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오 경제부 차장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충북개발공사. 모두 도내에서 공영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이다. 주공이나 토공은 이미 ‘정부공인 부동산’ ‘정부공인 시행사’라는 비아냥 섞인 별칭이 붙기도 하지만 충북개발공사는 탄생한지 이제 겨우 6개월된 갓난아기다. 갓난아기가 첫 사업을 하겠다며 청주시 용담동 일대 3만4000평의 호미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5일에는 토지수용대상 주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설명회 까지 열었다. 주민설명회는 사업계획을 밝히고 이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절차다.

사실 주민설명회를 반드시 해야 하다는 법 규정은 없다. 법에서는 14일 이상 실시하는 주민공람으로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이행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사업은 주민설명회 또는 사업설명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행자와 주민이 직접 얼굴을 맞댄다는 측면에서 주민의견이 여과없이 전달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어쨌든 주민설명회에서는 개발계획안을 밝혀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게 되는데 공동주택 세대수와 평형, 용적·건폐율, 녹지·공원·도로·학교 등 기반시설, 이주대책택지 등 토지이용계획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충북개발공사의 호미지구 주민설명회에서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전혀 다뤄지지 않아 내땅이 개발을 통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해 하는 주민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또한 보상가의 문제도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현실보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는데 이는 공영개발 토지보상 절차와는 다소 뉘앙스가 다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은 2곳 이상의 감정평가업체를 통해 보상액을 산정하며 주민들이 추천하는 감정평가기관을 포함할 수 있다. 토지보상가는 공인된 감정평업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협의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충북개발공사는 개발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달지 말고 구상하고 있는 계획안을 제시해 주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했으며 토지보상도 정확한 절차를 설명했어야 했다. 최근에 토지보상이 이뤄진 강서1지구나 오송지구 등의 예를 들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주민설명회에서 충북개발공사는 어설픈 아마추어의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도대체 무엇을 준비했냐’는 한 참석자의 말처럼 사업계획도 없고 자칫 주민들의 오해를 불러올 빌미만 만들뻔 했다.

앞으로 충북개발공사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거대 공기업 토지공사나 주택공사와 협조와 경쟁을 되풀이해야 하고 시가의 몇배를 주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하는 민간업체와 경쟁도 해야 한다.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다’던가 ‘주민들과 협의해 현실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어설픈 설명회는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야 한다. 500억이 넘는 도민의 혈세로 태어난 지방공사답게 개발사업의 프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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