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지역성장률 3위서 꼴찌로 전락

‘1년새 11.3% 고도성장에서 마이너스 3.3%로 곤두박질.’
도대체 종을 잡기가 힘든 충북경제의 허약한 체질 구조가 근래 1∼2년새 경기변동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 우리를 아연케 하고 있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3.5% 경제’로 불리는 충북경제가 미미한 규모때문이 아니라 외부의 작은 상황변화에도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변동, 취약한 산업기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경기변동의 상하진폭을 크게 오가고 있는 충북경제는 마치 요지경처럼 현란한 궤도 위를 달리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2001년 16개 시·도별 지역내 총생산(GRDP) 및 지출(잠정)’ 자료 결과 충북 경제는 GRDP 성장률에서 마이너스 3.3%를 기록하는 등 뒷걸음질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같은 실적은 전국 16개 시·도중 0%이상의 양적(陽的) 성장률을 기록한 나머지 14개 시·도 및 마이너스 0.01%대 이하로 사실상의 제로성장률에 머문 울산보다 못한 기록으로 전국 최하위여서 놀라움을 더해주고 있다.
충북의 2001년도 GRDP는 17조1800억4000만원으로 2000년의 17조7681억원보다 후퇴했다. 이는 인구 150만명 안팎으로 도세가 비슷한 강원도(11조3610억원)보다 7조원이상 큰 규모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꼴찌라는 기록 작성을 하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울산 경제의 경우 2001년 GRDP는 22조8740억원으로 2000년 22조8806억원보다 66억원(마이너스 0.0%대 성장률)이 줄어들어 최하위에서 2번째를 기록했다. 그나마 울산은 인구 구성비(전국대비)에서는 2.2%로 충북과 거의 같은 수준이지만 경제의 절대적 규모는 충북을 훨씬 앞지른다.

불안정한 구조 노출
그러나 우리를 정작 충격에 빠뜨리는 것은 2001년도 GRDP에서 충북만이 16개 시·도중 유일하게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불과 1년사이에 충북경제가 보여준 구조적 취약성의 적나라한 단면이다.
충북경제는 2000년만 해도 GRDP 성장률이 11.1%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20.3%의 경기도와 11.3%의 경북에 이어 놀랄만한 기록을 세웠던 충북경제가 1년만에 전국 꼴찌로 급전직하했다는 사실은 예측 불가능한, 그래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경제구조를 지녔음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충북사무소는 “통계적으로 볼 때 충북경제의 구조는 분명 불안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상공회의소 강태재부장은 “충북경제의 체질이 이처럼 허약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충북의 산업구조가 경기변동(fluctuation)에 너무 예민하게 움직이는 원인중 하나가 반도체 등 특정 산업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큰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통계청 자료로는 충북의 산업구조상 취약성이 하이닉스 반도체의 영향 때문인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2001년도에 하이닉스 반도체는 가격하락과 과다한 부채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해외매각을 둘러싼 진통을 겪었고, 이 와중에 충북경제에 엄청난 주름살이 생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충북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온 하이닉스는 2000년의 22억8900만달러 비해 2001년에는 9억5800만달러 수출에 그치면서 지역경제에 암운을 드리웠다.
경제 전문가들은 “충북처럼 취약한 경제구조는 경기예측의 안정적 전망을 불가능하게 한다”며 “산업구조의 다각화와 건실화 등 산업 스펙트럼의 외연 및 내실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취약한 경제구조로는 경기 호황기는 물론 불황기 등 변동이 있을 때마다 몸살을 앓을 수밖에 없으며 지역경제 전체를 조망하는데 있어서도 ‘착시현상’이 발생, 정확한 진단을 어렵게 하는 때문이다.
물론 충북지역의 산업구성비는 외견상 ‘고도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1년도 충북의 산업구성비는 농림어업 7.1%, 광업 및 제조업 44.8%, 기타부문 48.1%로 강원도(농림어업 8.4% 광업 및 제조업 18.8% 기타부문 72.8%)나 전북 (농림어업 13.5% 광업 및 제조업 26.9% 기타부문 59.6%)보다 괜찮은 모양새를 띠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특정산업분야나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음으로써 호·불황 등 경기변동 때마다 큰 진폭으로 출렁출렁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즉 지역내 총생산액을 인구수로 나눈 수치(경제 및 비경제인구 통틀어 지역주민들 개개인의 경쟁력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2000년 1228만2500원에서 2001년 1254만5300원으로 약 26만3000원 늘었다. 반면 강원도는 절대액수는 충북보다 떨어지지만 850만500원에서 899만9800원으로 49만원 이상 늘어 2001년 한해만을 기준으로 할 때 강원도민의 1인당 생산성이 충북도민의 그것보다 훨씬 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 규모는 1위를 차지한 울산 2600여만원에 이어 충남(1371만여원) -전남(1283만여원)-경북(1279만9000여원)에 이어 5위의 기록으로 경남은 1218만9600원으로 충북에 이어 6위에 올랐다. 그리고 일반적 통념과 달리 서울(1134만7000원)과 경기도(1187만3000원)가 충북보다 뒤떨어진 것이 의외라면 의외로 이채를 띤다.
반면 1인당 민간소비지출에서 충북은 2000년 596만여원에서 2001년에는 656만2000원을 기록, 1년사이 60만원 이상이나 큰 폭으로 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증가폭을 2배 이상 추월한 것으로 충북의 소비성향이 얼마나 강한 지를 생생히 증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원은 606만여원(2000년)에서 2001년도에 664만여원으로 약 58만원 늘어 충북의 민간소비지출 증가폭과 비슷했지만, 1인당 생산증가폭(49만원) 기준을 충북처럼 과도하게 초과하지는 않아 대조를 이뤘다.(이상 통계청 발표 ‘2001년 16개 시·도별 지역내 총생산 및 지출’은 통계청 홈페이지 www.nso.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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