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역 대학들 살기위해 천안이전 추진 이어질 듯
청주는 교육도시로 인정 받아왔다. 충북대, 청주대, 서원대 등 3개 종합대학과 청주교육대가 들어서 있고 인근 청주권인 청원군을 포함시키면 공군사관학교, 교원대, 주성대, 충청대, 청주과학대 등 대학이 9개나 된다.
그런데 이들 대학들이 학생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는 위기에 몰리고 있다. 충북대는 최종 등록율이 97.54%, 서원대는 1812명 모집에 1724명이 등록해 95.14%로 나타났다. 청주대도 3170명 모집에 2996명이 등록, 94.51%의 최종 등록률을 보였다. 지난해 98.90%였던 것과 비교하면 5.38% 포인트나 감소한 숫자다.
전문대학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해 이번 3월말까지 신입생 추가 모집과 등록을 받았다. 1차 등록 마감 결과는 40∼50% 수준에 머물렀다. 몇몇 전문대학들은 등록 후 순위 예비 후보가 없어 추가 모집 공고를 내야 했다.
문제는 이러한 정원 미달 사태가 점점 더 심화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내년 고교 졸업생은 전국 대학 입학 정원보다 6만여명이나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을 닫는 대학이 생겨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전라도, 경상도 등 남부 지역에서는 징후가 벌써부터 있어 왔다. 그 위기가 청주 지역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학생 정원 미달로 야기된 청주지역 대학의 위기는 교육도시 청주의 도시 정체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도시개발계획적 측면에서의 심각한 고민과 그에 따른 준비가 있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것은 주변 도시의 발전 영향을 살펴 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교육 도시 청주를 위협하는 주변도시는 40분여 거리에 있는 천안시와 대전광역시다. 대전광역시는 청주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 도시며 제 2의 행정도시로써 빠르게 커가고 있다. 청주가 대전광역시의 위성 도시화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대전의 위세에 접하고 있는 청주가 이제는 천안에 막혀 수도권으로부터 내려오는 햇볕에 그늘이 지고 있다. 수도권으로부터의 햇볕은 인재 및 산업 유입 등으로 볼 수 있다.
당장 청주권 대학들의 정원 미달은 '천안' 그물 망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안 지역에 무려 12개의 대학이 그물 망을 쳐 놓고 있어 수도권으로부터의 학생 유입을 봉쇄 당하고 있는 꼴이다.
충청대 모 교수는 "천안을 넘어서야 하는데 천안에 워낙 많은 대학이 있어 수도권 학생들이 청주로 내려오질 못한다."며 천안 지역이 교육도시 청주의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천안의 교육도시 부상

천안시는 인구가 43만6000여명으로 중소도시로 볼 수 있다. 이곳에 대학이 12개 대학이 들어서 있다. 단국대학교, 상명대학교, 천안대학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천안공업대학, 연암축산원예대학, 호서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나사렛대학교, 선문대학교 천안외국어대학 등 11개 대학이 있고 예일대학이 곧 문을 열고 신입생을 뽑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대학생수가 5만4000명에 달한다. 천안시의 고등학교수가 14개교에 1만7000명인 것을 고려해 본다면 대학의 수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는 4만여명의 대학생들이 외지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천안시의 대학 증가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남부 지역의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천안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곳이 많기 때문이다.
전남 S 대학은 이미 천안에 부지를 마련하고 제 2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평으로 대학 이전을 검토했던 충북 영동 소재 영동대학도 천안으로 이전 또는 제2캠퍼스 건립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천안 지역은 정원 채우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천안은 서울과 거리가 83.6㎞(경부고속도로 기점)로 자동차로 한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 한 시간 이내의 통학거리가 수도권 학생들의 천안 지역 대학으로 불러들이고 있는 요인이다. 남북으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연결해 주는 데다 남서로는 장항선에 연결되는 등 삼남(三南) 분기의 교통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천안시에 있는 이들 대학이 천안 지역의 산업 및 경제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현재 지역에 발생시키는 소비 기여와 함께 잠재적 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장 취재 결과 이들 학생들 대부분이 천안에 기거하는 것이 아니라 통학을 하고 있어 학생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 기여도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수백대의 전세 버스들이 학생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또한 천안시 입장에서도 이런 학생 유입에 따른 지역적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도 아직까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됐다.
천안시 관계자는 "대학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나 노력을 기울인 것이 아니다. 교통이 발달된 만큼 입지 여건이 좋아 대학들이 천안으로 옮겨온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이 천안에 머무르지 않고 통학을 하고 있어 지역 경제에 기여는 크지 않다. 다만 대학 주변에 식당가가 형성되고 원룸 주택 등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에 있어 그런 점에서 지역경제 기여도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 건물만 덩그런히 들어서 있을뿐 주변의 대학촌은 활성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천안시가 대학에 의해 형성될 지역적 가치를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얼마전 대학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기반 시설이나 주변 환경 개선이 되지 않아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여론이 일어 시장의 지시로 대학 주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적 측면

천안시는 대학 입지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분야 기업들의 입주도 눈에 띄고 있다. 지식과 인재가 지식기반 경제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에 기술 인재 배출처인 대학 입지는 고부가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그 만큼 높이는 격이 된다.
천안 기존 산업단지에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생산하는 삼성 SDI와 삼성전자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튼튼한 대기업이 토대를 이루고 있다. 뿐만아니라 천안시는 730억원의 민자를 유치하여 첨단 영상문화복합단지를 조성중에 있다. 풍세면 미죽리와 구룡동 일대 14만9000평에 조성되는 영상문화산업단지는 애니메이션 산업을 유치하여 영상문화 산업의 복합단지화를 꾀한다는 야심찬 포부로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30만3천여평의 천안 4산업단지가 조성중에 있고 천안산업 기술단지도 계획하고 있다. 대학의 고급 인력은 이들 산업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민경명 기자


천안시, 안서동에만 6개대학
주민 2600명에 대학생 수 2만4000명으로 10배 육박

“천안에 대학이 과연 많기는 많구나" 하는 놀라움은 경부고속도로 천안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면서 바로 접하게 된다. 인터체인지 정면의 천안 주요 시설과 기관 안내판을 보고 놀라는 것이다. △△대학, ○○대학, □□대학으로 명명된 12개 대학교명이 안내판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천안시 안서동은 대학촌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안서동은 주민수가 2600명 밖에 안되는 법정동. 그러나 이곳 안서동에 대학이 6개나 들어서 있기 때문. 경부고속도로를 나와 오른쪽으로 2㎞ 정도를 지나면 고속도로 양편으로 몇백 미터를 사이에 두고 대학들이 꽉 들어차 있다.
단국대 캠퍼스가 왼쪽으로 펼쳐지고 맞은편으로는 상명대, 호서대, 천안대, 천안외국어대가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곳곳에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곳에 학생수는 2만4000여명으로 주민수 2600여명의 10배에 이르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일개 법정동지역에 대학이 5개교나 들어서 있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는 것으로 안다"며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서동에는 이들 5개 대학 외에 청주 모 안과 의원 길모 원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예일대학도 곧 개교할 예정으로 있어 6개 대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이 안서동에 대학이 몰려 있는 것은 교통이 편리하고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대학 입지의 최적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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