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낙선자에게 ‘당직’으로 위로
도당위원장 측근 전위 배치엔 ‘수군수군’

   
▲ 한대수 한나라당 충북도당 위원장
민선 4기의 막이 오르면서 5.31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새로운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충북지사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충북도의회와 시·군의회를 장악한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6월23일 한대수 전 청주시장을 새 도당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당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2007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새로운 진용을 갖추고 있다.

탄핵 후폭풍으로 참패를 면치 못한 2004년 17대 총선을 제외하고는 지방선거, 또는 모든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터라 발걸음도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당 부위원장 인선을 비롯해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공모 등 전공을 나누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레 양지와 음지가 발생해 그늘에 든 인사들로부터 ‘해도 너무 한다’는 식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중앙정치권의 계파문화를 답습함으로써 편가르기를 조성하고 특정 인맥으로 분류될 경우에는 자칫 설 자리 마저 잃게 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전 당직 출신의 A씨는 “나름대로 당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수고했다’는 전화 한 통화 없이 당직에서 밀려나고 보니 섭섭하다 못해 억울한 생각까지 든다”며 “씹다가 뱉는 껌 취급을 당한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도당 부위원장 인선은 위안잔치
8월3일 발표된 도당 부위원장 6명의 명단을 보면 5.31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낙천을 했거나 선거에 출마했음에도 낙선한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배려했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한나라당 도당 부위원장은 당규 지방조직운영규정에 따라 도내 8개 지역구를 중심으로 10명 이내에서 선임하도록 돼있다.

새로 인선된 부위원장은 먼저 청주 상당 선거구 박종천 청솔관광 대표, 흥덕갑 신규식 서원대 총동문회장, 흥덕을 박환규 전 충청북도 기획관리실장, 충주 류호담 충주시의원, 제천·단양 최영락 전 도의회 부의장, 진천·음성·괴산·증평 김경회 전 진천군수 등 모두 6명이다. 도당은 대통령 선거에 대비해 남부 3군과 청원군 등에서 2~4명을 추가 인선할 계획이다.

문제는 현재까지 인선된 6명 가운데 한대수 도당위원장의 오랜 후원자였던 박종천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선출직 출마를 시도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신규식 부위원장은 충북도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윤경식 흥덕구 당원협의회장의 최측근인 김법기 후보에게 밀려 공천에서 탈락하자 도당을 점거하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던 인물이다.

박환규 부위원장도 선거 막판 청주시장 경선에 합류했다가 탈락했는데, 영입인사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배려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류호담 부위원장은 무소속으로 충주시의원에 당선된 뒤 당의 문을 두드린 입당파라는 점에서 각별한 대접을 받았다. 이밖에 최영락 부위원장은 제천시장 경선에서 탈락했고 김경회 부위원장은 전직 군수로 재도전에 실패했다.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부위원장 인선이 낙천·낙선자에 대한 위안 차원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탈락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지 말고 당을 위해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어감은 다르지만 제도권에 자리를 만들지 못한 인사들을 배려한 인사였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여기에다 도지사 당내 경선, 도당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도왔던 인물을 중심으로 부위원장단을 구축했다는 비난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8명에 이르는 전직 도당부위원장 가운데 단 한 명도 연임시키지 않은데다,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도 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당직자 A씨는 “도당위원장의 인맥을 중심으로 너무나 일방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며 “대통령의 코드정치를 나무라는데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위원장 3대1 여성위원장 4대1
부위원장이 불편한 심사를 달래기 위한 위안의 자리라면 도당 청년위원장과 여성위원장은 제도권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실질적인 자리다. 실제로 지난 충북도의회 선거에서 한나라당 강태원 전 청년위원장과 최광옥 전 여성위원장은 비례대표로 손쉽게 의석을 거머쥐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청년위원장 공모에는 강태원 전 위원장을 비롯해 최진현 청주시의원, 유상용 디지털위원장 등이 뜻을 뒀으나 최진현 청주시의원이 위원장으로 낙점됐다.

최진현 청년위원장은 자민련 당직자, 국회의원 비서관 등을 거쳐 처음 도전한 시의원 선거에서 35살의 나이로 당선됐으며, 사회경제위원회 간사를 맡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최진현 청년위원장은 “청년위원장 자리는 고개 숙일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자리이기 나이가 가장 어린 나를 뽑아준 것 같다”며 “현역 도당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성위원장은 이진영 전 충북과학대학장, 신인숙 상당구 여성위원장 등 모두 4명이 겨뤘는데, 이진영 전 학장이 임명됐다. 그러나 60살을 훌쩍 넘긴 이진영 전 학장이 제도권에 진입하려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이에 대해 “학장 출신의 당직자가 들어옴으로서 당의 수준을 높이는데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으로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일단은 화합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등 봉사하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당원협의회장 선출과 관련해서는 10월초 중앙당 조직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결정하게 되는데 당초 알려졌던 것처럼 공석중인 협의회 외에도 당무 감사 등을 거쳐 부실한 협의회를 교체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공모를 통해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으며, 개인적으로도 상당구 당원협의회장 공모에 응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새정책실장, 김영주 유력
지방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이 자체 기획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당 사무처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난해 노영민 의원의 추천으로 사무처장을 맡았던 김형근 전 사무처장이 청주시장 경선을 이유로 사퇴한 뒤 김광수 사무처장이 후임으로 부임한 것은 적어도 노 의원에게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공무원 출신의 김광수 사무처장의 경우 관료 출신의 특성상 풍부한 경륜과 전·현직에 대한 명확한 처신 등을 기대할 수 있지만 2%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인적 보강은 필수라는 여론이다. 현재 도당 사무처에는 홍재형 도당위원장의 사퇴 이후 동반 사퇴한 김의재 전 정책실장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고 8월18일까지 공모에 들어간 상태다. 정책실장 공모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사람으로는 5.31 선거에서 도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영주씨(34)가 있다.

충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씨는 당 청년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나이에 비해 풍부한 정당활동 경험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씨 외에도 선거캠프에서 활동을 한 뒤 뚜렷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인사들이 공모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노영민 도당위원장은 정책실장 공모와 관련해 이른바 ‘코드’에 연연하지 않고 안정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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