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경영진과 보폭을 함께 하며 전폭적인 협력체제를 유지해 온 하이닉스 반도체 노동조합이 최근 독자적인 ‘행보’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하이닉스 노조는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에 회사를 매각하려는 최고 경영진과 채권단의 입장에 맞서 매각반대 운동 전개를 천명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회사안팎에서 매각 불가론이 대세를 이루던 기존의 분위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 반전으로, 소액주주들이 뭉쳐 결성한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의 출범과 함께 중대변수로 등장하게 됐다.
노조가 최근에 매각반대-독자생존을 천명하고 나서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고용불안 심리가 자극받았기 때문이다.
인수합병에 능란한 마이크론은 올해 미국내 도시바 공장을 인수하면서 생산과 영업능력을 확장했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도시바 공장 직원의 4분의 1을 해고하면서 미국 현지에 10억달러에 달하는 최첨단 설비 투자에 나설 것임을 발표했다. 하이닉스 노조로서는 한결같이 불안한 소식만 날아 온 것이다.
노조는 “반도체 산업은 끊임없는 신규투자-생산성 향상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데 마이크론의 최근 행적을 보면 인수하려는 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지는 없고 단순히 생산기지화하려는 속셈만 드러내고 있다”며 “도시바 직원에 대한 대량해고 조치도 고용승계 약속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라고 반응했다. 쉽게 말해 믿을 수 없는 마이크론한테 매각될 순 없다는 것이다.
한편 노조는 독자생존 방침을 천명하며 현 정부의 음모론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가 부채탕감없이 빅딜을 강행하는 바람에 하이닉스에 부실만 초래하는 등 정책실패를 해놓고 이것이 정치적 부담이 되니까 하이닉스를 희생양삼아 헐값으로 매각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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