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희생 강요하는 일방적 ‘공영개발’
임대주택 제공 등 지원근거 마련해야

언제까지 일방적 행정편의주의의 공영개발방식이 계속돼야 하는 것인가. 또 언제까지 공영개발방식의 실행을 위해 법제화된 공특법(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공익성만을 명분으로 개발사업 지역내 주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을 우리 사회가 용인해야만 하는 것일까.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 조성과 관련해 토지보상가를 놓고 개발주체와 주민간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공영개발방식에 대해 회의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공영개발방식의 도입을 위해 만들어진 공특법이 공익성과 개발논리를 무기로 개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관련법을 사회 변화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증대
우리 사회에서 공영개발방식이 도입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본격적인 산업화를 추진하기 시작한 우리 사회는 국가가 경제개발계획을 주도적으로 입안, 정부가 직접 공업단지를 조성해서 산업용지를 공급하는 공영개발방식을 취해왔다.
그러나 공영개발방식은 사회가 고도화하고 민의가 높아지면서 여러 문제를 낳아왔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워왔던 효율성에 회의를 잉태시키기 시작했다. 지방공단으로 조성된 오창과학산업단지에서 보듯 미분양사태가 일어나는 데다 산업단지 편입지역내 주민의 피해를 담보로 한 개발방식의 비민주성이 근본적인 한계로 노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산업이 첨단 정보산업 주축으로 구조가 고도화하면서 보다 유연한 생산방식에 따른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도 기존 개발방식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시대변화 맞게 고쳐야 ”
이에대해 충북도는 “문제가 되고 있는 오송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서는 현재의 보상체제가 충분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이에따라 지방정부가 임대주택을 건설해 이주 주민의 거처를 한시적으로나마 제공하는 등의 지원책을 강구하려고 해도 근거법이 없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설령 여유예산이 몇천억이 된다손 치더라도 현재의 법제 아래에서는 주민을 직접 도와줄 길이 없어 안타깝다”며 관련법 개정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결국 대규모 사업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아무리 다수가 공유하게 된다고 해도 공영개발 방식이 더 이상 소수의 권익을 침해하는 바탕위에서 계속 온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우리가 지향하는 성숙한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개발지상주의가 압도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이런 개발방식은 이제 상황변화에 맞게 고쳐져야 한다는 요구를 새 정부와 국회가 어떻게 수렴해낼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편 오송 주민들은 “현실규정 충북도 손 놓고 있는 것 이해하지 못해” 결국 이주대책 최종적인 책임은 그래도 지방정부가 떠맡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이치. 보다 적극적인 해결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시행주체 보건복지부 지정권자 건교부장관 실시계획승인권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장 사업시행자 토지공사 충북도는 ‘민원’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만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구사할 수 없는 까닭에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다수이름으로 소수 외면
이 때문에 국가나 지방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로 전문공단을 조성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이냐는 의문이 나오면서 개방방식의 전환을 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나 대규모의 공영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각종 사회·경제적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점도 이런 지적에 힘을 싣게 하고 있다.
과거 경험상 공영개발이 이뤄질 때마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주민의 반발이 구조화한 것은 주민들의 이기주의 때문이라기 보다는 개발정책이 이뤄지는 과정의 경직성, 즉 행정편의주의에 근거해 개발논리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개발주체들의 구태의연한 자세에서 비롯된 경우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보상마찰이 상례화하고 결국 사업의 지연은 물론 해당지역의 민심을 자극하는 등 폐해를 양산함으로써 공영개발이 추구하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우를 우리 사회는 경험해 왔다. 이에따라 현재 학계에서는 공영개발 방식위주의 사업추진을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국유지나 지방정부 또는 지자체 소유부지를 첨단산업용지로 활용하는 방안이나 민영개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민영방식이 현 공영개발 방식에서도 막지 못하는 난개발을 최소화하기는커녕 더욱 조장할 가능성이 큰 데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일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역시 커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큰 틀에서는 공영개발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정책결정 과정 만큼은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현실적인 보상 및 해당주민의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중앙 및 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근거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영개발의 필요성이 있을 때 해당지역 주민과 사전에 충분히 협의, 합의를 이끌어 낸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시간 경제적 손실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민 합의를 원활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서 수용토지 보상과 이주대책 보상을 대폭 현실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공특법의 보상규정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투기방지 목적도 상실
현 공특법은 사업지구지정당시 표준(또는 공시지가)지가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해 보상비를 책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보상시점이 지구지정 시점보다 보통 4∼5년후에 이루어지는 관계로 이 기간 인근지역은 개발기대 심리에 편승해 땅값이 폭등하기 일쑤여서 주민들이 보상비로 대체농지를 구입하는 데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개발이익은 커녕 피해만 보게되는 주민들로선 자칫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하기 십상인 게 우리 현실이다. 투기를 막기위해 마련했다는 보상규정이 실상은 투기만 부채질하고 주민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하지 못함으로써 입법취지를 완전히 잃고 있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수년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이주생활을 해야 하는 주민에 대한 이주보상 역시 현실적인 필요 수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함으로써 보상마찰을 일으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오송의 경우 4인가족에게 4∼5년간의 이주에 필요한 보상비로 책정된 금액은 5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영개발사업으로 토지를 수용당하게 된 주민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업시행자(주로 토지공사)에게만 보상업무를 떠맡기지 말고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에서 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에게 보상을 일임하다보니 분양원가(조성원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 준공된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분양실적이 만족스럽지 못한 오창과학산업단지처럼 산업단지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기업입주를 가로막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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