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컨벤션센터 명분 앞세워 밀레니엄골프장 강행 방침
도민대책위, “공공투자시설로 부적합” 청남대 대안론 제기

충북도가 추진해온 밀레니엄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주민·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청남대 폐지 공약에 따른 새로운 대안이 모색되고 있다. 도는 국제적 비즈니스를 위한 컨벤션센터 민자유치를 위해 밀레니엄타운안에 대중골프장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대해 ‘옛 종축장지키기 도민대책위원회’(이하 도민대책위) 일부 관계자들은 노당선자 공약대로 청남대 관리권이 지방정부로 이관될 경우 컨벤션센터 전환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6홀 규모의 골프장까지 갖추고 있고 대청호 등 주변경관과 대전직할시 지리적 연계성을 감안하면 컨벤션센터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바이오엑스포 폐막에 따라 도가 추진한 밀레니엄타운 조성변경안 공청회가 주민·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 도는 지난 20일 한국통신충북본부에서 9홀 규모의 대중골프장 건설을 포함한 밀레니엄타운 조성계획과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에 대한 설명회 및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조성 예정지인 오근장동 주민과 시민환경단체 회원 100여명이 행사진행을 막아 공청회가 무기한 연기됐다.
충북환경운동연합 염우 사무처장은 “주최측에 공청회 유보요청을 했으나 담당국장이 도직원 50여명을 소집한 뒤 ‘강행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주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까르푸 청주점에 대한 졸속 교통영향평가도 도건설교통국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여론에 반한 개발사업 공청회를 힘으로 밀어부친 것은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변경안을 보면 당초 계획했던 레이싱카트장 대신 월드컵 영웅 이훈재선수를 기념한 축구장을 건립하고 체육시설로 농구, 배구,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장 등을 포함시켰다. 또한 도교육청이 제안한 교육문화회관 건립안과 바이오기념관 및 광장조성을 추가했다. 여기에 민자유치를 통해 컨벤션센터와 대중골프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대해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인근 농경지와 미호천 하류지역이 골프장 농약살포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염우처장은 “골프장은 비공익적, 반환경적 시설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투자시설로 부적합하다는 것이 반대의 근본이유다. 변경안의 내용을 보면 몇가지 체육시설을 보완했을 뿐 역시 절반은 골프장이고 그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절차상으로는 이원종지사가 재추진할 경우 주민의견 수렴을 선행하겠다는 약속을 어긴데 문제가 있다. 반대 대상이었던 골프장을 포함한 변경안을 일방적으로 내놓고 설명회를 갖자는 것은 형식적인 모양 갖추기일 뿐이다. 노무현 당선자의 공약대로 청남대 관리권을 충북도가 이양받은 뒤 국제적인 휴양 컨벤션센터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 볼 만하다. 숙박기능을 최소화해 환경오염을 막는다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밀레니엄타운 예정지와 근접한 율량동 중원실업 부지에 내년 1월 특급호텔공사가 착공될 예정이며 오창과학산업단지안에도 8천평 규모의 호텔부지가 이미 매각된 상태다. 밀레니엄 컨벤션센터가 들어서면 반경 4km내에 3개의 특급호텔이 입지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가 컨벤션센터 입지를 옛 종축장으로 한정시키려는 시도에 대해 과연 컨벤션센터가 우선인지, 대중골프장이 우선인지 도민대책위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권혁상 기자

충북도민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했던 충북지역 공약 챙기기에 나섰다. 그중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를 폐지하고 이에 대한 관리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한다는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청남대 폐지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대선 전에 이를 공약으로 채택한 뒤 각 후보들에게 정책질의를 하면서 이슈화됐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는 개방, 노무현과 권영길 후보는 모두 폐지를 약속했다.
청남대는 지난 8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 완공됐다. 전 전 대통령이 80년 12월 대청댐 준공식에 왔다가 아름다운 대청호반의 모습을 보고 ‘이런 곳에 별장 한 개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별장이 들어섰다는 말이 거의 정설로 통용되고 있다. 이후 청남대는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래서 청남대에 관한 온갖 소문만 무성할뿐 그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청남대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폐지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대중 대통령도 97년 대선 당시 청남대를 개방해 국민들과 함께 하는 휴양시설로 만들겠다는 ‘말뿐인’ 약속을 한 바 있었고, 청남대가 위치한 청원군 문의면 주민들은 이 공약을 실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을 최대한 실천할 것이라고 말해 문의면 주민들을 포함한 도민들은 청남대 문이 열릴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는 분위기다.

굳게 닫혔던 청남대 언제 열리나
그렇다면 대통령 별장인 이 시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현재로서는 최대의 관건이다. 이찬희 문의개발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청남대를 모든 국민들이 와서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청남대 건설로 인해 무산됐던 유람선이나 모터보트를 대청호에 띄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고여있는 대청댐 물에 산소가 유입돼 물도 썩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관광휴양지를 재지정하는 것은 환경오염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성국 안중근학교 청원군청소년수련관장(신부)은 “청남대는 경호원들의 숙소와 대통령 별장으로 돼있는데 숙소를 청소년 수련시설로, 별장을 관광지로 만들면 전국에서 모여들 것이다. 특히 대통령 경호실 손을 떠나 충북도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청댐도 다목적 댐 본래의 기능을 찾아 관광지와 식수원 역할 모두를 하는 쪽으로 개발해야 한다. 환경단체에서는 개발 이야
기만 나오면 펄쩍 뛰는데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주민들이 활용하는 시설로 만들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신부는 자신이 청남대 개방을 외칠 때만 해도 사람들이 ‘바위에 계란치기’라며 웃었으나 이제는 실현가능한 일이 됐다고 반가워하며 “월악산, 속리산, 화양동계곡을 잇는 충북의 관광벨트 차원에서 청남대를 관광지화 해야 한다. 현재 있는 수련관에서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물놀이시설을 하지 못하는데 이런 애로사항을 극복한 청소년 수련시설을 건립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개발 대원칙 ‘환경친화적으로 가야’
실제 청남대를 관광명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청남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다만 여기에는 문의면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에 이 틀안에서 개발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따른다. 류을렬 충북개발원 지역개발연구부장은 대청호 상수원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법적 규제내용에 대해 소규모 시설은 신설이 가능하지만, 오수정화시설을 갖추고 하수처리장으로 유입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률상으로도 대청호 상수원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Ⅱ권역은 신규시설과 증설이 부분적으로 허용되지만, Ⅰ권역에 대해서는 건축 연면적 800㎡ 미만일 경우 하수처리장에 유입처리될 때에 한해 신규 및 증설을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대청호의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측에서는 청남대가 다른 시설로 탈바꿈 하더라도 이러한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박창재 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말이다. “개발이익에 부합되지 않고 환경친화적으로 가야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그동안 주민들이 재산권행사를 하지 못하고 생활이 불편했던 점을 해소하는 차원은 동의하나 소득증대 사업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것은 반대한다. 그렇게 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너무 일찍 가르는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주민과 지자체, 시민사회단체 삼자가 만나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공익에 부합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상의 집’ 갖춘 테마파크로 개발
정삼철 충북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대안은 보다 더 구체적이다. 그는 청남대라는 대통령별장을 이미지업 시키고, 실익을 어떻게 챙길 것이며, 주변시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지가 주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청남대 만으로는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없으므로 정상들의 숙소라는 이미지에 환경과 조화될 수 있으며 주변시설과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청남대는 테마파크 쪽으로 끌고가야 한다. 우선 이 곳에 역대 대통령들이 외국의 정상들에게서 받은 선물 등을 전시하는 대통령 기념관을 만들고 ‘정상의 집’이라는 명칭을 붙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 호를 딴 오솔길을 신설하고 해외의 유명한 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미니어처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관광지로 개발한다고 무조건 환경을 파괴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관광특정지역 개발에 관한 법률이 없어졌다가 부활됐는데 이를 적용하면 개발이 빨라질 것”이라며 청남대 개발은 신행정수도 이전 못지않게 중요한 사업이라고 역설했다. 또 그는 이곳을 체류형 관광지로 가꾸기 위해서는 야간명소화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하고 “우리나라에는 야간관광명소가 없다. 일본에서는 수면골프장이라고 해서 물 위에서 야간에 골프를 즐기는 곳이 있다. 공에 형광물질을 바르면 밤에 잘 보인다. 대청호에서 이런 것을 운영한다면 골프공 수거선만 필요하므로 수질오염 걱정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기헌 충청대 교수도 친환경적 시설로 가되 역대 대통령들이 묵었던 곳을 이용해 관광자원화하면 내외국인들에게 상당한 메리트를 제공할 것이라며 충북도가 밀레니엄 타운 조성을 가지고 왈가왈부 할게 아니라 전문가들을 초빙, 공약실행팀을 만들어 발빠르게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청남대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관광자원화 하자는 것이 중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행정수도가 충청권으로 오는 만큼 청남대를 대통령 집무실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나, 거리상으로도 멀고 대규모 인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 개조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고 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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