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는 ‘공당’이 아니라 ‘정몽준 사당’이었다!

“아무개씨도 지금은 석양의 탱고가 됐듯이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보면 회의 원탁에서 한바퀴 돌았더라. 일이 끝나면 열심히 뛴 사람들을 바로 용도폐기한다.”
후보단일화의 주역 중 한사람인 민창기 전 후보단일화 추진단장이 지난 11일 국민통합21을 탈당하면서 정몽준 대표의 용인술을 비판한 대목이다. 민 전 단장은 또 “당내회의에서 모두 말을 않고 정 대표 혼자 이야기하고 있다”며 국민통합21이 ‘공당’이 아니라 ‘정몽준 사당’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정몽준 대표의 ‘진짜’ 리더십은 투표일을 6시간여 앞둔 18일 저녁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드러났다. 즉 후보단일화에 대한 대국민약속을 정 대표 혼자서 몇몇 측근들과 함께 결정해 버린 것이다. 19일 새벽 ‘노 후보 지지 철회를 번의해 달라’는 주요 당직자들의 요청도 묵살해 버렸다. 이것은 그동안 국민통합21는 ‘정몽준 사당’이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사례다. 지난 19일 60여 명의 원외위원장과 당직자들도 “다수의 의견이 배제되는 정당과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며 탈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정몽준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지난 11월 13일 일부 당직자들의 ‘반란’ 때에도 터져나왔다. 당시 ‘정몽준 후보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주도한 고준환·김동주 특보 등 7명은 “국민통합21은 정몽준씨와 최측근 몇몇이 사욕에 의해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당사에 유례없는 사당”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정몽준 후보의 측근 참모들이 당원과 자원봉사자에게 모멸적이며 비인간적인 행태를 보여왔다”며 구체적 사례로 ▲협박과 회유가 통하지 않을 경우 책상치워버리기 ▲ 책상 대신 복사기 기타 장비 놓기 ▲전체 팀이 저항할 경우 부서 전체를 칸막이로 막아버리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귀잡아당기기 ▲결재서류 책상에 처박아놓기 등을 나열하기도 했다. 국민통합21측은 당시 “대우를 잘 해주지 않아 섭섭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일부 불만세력들의 해프닝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이들의 얘기 중 자의적으로 부풀려진 부분도 있지만 일부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민창기 전 단장은 지난 11일 탈당 하면서 ‘기자회견문은 혼자 작성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방도 쫓겨나서 10분 만에 대변인실에서 쓴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국민통합21측에서 민 전 단장의 집무실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정 대표의 지시로 당내에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실사위원회’를 만들어 민 전 단장을 비롯해 협상단 참여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술서를 쓰게 만들기도 했다. 민 전 단장은 “그때 탈당을 고려하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인간적 모멸감을 참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흥미로운 사실은 정 대표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세 달도 채 안돼 신당창당과 후보단일화 추진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사들이 2선으로 물러난 점이다. 신당창당 초기 정 대표의 ‘오른팔’이었던 강신옥 변호사(당시 신당창당 기획단장)는 정몽준-박근혜 연대의 걸림돌로 지목돼 당직을 사퇴하고 핵심측근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와 그의 측근들이 박근혜 당시 한국미래연합 대표를 끌어들이기 위해 박 대표와 ‘악연’이 있는 강 변호사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후보단일화 1차 협상단을 이끌었던 이철 전 의원도 최근까지 당사에 거의 출근하지 않았다. 심지어 2차 협상단에 참여했던 김민석 전 의원도 협상 직후 2선으로 물러났다. 대선이 끝나기 전에는 선거공조협상단을 이끌던 조남풍 안보위원장의 좌석을 입구쪽으로 배치해 조 위원장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그래서 당 내부에서는 “(정 대표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람을 쓰고 용도폐기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흘러나왔다. 정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람을 ‘살리고 죽이고’ 할 수 있었던 셈이다. 이는 3김정치의 잔재인 ‘보스정치’의 전형이라고 할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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