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랑, 한나라당의 전자개표 부정 의혹 제기를 보고

창사랑 회원들과 이회창 전 후보 지지자들은 21일 한나라당 당사앞에 모였다. 이들은 전자개표 부정의혹이 있다며 ‘16대 대통령선거결과 재검표추진 국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수동 재검표 요구’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중앙선관위의 전자개표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며 “전문가들도 소프트웨어 집계과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조작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사태의 발단은 개표가 끝난 직후인 20일 새벽부터 몇몇 네티즌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수작업 개표를 요구하는 글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어 21일에는 국정원 중견간부를 자처하며 개표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양심선언’ 형식의 글, 전자개표 조작설을 제기하는 글들이 잇달아 일부 언론사와 정당 홈페이지를 통해 유포되었다.
경찰의 IP 추적 결과, 문제의 글은 지난 20일 울산의 한 PC방에서 작성되어 모 정당 홈페이지에 최초 게시된 이후 다른 곳으로 유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전자개표 부정 주장에 대해 “개표 검증절차를 모르는 사람이 지어올린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의 내용”이라며 일축하며, 검찰에 조작설 유포자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선관위는 개표참관인이 참여한 가운데 개표기를 가동했고, 개표기가 분류한 투표지를 개표사무원이 다시 육안으로 확인했으며, 개표 결과를 전송하는 과정에서의 조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전산집계와 별도로 투표구별로 후보자별 득표수를 시·도 위원회에서 팩시밀리로 전송받아 전산집계와 대조했다고 밝혔다. 또 시간대별로 후보자별 득표수를 팩시밀리로 송부받아 전산집계와 대조하는 3중 안전장치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자개표 부정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창사랑 회원들과 한나라당 당원들이 이에 관한 아무런 정황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지 믿을 수 없다, 전에는 한나라당 우세지역에서 어떻게 노무현 후보가 앞설 수 있느냐는 식의 것이다.
‘국정원의 중견 간부’를 자처하며 인터넷에 올린 정체불명의 글을 보면 중앙선관위가 밝힌 개표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구체적인 의혹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한마디로 난데없는 ‘소동’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투표함 보전신청 여부
검토하기로

그런데 이 어처구니없는 소동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하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출처불명의 글 하나가 원내 과반수 당을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22일 선대위 의장단 및 자문위원장단 연석회의를 열고 전자개표 부정의혹과 관련하여 투표함 증거보전을 신청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키로 했다. 남경필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각 지역에서 전자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하는 사례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23일 국회의원·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당 차원에서 공론화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쯤되면 이제 일은 장난이 아니다. 만약 의혹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될 경우, 당장 ‘국정원 중견 간부’의 글 내용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그에 맞장구를 친 한나라당은 대선패배에 이어 두 번 죽게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나라당은 경선불복을 한 이인제 의원이, 후보단일화 결과 승복을 파기한 정몽준 대표가 지금 어떤 신세가 되었는가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지금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자신들이 패배한 원인을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의 패인은 한마디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못했다는데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제 한나라당도 21세기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문을 한다. 그러나 끝내 소귀에 경읽기인가. 한나라당은 전자투표는 믿을 수 없으니 다시 손으로 재검표하자는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럴거면서 대선공약에서는 정보화를 말했던 것인가. 끝내 재검표를 손으로 하고 싶으면 그 엄청난 비용을 한나라당이 책임지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것이 공당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 인터넷에 올라온 출처불명의 글 하나로 마침내 칼을 빼들려고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이번에는 전자개표 부정의혹 규명 국정조사라도 주장해야할 판이다.
차라리 이런 논법은 어떨까. 이번 노무현 당선의 배경에는 인터넷의 성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동안 정보화정책을 추진하며 인터넷 보급에 앞장섰던 것이 누구였던가. 바로 김대중 정권 아니었던가. 그러니까 결국 노무현 당선의 배후와 거대한 음모가 드러난 것이다.이제 그 정보화 음모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김대중 정권을 상대로 강력한 투쟁을 벌이겠다, 뭐 그런 식의 주장말이다.
애궂은 전자개표 가지고 시비를 거느니 차라리 그런 주장이 낫지 않을까. 그냥 보기가 안스러워 해보는 말이니, 혹여라도 귀담아 듣지는 말기 바란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