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정권 각서불발설에
외압설 등 억측만 무성

대선 몇시간을 앞두고 벌어진 정몽준의원의 노무현후보 지지철회는 여전히 많은 억측만을 낳고 있다. 한나라의 통치자를 뽑는 국가대사를 한 때 황당하게 만든 사건인데도 그 원인규명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에 언론마저 미온적이다. 정몽준 본인은 이에 대해 아직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국민통합21 김행대변인이 24일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한 내용이 고작이다. 이 보고서는 결렬의 결정적 이유는 당직자들이 느낀 배신감과 모욕감이었으며 그에 따른 감정적 돌발사태였다고 밝혔다. 당일 종로와 명동 공동유세에서 불쾌해진 정대표와 당직자들이 종로4가 우래옥식당에서 울분을 토하게 됐고 그 화풀이가 지지철회로 이어졌다는게 보고서의 개요다. 그러나 당시의 상황이 어설프면서도 너무 극적이었다는 점에서 이런 설명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민통합21측이 처음 밝혔던 이유는 유세장에서의 노후보 발언 즉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와 “차차기 후계자는 정몽준 뿐만 아니라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제기된 억측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모종의 외압이 있었다는 것과 민주당이 국민통합21측의 각서요구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외압설은 대략 노무현당선을 꺼려한 미국의 압력설과 CIA 배후설, 역시 노무현에 비판적이었던 재계와 현대의 개입설, 막판 지지도가 올라가던 한나라당의 압력설 등으로 대별된다. 이 와중에서 김대중정부 내내 현대를 요시찰했던 한나라당이 현대에 대한 광범위한 X-FILE을 갖고 조여왔다는 의혹에다 미국과 묵계한 청와대의 개입설까지 나돌아 민심을 혼란스럽게 했다. 특히 정몽준의원이 측근으로부터 이회창후보 당선이 유력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해듣고 서둘러 노무현후보 지지철회를 결심했다는 얘기가 아주 구체적으로 거론됐으나 김행보고서는 이를 일축했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각서 무산설이다. 후보 단일화 이후 국정의 공동운영을 약속받은 국민통합21은 이의 문서화(각서)를 노후보측에 끊임없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핵심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 각료 절반에 대한 정몽준의 임용권 보장으로, 이에 부담을 느낀 노후보측이 마지막까지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중앙당의 관계자는 “당시 그 문제로 서로 고민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요구하는 측과 이를 받아들이는 측의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어 쉽게 판단할 사항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DJ와 JP의 전례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이것이 이유가 돼 선거 막판에 그런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고는 믿지 않는다. 무슨 말못할 사정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말못할 사정에 대해 “추측이지만 복합적인 요인일 것이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