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포상금제 50여종… 성숙한 시민의식만이 해법

▲ 파라치 전성시대다. 포상금을 노린 신고꾼들의 카메라 앵글이 각종 법규위반자들을 향하고 있다. 바야흐로 파라치 전성시대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 일명 '카 파라치'가 지난 2001년 등장한 이래 지금까지 50여 종의 신고 포상금제도가 도입된 덕분이다. 도내 행정기관과 경찰당국에도 적지 않은 신고포상금제가 운영되고 있다. 행정당국은 쓰 파라치(쓰레기 불법투기 신고자), 봉 파라치(돈 안 받고 1회용 봉투 제공), 식(食)파라치(식품위생법 위반), 금융감독위원회는 주(株)파라치(불공정한 증권거래), 경찰당국은 카 파라치(교통법규 위반자), 노 파라치(도우미 등 불법노래방 영업), 교육행정당국은 과(課)파라치(고액 과외), 선거관리위원회의 표 파라치(불법선거운동)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인터넷에선 이런 '파라치 전성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각종 포상금 내용과 신고 방법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유료 사이트 10여개가 성업 중이다. 실제 14일 유명 포털사이트 검색란에 '신고 포상금'이란 키워드를 치자 수십 개의 관련 사이트가 떴다. 한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들어가 보자 '주말 2시간 투자로 월 100만원 수입 보장!'이란 선전문구가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서민을 유혹하고 있었다. 청주시 상당구에서 성인용품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45). 그는 경찰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앞으로 성(性)파라치가 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2년여가 지나면서 성매매를 알선하고 강요하는 행위를 신고하거나 감금, 인신매매 피해 여성의 구조를 도우면 최고 2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관련 법령은 성 매수자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은 명시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남성들은 유흥업소 주변을 감시하는 눈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다방의 커피배달 풍경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금지하는 관련법이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새롭게 '의 파라치'가 등장해 의·약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은 의료관련 불법행위를 폭로하는 사람들로 최근 부쩍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내 유명포털사이트에서 조직적으로 모임을 갖고 '약국 및 병원을 신고해 돈 벌기' '의 파라치 교육'등을 광고하며 신고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신고 포상금제 엇갈린 반응 ▲ 카파라치: 교통법규 위반 신고
이런 신고포상금제에 대한 여론은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은 "자발적인 시민참여로 불법 행위를 줄이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규제 대상 분야가 광범위해 정부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정도 든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보상금을 내세워 시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잘못이다. 이는 전문적인 신고 꾼 양산, 인권 침해 가능성, 불신풍조를 조장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신고 포상금 제를 반대하는 쪽은 "지역민간 불신감을 조장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청주의 모 병원 부원장은 "의 파라치는 잘못된 의·약국의 비리나 허위청구 등을 고발하는 것이 근본 취지이지만 돈을 내면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 한다'거나 '부자를 만들어준다'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상업적 행위로 흐르고 있다"며 "이는 정직하게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상금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행위나 상황에 대한 칭찬이나 권장을 격려하는 의미로 베푸는 상'이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포상금을 노리고 조직적인 모임을 결성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도덕·윤리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지역민들의 신고 포상자보다 전문 신고 꾼이 눈에 띄게 활약 하면서 지역 예산의 역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실례로 올해 청주시 4개과와 양 구청 3개과에 10여개의 신고 포상금 제를 운영하는데 쓰인 예산만 7200여만원이다. 이는 위생과 부정불량 식품 및 퇴폐업소 신고자 보상(5만원씩) 100건 500만원, 환경과 환경신문고 보상금(5만원씩) 20건 100만원, 청소과 1회용품 규제신고 포상금(10만원씩) 40건 400만원, 농정과 농수산물 풀질관리 위반자 신고보상(5만원씩) 40여건 200여만원 등이다. 이는 본예산만으로 부족해 1·2차 추경 600만원 포함된 예산이다.

여기에 상당구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자 보상금(2만원씩) 50건 100만원이 지급되고 예산이 부족하자 1회 추경에서 100만원이 증액되기도 했다. 불법중개업신고 포상금·토지거래계약 허가위반 신고포상금도 1회 추경에서 500만원이 증액되기도 했다. 흥덕구청도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포상금(2만원씩) 50건 100만원이 집행되고 추가로 100만원이 증액됐다. 불법중개업 신고 포상금(50만원씩)도 본예산 10건 500만원이 이미 집행됐으며 토지거래계약 허가 위반 신고포상금이 추가로 1회 추경에서 500만원이 책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시 관계자는 "지역 사람들은 이웃 간 안면이 있어 대체로 신고를 꺼리지만 전문 신고포상꾼들이 집중적으로 현장을 찍은 사진과 녹화테이프 등을 제출하고 많은 돈을 챙겨가는 것을 볼 때가 있다"며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지만 공무원 인력의 한계로 이들의 행위에 대해 문제만 삼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무엇보다 지역 혈세의 유출이 우려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민들이 관련법을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는 길이다"고 말했다.

실효성·건강한 사회 아쉬움

   
▲ 직파라치: 불법취업 알선
수십 가지의 신고 포상금제가 운영되는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의 한 관계자는 "실효성 유무는 둘째 치고라도 이런 제도가 수십 가지 운영되는 사회를 건강한 사회로 보기 어렵다. 시민이 다른 시민의 불법행위를 돈으로 계산하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만인(萬人)의 만인(萬人)에 대한 감시'가 보편화 될 수 있다. 무차별적인 감시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키운다. 공동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거꾸로 공동체를 헤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호 감시보다 좀 더뎌도 시민의 자율을 강조하는 방안을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 된다"고 강조했다.

충북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교통 법규 위반자에 대한 신고 꾼 일명 '카 파라치'의 활동이 있었으나 각종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일어 올해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한정된 경찰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도로교통 법규 위반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 올해 말 추경예산을 통해서라도 신고 포상금 제를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이번 5.31지방 선거 등에서 일명 '표 파라치'들을 위한 신고 포상금 제를 고시하고 2억원 상당의 예산을 마련했지만 시민 신고자가 없어 그대로 본청에서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렇듯 신고 포상금제에 대한 다소 엇갈린 반응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부서는 "무엇보다 자정노력으로 신뢰를 고조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포상금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지역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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