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3년 지나자 관람객 눈에 띄게 감소, 첫해 90만명대에서 60만명대로

대통령 별장 이미지와 생태자원 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으로 개발 어려워

청남대는 지난 83년 12월 27일 ‘영춘재’라는 이름으로 준공됐다. 이후 86년 7월 따뜻한 남쪽의 청와대란 의미의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2003년 4월 18일 개방됐다. 개방을 공약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청남대를 꽃필 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로써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의 기능을 상실하고 전국민의 관광지가 됐다.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명의 대통령이 88회 330박 412일간 별장으로 사용했던 청남대는 국민들에게 개방된지 3년여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이 곳을 다녀간 내·외국인은 7월 31일 현재 263만4685명. 하루 평균 2879명이 방문했다.

하지만 초반에는 대통령 별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앞다투어 다녀갔으나, 날이 갈수록 관광객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3년이 지나면서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본지는 청남대가 중부권 대표적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관광객들에게도 새로운 흥밋거리를 끊임없이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청남대의 오늘 모습과 앞으로의 과제를 취재했다.

개방이후 3년여 동안 청남대를 방문한 사람은 7월 말 현재 263만여명이고 입장료 수입은 82억여원이다. 2003년 4월 개방된 시점부터 2004년 4월까지 입장객은 94만7040명, 2004년 5월~2005년 4월까지는 84만6492명, 2005년 5월~2006년 4월까지는 69만3802명으로 나타났다. 1년 단위로 따져봤을 때 개방 초기에는 닫혀있던 대통령 별장이 열렸다는 호기심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렸다. 그러나 점점 줄어들고 있다. 100만명 가까이 되던 입장객이 80만명대로, 다시 60만명대로 감소했다.

청남대의 고민은 바로 이 것이다. 한 번 다녀간 관광객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별장이라는 사실 때문에 갔다가 더 이상 볼 게 없어 가지 않는다면 청남대는 관광지로서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권영동 청남대관리사업소장도 “이원종 지사께서 청남대를 독립기념관처럼 운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셨다. 설립 초기에는 관람객들이 많이 몰렸으나 점점 매력이 없는 곳이 돼버리는 것을 걱정하셨다”고 말했다.

시민 김영선(청주시 용암동)씨도 “청남대가 개방된 뒤 궁금해서 지난해 4월에 가보았다. 그리고 올해 5월에 한 번 더 갔는데 두 번 가니까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어 재미가 없었다. 경치는 아름다운데 계속해서 오고 싶도록 만드는 요인은 별로 없다. 뭔가 획기적인 볼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 청남대 본관 2층 대통령 거실.사진=육성준기자 나머지 대통령 별장도 관광지 역할 못해 청남대는 자연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여기에는 백합나무 430여 그루가 사계절 기막힌 절경을 만들어내는 진입로, 정원수가 잘 꾸며져 있는 본관입구, 헬기 2대의 이·착륙이 가능하며 전시까지 할 수 있는 헬기장, 대통령들의 숙소로 쓰인 본관, 야생화와 숲이 어우러져 산림욕에 적당하고 20여년 동안 산책코스로 사랑받은 오각정이 있다. 또 가을까지는 양어장·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된 양어장, 골프장, 낚시터로 이용되는 그늘집, 김대중 대통령이 앉아 사색을 즐긴 초가정이 있다. 그리고 청남대에는 470여종의 다양한 식물상과 희귀·보호·특산식물 33종이 서식 분포하며 애기나리·은방울꽃 등 대규모 군락지가 발견돼 보전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고라니와 청딱다구리, 멧돼지 등 야생조수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일단 청남대에 들어서면 그림같은 자연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주변 풍경이 비칠 정도로 깨끗한 대청호를 배경으로 잘 가꾸어진 나무, 사시사철 피고 지는 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하지만 청남대가 아름다운 자연만을 내세운 곳이 되어서는 오래갈 수 없다. 확실한 테마가 있는 관광지가 인기를 끌고, 실제 그럴 때만이 청남대가 차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통령 별장시설은 청남대를 제외하고 3군데인데 개발주체와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충남 아산의 도고별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방출장시 이용하던 곳이다. 현재는 민간인이 소유해 찜질방과 사우나시설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화진포 주위에 있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 별장과 김일성·이기붕 별장은 고성군에서 역사안보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경남 진해시 해군부대 내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은 경남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개발하고 있다. 이런 별장들은 한 명의 대통령이 사용하던 건물로 규모가 물론 작지만, 대통령을 테마로한 관광지로 성공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청남대는 5명의 대통령이 머물렀고 관광지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정부로부터 청남대 관리권을 받은 충북도는 청남대 명소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을 맡은 삼성에버랜드(대표이사 박노빈)와 청주대 산업경영연구소(소장 이인세)는 지난해 5월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연구팀은 이 보고서에서 “청남대는 개방 이후 1년 1개월만에 관람객 100만명을 유치할 정도로 대대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관람형태가 단순관람 위주로 돼있고, 관람대상 시설도 제한적이어서 청남대가 지닌 자원적 가치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청남대지구의 가장 큰 자원적 가치는 대통령 별장이라는 이미지와 야생화 등의 생태자원, 안락하고 쾌적한 휴양 및 휴식공간이 주는 분위기지만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법·제도적 제한으로 인해 무리한 확대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것이 오늘의 청남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청남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여러 가지 행위가 제한되고 있다. 권영동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의 말이다. “사계절 꽃이 피는 청남대를 만들기 위해 유리온실을 지으려고 했으나 건축행위가 전혀 안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본관 앞에서 청남대 구역을 한 바퀴 도는 배를 운영하거나 문의 매표소에서 청남대까지 배를 타고 들어온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을텐데 이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안 된다.” 연구용역팀도 이에 대해 청남대지구는 상수원보호구역 및 문의 취수탑 등으로 선박운항 자체가 허가되지 않으나, 무동력선은 수질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다며 운행허가 검토를 중앙정부에 요청했다.
▲ 위에서부터 골프장, 그늘집 전경. 무동력선 뜰 날 언제?

박호표 청주대 관광학부 교수는“무동력선을 띄워 즐길거리를 제공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 충북도에서 환경부와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남대는 현재 관람객들이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축제나 이벤트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고, 장기적으로는 대통령 역사문화관, 연수시설, 자연관찰코스, 생태테마섬 등을 설치해 볼거리를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 역사문화관에서는 대통령들이 쓰던 물건 외에도 통치의 역사, 주요 국정문서 등 각종 자료를 전시한다. 역사문화관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도움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청남대관리사업소는 관리동 2층에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과 사용물품, 운동기구, 경비를 맡았던 338부대 물품 등 342종 1525점을 전시하고 하반기에 전시실을 확대하여 2000여점을 추가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전시실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얼굴 사진이 걸려 있고, 청남대를 사용했던 5명 대통령들이 쓰던 물건들이 설명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랑스럽지 못한 대통령들의 사진과 물품을 왜 전시하느냐며 반대하고 있으나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도 역사라는 주장도 많다.

청남대관리사업소측은 올 상반기에 정크아트 환경조형작품 전시,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청남대 조성, 영화·드라마·CF·야외웨딩 촬영장소로 개방·지역특산품 판매점 설치 업무를 하고 하반기에는 역대 대통령 핸드 프린팅 제작, 전시·기념품 등 판매시설 설치, 국내외 여행사와 웨딩촬영자 초청 설명회, 상설어울림 마당·산림욕장·산책로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에버랜드와 청주대 산업경영연구소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청남대지역 관광테마지구에는 대통령 역사문화관, 열린정원, 미니어처 가든, 이벤트마당을 설치하고 커뮤니티지구에는 다목적 이벤트홀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 야외운동장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또 자연경관지구에는 수변 테마가든, 자연숲, 자연학습코너, 생태테마섬을 서비스지구에는 이용자서비스센터, 서비스광장, 무동력선 운영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용역이 언제까지 현실화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청남대관리사업소측은 중·장기 발전계획이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반영한다고 했으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안하면 그만’이다. 이에 대해 뜻있는 사람들은 연구용역을 줘서 결과물이 나왔으면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의 모 인사는 “용역 보고서를 보면 화려한 계획들이 많이 있는데 ‘그림의 떡’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난개발이 아닌 이상 청남대는 테마관광지로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참신한 아이디어는 하루빨리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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