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물이 세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전설을 지닌 충북 증평군 증평읍 사곡2리(사청마을) ‘말세(末世)우물’이 수위가 불어나 면서 넘칠 위기에 처해 마을 주민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 다.

9일 사청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조선초기 세조(1456년)때 한 스님이 물을 얻어 마신 보답으로 샘을 팔 자리를 알려준 뒤 ‘우물이 세번 넘치는 날 말세가 되니 그땐 이 마을을 떠나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는 말세우물이 최근 중부권 폭우로 세번째 범람위기에 놓여 있다.

임진왜란(1592년)과 한일병합(1910년) 직전 등 그동안 두번 넘쳤던 이 우물은 평소 수심 2.8~3m 내외로 항상 일정한 수위를 유지했으나 현재 4.2m로 상승했다. 8년전 석축을 쌓아 수심 6m가 넘 어야 실질적으로 우물이 넘치나 우물 조성 당시 기준으로 볼 때 는 범람 수위인 4.6m를 불과 0.4m밖에 남겨 놓지 않은 상태다.

26가구 110명이 사는 사청마을 주민들은 아무리 많이 우물물을 퍼 쓰거나 장마가 들어도 한결같이 줄지도 늘지도 않은 채 일정 수위를 유지하고 80년대 말까지는 이 우물물을 마실 정도로 깨끗함을 유지하는데다 우물이 지닌 전설을 자랑으로 여겨 부처님 받들 듯 매년 정월대보름과 칠월칠석에 간단한 제사를 지내왔다.

그러나 지난 칠월칠석날인 7월31일에는 장마로 제사를 지내지 못한데다 수위가 불어나 이번주중 수중 모터로 우물 바닥까지 물을 퍼내고 청소를 한 뒤 제사를 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물을 모두 퍼내도 하루 반나절이 지나면 또다시 물이 들어차기 때문에 범람 위험수위까지 올라갈지 사청마을 주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청마을 이장인 연간옥(36)씨는 “구전으로 내려온 전설이지만 최근 폭우로 물이 넘칠 경우 500여년전 스님의 예언이 현실화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 범람위기를 넘겼다”면서 “우물이 넘쳐 고승의 말대로 정든 고향을 떠나야 되는 말세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우물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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