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표 정치부 차장

   
정우택 충북지사의 일그러진 학맥주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충북도가 시·군 대표 기업인 선정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면서 특정학교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데 따른 것이다.

충북도는 정우택 지사의 특별지시로 기업인을 예우하는 풍토를 조성하고, 자긍심과 명예를 갖고 기업활동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 시·군 대표 기업인 30~50명을 멤버로 하는 정례모임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외국 유학 또는 서울대학 출신 등 특정 학맥 기업인과 경기고, 서울고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도록 명시한 공문을 내려보내 기업인 사이에 파벌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학맥이 아닌 기업인들 사이에서 “지사가 특정고를 나왔다고 해서 특정학교를 찍어 우선 선정토록 한 것은 대다수 기업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전근대적인 발상”이라는 반발이 불거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학맥의 빈곤, 지연의 빈곤에 시달려온 사람은 정 지사 자신이다. 6.25 전쟁 당시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정 지사는 15대 총선 출마 당시부터 자신의 고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거나 확인해주지 않았다. 언론이 정 지사의 고향을 장관 경력에 5선 의원을 지낸 선친(정운갑)의 고향인 진천으로 보도했을 때도 정 지사는 못 본척 침묵으로 일관했다.

5.31지방선거 과정에서 ‘출생지를 의도적으로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담당자의 실수였다’는 언급이 있었을 뿐 정 지사가 먼저 이렇다 저렇다 해명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고향이 어디냐’고 따지는 물음에 대해서만 출생지가 ‘부산’임을 확인해줬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연은 선친의 우산 아래에서 장대비를 피했지만 정 지사의 학연은 충북과 아무런 연결고리도 찾을 수가 없다.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하고 따가운 햇볕을 가릴 그늘도 기대할 수 없다.

도지사직 인수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교수층을 제외한 인적구성이 ‘지나치게 단순했다’는 분석이 나왔는데, 이는 적어도 충북에서 정 지사의 빈곤한 인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얘긴데, 지역에서 빈곤한 인맥에 시달려온 정 지사가 자신의 엘리트 인맥을 오히려 무기로 삼으려한다면 더욱 심각한 인맥 고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정 지사는 빈곤한 인맥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도지사 경선과 충북지사 선거 본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는 학연이나 지연에 크게 영향받지 않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민초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지역사회에 딴딴하게 또아리를 튼 학연이나 지연을 무기로 경고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유권자들의 표를 얻어 당선된 도지사인 만큼 당당하게 잘못된 관행에 맞서달라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 지사의 학맥주의는 한마디로 말해 가장 경계해야 할 ‘엘리트주의’다. 학연과 지연에 불문하고 표를 몰아준 다수의 유권자들은 이 일그러진 엘리트주의에 과도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사실 이 것만은 경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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