 거론한 마당에 인사위원회를 강행할 필요가 있을까. 지방자치시대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공무원노조의 향후 전망과 도내 자치단체의 징계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지난해 11월 공무원 연가투쟁에 참가한 도내 공무원은 60명으로 추산된다. 당초 청주시 상당구, 흥덕구, 청원군, 진천군 등 6개 지부에서 600여명이 연가신청을 냈으나 단체장이 허가한 경우는 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1월 4일 서울 한양대 집회에 참석한 충북지역 조합원은 진천군 31명, 청원군 17명 등 총 60여명이며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33명이 연행됐다. 이 가운데 정세영 충북본부장, 김상봉 진천지부장, 최영종 괴산지부장 등 3명이 국가공무원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이에앞서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인 김상걸 청원군지부장도 본부 집행부와 함께 사전에 긴급체포돼 구속됐다.
구속자 4명은 법원의 보석결정으로 지난해 12월 모두 풀려났고 정세영 충북본부장과 김상봉 진천지부장은 선고공판이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다. 김상걸 전국부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7월 공무원노조 출범과 관련, 불구속 기소돼 재판계류중이었다. 한편 행자부는 연가투쟁에 참가한 전국 591명의 노조원에 대한 징계방침을 해당 시·도 통보했고 충북에서도 48명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명은 중징계, 42명은 견책 등 경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는 지난해 12월 1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4명에 대한 징계조치를 결정했다. 김상걸 전국부위원장을 해임조치하고 괴산·음성·보은 지부장에 대해 각각 감봉 1∼3개월을 내렸다.
청주시 흥덕구의 경우 인사위를 소집했으나 재판 미확정을 이유로 징계유보했고 진천군은 조합원들이 인사위 회의실에 진입을 시도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청원군도 지난 12월 27일 부군수실에서 조합원 100여명이 침묵시위를 하는 가운데 인사위가 열려 대상자 15명 가운데 13명을 불문경고하고 2명을 견책조치했다. 하지만 견책 2명도 상훈감경(포상경력에 따른 처벌경감)을 받아 사실상 불문경고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덕구 인사위원회 민간위원인 박병량위원(청주 창신초교 교장)은 “공무원노조에 대해 확실한 이해를 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다만 징계 대상자들의 집회에 단순가담했고 판결이 나지않은 상태에서 공직생명이 좌우되는 중대사안을 졸속처리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신중히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다른 위원 분들도 이같은 취지에 모두 공감하셨기 때문에 유보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직 공무원이 애초부터 노동조합이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1953년 제정된 노동조합법에서 ‘현역 군인, 군속, 경찰관리, 형무관리 및 소방관리’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했다. 그러난 60년 4·19혁명후 교사, 공무원의 노조결성을 5·16쿠데타로 짓밟은 후 63년에 ‘공무원에 관해서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유보시켜 버렸다. 또한 지난 89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145회 임시국회에서 “6급이하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다만 현역군인∼소방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내용의 교사, 공무원 노동3권을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당시 노태우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고 말았다.
현재 상태에서 정부가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결국 법외노조로 활동할 것이고 오히려 공직사회에 미치는 불안요인이 더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선시대를 맞아 흔들리는 직업 공무원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일반직 공무원의 노조설립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이다.

인/ 터/ 뷰 정세영 공무원 노조 충북본부장
‘민선시대, 왜곡된 직업공무원제 바로잡아야’

청주 상당공원에서 삭발식을 갖고 상경투쟁에 참가했던 정본부장은 지난해 11월 4일 연세대에서 경찰에 연했됐다.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37일간 구금생활을 했던 정본부장의 머리카락은 보기 편할(?)만큼 자란 상태였다. 혹독한 통과의식을 거친 정본부장은 오히려 결연한 의지와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수감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구치소에서 처음 들어간 방이 공무원방이었는데, 업무상 비리혐의로 들어온 경찰·행정직 간부출신 2명이 있었다. 신참이 자기소개를 하는 순서에서 솔직하게 내 심정을 털어놓았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공직사회의 부정비리를 없애고 바로 세우자는 것인데, 차마 여러분들과 한 방을 쓰기 곤란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이튿날 교도관이 교통사고범 방으로 바꿔주었다. 생활의 불편함은 견딜만한 수준이었고 여러 조합원들이 편지, 면회가 큰 힘이 됐다. 틈나는 대로, 2500자 한자책을 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 이번 구속·징계파문을 통해 내부 결속력이 강화되지 않았나, 지자체 징계 움직임에 대한 의견은.
“충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노조 조직구성이 부진한 상태다. 막상 구치소에서 나와보니 조합원들의 심리적 위축이 심각한 상태였다. 앞장서면 저렇게 되는구나 싶은 패배의식같은 거였다. 자체적인 교육과 대선과정을 겪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상태다. 충북도가 징계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유감스럽다. 도청 직장협의회는 노조참여를 거부하고 있고 연가투쟁 참여자도 한 명도 없었다. 도와 시·군은 더 이상 주종관계가 아니며 협력관계로 거듭나야 한다. 광역자치단체 조직이 제대로 살아나 이러한 협력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 지방자치시대에 공무원노조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는가.
“우선 지시일변도의 공직사회가 협의와 대화로 바뀌는 전기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심화된 줄서기나 파벌주의도 견제당할 수밖에 없다. 공직자에 대한 시민의식도 바뀌게 될 것이다. 공무원 친절이 단순히 인사 잘하고 말 잘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주민을 위한 진정한 서비스가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다. 이밖에 지역언론과 자치단체의 그릇된 관행이나 지방의회의 부당한 간섭등을 배제할 수 있는 내부고발 역할을 공무원노조가 감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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