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구설수는 동서 고금을 망라

골프 화(禍) 충북도 예외 아녀 경찰 책임자 옷벗고, 자살까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청남대엔 간이 골프장이 하나 있다. 말이 골프장이지 코스를 이리저리, 혹은 얼키설키 겹치게 해서 6홀 정도로 조성한 잔디밭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이 개방되기 전엔 18홀 정규홀이니, 외국 귀빈들이 특별 라운딩을 즐기느니 하는 각가지 억측들이 많았다. 군사·권위주의 정권에서 워낙 비밀리에 운영되던 시설이다보니 지금도 문제의 골프장과 관련된 당시 군부대 초병이나 관리병들의 애환이 많은 야사로 전해지고 있다.

   
개방되기 전 완전히 은폐 엄폐된 이곳 골프장을 가장 많이 이용한 사람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휴가 때마다 골프를 즐겼다는 것. 그러나 YS는 골프보다는 조깅을, DJ는 산책을 즐겼다. 지금도 YS의 조깅코스와 DJ가 산책 후 부인과 걸터 앉아 쉬던 원두막이 잘 보존돼 관광객들에게 눈요기 거리로 제공되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은 개방되기 전 이곳에서 한두차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이곳 골프장에 열을 올린 것은 참모진들. 개방에 따른 실무업무차 내려 왔다가 으레 골프를 쳤고, 모 측근은 자신의 선거구 주민들까지 데리고 와 라운딩을 즐기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골프와 정치지도자 사이의 구설수는 동서 고금을 막론한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재임 8년간 무려 800라운드를 소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애를 가졌던 루스벨트대통령은 정상인보다 더한 장타자로 소문났었고,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의 와중에서도 골프를 즐겼다.

클린턴은 하와이 수해로 엄청난 이재민과 사상자가 발생한 시점에서 골프를 칠 정도로 매니아였다. 그는 유고 공습 때도 전략회의만 끝나면 필드로 달려가는 바람에 해외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실력이 언론엔 싱글이라고 소개됐지만 나중에, 되나가나 오케(OK· 적당한 거리는 홀에 들어갔다고 인정)와 몰리건(오비를 내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의 결과로 밝혀져 또 한번 입방아에 올랐다.

일본 모리요시로 전 총리는 골프도중 고교 실습선 충돌 사고로 대형인명피해가 났다는 보고를 받고도 라운딩을 계속해 한동한 언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한국 같으면 목이 열개라도 부족할 판이다. 우리나라 정치인중에서 골프의 지존은 역시 JP. 비판자들로부터 “골프장 문지기”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그는 황혼이 붉게 물들기 일보 직전에 은퇴한 후 지난 지방선거에서 혹시나 했던 국민중심당이 죽을 쑤자 아예 언론에서 멀어졌다.

골프 때문에 공인이나 공직자들이 화(禍)를 당한 것은 충북도 예외가 아니다. 2002년 9월 전국 수해상황에서 충북지방경찰청장 K치안감이 친구들과 휴일 골프를 즐겼다가 직위해제됐다. 2002년 8월 20일엔 지방선거의 회포도 풀고 단합도 다질겸 당시 이원종 충북도지사와 한대수 청주시장이 단양 오스타CC에서 한나라당 당직자들과 골프를 쳤다가 선관위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다. 행사의 이미지를 위해 2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복지시설에 전달한 것이 부당 기부행위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엔 충북 증평 출신 대전시 건설 공무원 3명이 8개 건설사로부터 해외원정 투어 등 접대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한명은 자살하고 나머지는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 5월엔 충북도청에 일부 공무원들의 그릇된 골프행태를 비난하는 괴문서가 나돌아 감사부서가 발끈했지만 유야무야 됐다. 당시 괴문서엔 근무시간에 골프채널을 시청한다든가, 사무실에 골프장비를 비치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골프를 치지않던 고위 공무원들도 국방대학원이나 중앙단위 연수에 들어가 골프를 익힌 후 뒤늦게 삼매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일부 대학 교수들은 교환교수나 단기연수로 외국에 나가 역시 집중적으로 골프 연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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