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당선자 치켜세움 ‘예정된 과정’

JP가 드디어 특유의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무현당선자를 높게 평가해 관심을 모았다. 얘기는 대략 이렇다. “밖에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막상 어떤 자리에 오르면 주위를 밝히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선 이런 사람을 가리켜 낮의 촛불이라고 한다… 언제 내 시대가 있었느냐. 나는 대한민국을 주름잡은 적이 없다. 주름잡는 사람을 성의껏 도왔을 뿐이다.”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소위 ‘그림자론’을 설파하며 위기를 탈출해온 JP가 역대 정권의 교체기마다 보여준 현란한 수사(修辭)는 가히 압권이다.
1990년 3당 합당을 통해 노태우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 민자당을 창당할 당시 JP는 이렇게 말했다. “무관의 일꾼으로 마루 밑의 받침대 역할을 하겠으니 잘 보아 달라. 선비는 자기를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법이다.” 얼마 후 JP의 말은 더 노골화됐다. “민주화의 전환기에서 노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며 노대통령 말고 과연 누가 현시국을 조화롭고 슬기롭게 이끌 수 있겠는가.”
그러나 노태우의 임기말에 레임덕이 심해지자 JP는 또 다른 주군을 주목한다. YS다. 그는 곧바로 김영삼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한다. 그러던중 1993년 8월 청와대 만찬장에서 JP는 확실한 승부수를 던졌다. “신한국을 창조하겠다는 홍곡(鴻鵠)의 대지(大志)를 연작(燕雀)이지만 어찌 촌탁(忖度)하지 못하겠습니까.”
1997년 DJP연합으로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 된 JP의 DJ관은 공동정부 때엔 ‘만고에 빛날 지도자’였다가 공조파기 이후엔 ‘당최 상종하지 못할 사람’으로 추락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고도 마땅한 ‘짝’을 찾지 못하자 중립을 천명했던 JP는 어쨌든 이인제 김민석 등 다른 물먹은 정치인보다는 운신이 훨씬 자연스럽게 됐다. 그렇더라도 그가 3김정치를 다시 복원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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