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의 당선은 당장 이원종지사의 향후 거취를 궁금케 했다. 이지사는 6월 지방선거 목전에서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시 이지사의 한나라당 입당 명분은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들어가 현안 사업을 조속히 해결,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앞당기겠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이미 당적 변경 전력으로 정치권의 요주의 대상이 됐던 이지사는 행동을 앞두고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도의원, 당직자들로부터 입당촉구 집단행동(?)을 이끌어냄으로써 자신의 탈당파문을 잠재우려 했다. 결국 그는 말을 갈아타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신이 주군으로 섬기고자 했던 이회창후보가 패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차질이 생겼다. 원칙론만 말한다면 한나라당이 집권에 실패한 이상 그의 입당 변(辯)은 명분을 잃었다.

적당한 처신이 오히려 도움?
이 때문에 이지사의 향후 운신을 걱정하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자칫 처신을 잘못했다간 곧바로 레임덕에 빠질수 있다는 경고도 흘러 나온다. 물론 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선 그렇다. 그러나 이지사의 처신은 이번에도 눈길을 끌었다. 선거에 별로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당측에 큰 불쾌감을 주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 선거에 깊이 신경썼다가 곤란에 빠진 이웃의 모 광역자치단체장과는 비교가 된다. 공무원의 선거중립은 당연하지만 정당과 후보의 입장에선 안 그렇다. 지난 대선 때 이지사의 운신과 관련해 그를 잘 아는 지역의 한 인사는 이렇게 정리했다. “한나라당에는 욕먹지 않을만큼만 행동했고, 민주당에 대해선 심기를 안 건드릴만큼만 움직였다. 선거 막판엔 누가 될지도 모르는 접전이었는데 선뜻 나서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설령 한쪽으로 판세가 기울었어도 이지사의 성격상 드러내놓고 나서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가 모두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봐도 이지사의 적당했던(?) 처신을 짐작케했다.
어쨌든 이지사의 입장에선 당분간 심적 고생을 할 수 밖에 없다. 표면상으로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녹록치가 않다. 이래저래 불편함이 많은 것이다. 이지사처럼 당을 옮긴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도지사 불신임 운동까지 나올라
노무현 당선자가 결정되자마자 충청권의 자치단체장들은 너도나도 행정수도 이전에 대비해 자기 지역을 내세우는데 열을 올렸다. 충북도 역시 그랬다. 그러나 충북의 경우 약간 문제가 생겼다. 한나라당 일색인 도의회가 나서지 않은 것이다. 되레 도의회는 “아직 행정수도의 실체도 불분명한데 나중에 잘못됐을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발목을 잡았다. 지역 여론을 의식한 이지사가 과감하게 나서고 싶어도 결국 도의회의 눈치가 문제였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민들의 여론은 빗발치고 또 마땅히 해야하는 일인데도 심각하게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다”고 고백했다. 앞으로 이지사에게 상당한 정치력이 요구됨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밀레니엄타운 조성등 현안 사업의 강행을 천명하는 충북도에 대해 시민단체가 잔뜩 벼르고 있는 것도 향후 이지사의 도정수행에 큰 변수가 될 조짐이다. 까르푸 문제로 도민들의 불신을 잔뜩 받고 있는 충북도가 무리수를 둘 경우 그 덤터기는 고스란히 이지사가 뒤집어써야 할 판이다. 때문에 노무현후보의 당선으로 탄력을 잃은 이지사는 이래저래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미 일각에선 말만 무성했던 외자유치 등 이지사의 실정을 낱낱이 거론하며 아예 불신임운동을 벌일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정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좋았겠지만 앞으로는 같은 당소속 의원들이 진을 치고 있는 도의회가 오히려 불편할 것이다. 양측간에 조성됐던 그동안의 공조 패러다임이 재조정되려면 아마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