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더미 경영, 직원 희생 위에 겨우 생존
판매-광고시장 한계 치열한 다툼 불가피

‘2% 경제 규모’라는 충북지역에 “지방일간지 5개 시대”가 곧 다가올 전망이다. 충청일보와 중부매일신문, 동양일보, 한빛일보 등 4개 지방지가 분점해오던 지방일간지 시장에 내년2월 창간을 목표로 충북일보가 창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간지도 최근 들어 2개가 창간함으로써 3개로 늘어났다. 시·군별로는 이들 지방지 외에도 지역단위를 배포범위로 하는 지역신문도 있어 그야말로 언론 백가쟁명 시대를 열고 있다.
이는 다양한 여론을 대변한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당경쟁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런 언론사의 과다 출현은 정보 유통을 매개로 형성되는 언론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한 시장원칙의 왜곡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는 도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비판도 수반한다. 5개 지방일간지 시대를 앞두고 도내 지역신문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편집자>

청주시 흥덕구 향정동 청주산업단지 내 구 청주양조 자리에 얼마전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왔다. 일본에서 건너온 윤전기였다. 이는 ‘설’로만 떠돌던 새로운 신문의 창간이 구체화되고 있음을 명확히 한 엄청난 ‘정보’였다.
충북미디어 법인이 ‘충북일보’를 창간하는 것이다. 충북일보는 이같이 윤전기 시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집광고를 통해 사원 및 기자를 뽑았다. 2003년 2월1일을 창간일로 잡고 있다. 이런 준비 상태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로써 충북은 4개 지방일간지에서 5개 지방일간지 시대를 맞게 됐다.

◇지역 언론매체 현황

신문은 배포범위에 따라 크게 전국지와 지방지로 나뉜다. 전국을 배포 대상으로 하는 종합일간신문을 전국지(national paper)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흔히 중앙지라고 하며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이 지방지(local paper)라 한다. 여기에서 지방지는 광역자치단체 권역을 배포대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며, 시·군·구 지역에 국한하는 신문은 지역지(또는 지역사회신문)으로 세분한다.
현재 도내에서 발행되는 지방지는 충청일보, 중부매일신문, 동양일보, 한빛일보 등 4개에다 내년 2월이며 충북일보의 창간으로 5개에 달한다. 문화관광부에 등록된 전국 15개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종합일간지(일반)는 모두 67개.(2002년 10월15일 현재)
경기도가 11개로 가장 많고 광주 10개, 전북 9개, 대구와 대전, 경남이 각 5개, 부산과 충북이 각 4개며 강원도는 2개, 제주도는 3개 등이다.
전북에 비하면 훨씬 적지만 5개인 대전·충남의 인구 규모와 비교하면 엄청 많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충북도내를 배포범위로 하는 주간지는 충청리뷰를 비롯해 충북경제, 충북뉴스 등 3개에 달한다. 또한 시·군 권역을 배포권역으로 하는 지역신문은 진천지역에 진천신문·진천군민신문, 충주지역에 충주신문·예성신문, 제천지역에 제천신문·삼도신문, 영동지역에 영동신문·삼군신문 등 4개 시·군이 각 2개씩 있고 음성에 음성신문, 괴산에 괴산신문, 보은에 보은신문, 옥천에 옥천신문 등 모두 12개 신문이 있다.
이밖에 기타 특수신문을 합치면 충북도내에는 모두 150여개의 언론 정보 매체가 있다.

◇부채 더미 경영
충청매일, 대청매일, 충북일보는 폐간

1987년 6·10 항쟁에 의한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언론자유의 물꼬도 터졌다. ‘1道 1社’의 규제가 풀리자 신문사의 창간과 복간이 봇물을 이뤘다.
도내에서는 기존 충청일보 외에 89년 중부매일신문이 창간됐고 뒤이어 동양일보(1991년), 충청매일(1994), 충북일보(1997년), 대청매일(1998), 한빛일보(1999) 등 6개 신문이 새롭게 등장했다. 1개 지방신문이 독식하던 시장에 4-5개 신문이 경쟁하는 체제로 바뀌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과당경쟁을 불렀다.
IMF의 찬바람이 몰아치자 취약한 기반 위에 있던 지방지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충청매일, 대청매일, 충북일보 등 3개사가 부도로 폐간됐고, 동양일보는 부도 후 화의업체로 지정 받아 근근하게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중부매일도 화의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대주주의 지원 하에 자구노력으로 버텨내고 있다.
충청일보라고 튼튼한 경영 구조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부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다른 지방 신문들과 마찬가지로 영세성과 취약성을 벗어나지 못해 직원들의 희생으로 지탱하고 있다.
도내 지방신문사가 하나 같이 이와 같은 경영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지역적 언론사의 영세성과 경영부실, 열악한 구독기반,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른 신문시장의 위축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특히 지역적으로 비좁은 판매· 광고 시장에서 지방지끼리의 과당경쟁에다 위로는 중앙지의 무차별적인 판매시장 잠식과 아래로는 지역사회신문의 끊임없는 도전 등 동종업체끼리의 이전투구식 경쟁, 그리고 케이블 TV와 지역민방, 인터넷 매체 등 이종업체와의 경쟁도 버거운 처지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지 판매 시장의 축소다. ‘자건거 일보’ ‘TV일보’ 심지어 ‘냉장고일보’로 일컬어지는 중앙지의 물량공세에 의한 시장잠식은 지방지가 그동안 유지해왔던 지방지 시장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지 구독자들 또는 중앙지와 지방지를 병독하던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중앙지로 옮겨가고 있지만 새로운 지방지 수요층은 생성되지 않고 있다.
이는 결국 광고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문사에서 가장 큰 수입원은 광고인데 광고의 수입 감소는 전반적인 경영 악화 요인을 의미한다.
한국언론재단이 전국 지방신문사 중 조사에 응한 17개 지방신문에 대한 지난해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산일보를 비롯한 4개 신문사만 순익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평균 20억원 이상의 손실을 나타냈다. 대전일보의 경우 142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57억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이익에서는 마이너스 9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일신문은 무려 101억원의 손실을 보였다. 이중 강원도민일보의 경우 5천만원의 순익을 보여 주목된다.
이 조사에서 충북지역 지방지는 한군데도 포함되지 않아 정확한 자료는 확인할 수 없지만 전국적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부채 폭의 증감여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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